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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Jan 11. 2017

택배 CS 비망록, 챗봇보다 중요한 것

중요한 것은 데이터와 가시성 확보

CJ대한통운 택배 상황실(사진제공= CJ대한통운)


KG로지스가 택배업계 최초로 카카오의 비즈메시징 상품 ‘카카오톡 상담톡’을 지난해 11월부터 사용하여 화제다. 상담톡은 기업 CS센터 상담원이 고객과 카카오톡으로 1:1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채팅 상담 API 연동 상품이다. 특히 상담톡은 외주 개발한 챗봇 ‘해피톡’과 연동돼 있다. 해피톡 개발사 엠비아이솔루션은 향후 해피톡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고객의 질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사진= KG로지스는 일전 상담원을 통한 카카오톡 알림톡 서비스를 운영했다.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이 직접 고객문의에 응대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따라 택배CS(Customer Satisfaction)도 인공지능 ‘챗봇’을 통해 응대할 수 있는 세상이 찾아올까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KG로지스와 한진에 따르면 현재 택배 배송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고객 문의는 ‘택배가 언제 도착하는 지(KG로지스 90%, 한진 70% 이상)’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서는 충분히 송장번호 조회 등 자동화를 통해 고객 문의에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택배CS와 관련된 웃지못할 비화가 업계 곳곳에 공공연히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고객 문의를 처리하기도 하는 택배기사 사이에서는 ‘망할 고객’이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택배와 관련된 악성 문의들이 많기 때문이다. 방향 틀어서 자기 집에 먼저 택배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양반이다. 택배기사 입장에선 분명히 배송을 끝낸 집인데 상품이 사라졌다고 문의하는 고객도 존재한다. 이럴 경우 택배분실과 관련된 귀책은 대부분 말단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가 배상해야 되기 때문에 택배기사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큰 문제는 악의를 갖고 잘 받은 택배를 못 받았다고 허위 신고하는 고객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한 번은 택배분실 신고를 받은 택배기사가 하도 억울해서 CCTV를 돌려봤더니 고객이 택배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힌 적이 있었다”며 “택배기사가 항의하자 그 고객은 그 택배인지 몰랐다고 말하며, 왜 마음대로 CCTV를 돌려 내 모습을 확인했냐고 도리어 화를 냈다”고 전했다.


이 때문인지 택배가 자주 사라지는 고객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그 고객의 경우 꼭 대면 배송을 하는 식으로 주문을 처리하는 택배기사까지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 혹 ‘챗봇’이 CS상담원과 택배기사의 감성노동 부담을 줄이는 기술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오늘 이야기는 “챗봇이 택배CS를 대체한다면”이라는 가설로부터 시작한다.


챗봇, 아직까진 택배도입 ‘무리’


결과부터 밝히자면 택배업계 CS담당자들은 챗봇의 CS 업무 대체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비췄다. CJ대한통운 이창화 고객만족팀장은 “챗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챗봇을 통한 CS업무 수행은 현시점에서 어려울 것”이라 전했다. 한진 김은영 고객서비스센터 콜센터부문 CS총괄 역시 “챗봇에 대한 기대는 굉장히 크지만 현재로써는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가 없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왜일까.


한진에 따르면 한진택배 고객 서비스센터로 오는 고객 전화문의 응대는 하루 1만 5000건, 한 달로 따지면 약 30만 건을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한진의 고객CS 전화상담 직원은 65명으로 이들은 하루 평균 80~100건의 고객문의를 처리하고 있다. 이상하다. 고객 서비스센터로 오는 문의 1만 5000건과 상담직원이 처리하는 6000건의 문의 사이에는 9000건이라는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택배CS의 60~70% 가량은 전화 자동응답 서비스인 IVR(Interactive Voice Response) 시스템을 통해 처리되기 때문이다. 한진에 따르면 실제 발생하는 고객문의의 대부분은 ‘화물위치 안내’인데 대표적인 고객의 질문인 “내 물건 지금 어딨니?”에 대한 답변 정도는 이미 IVR을 통해 상당부분 자동화가 이루어졌다는 설명이다.


김은영 CS총괄은 “10년전 까지만 해도 상담원에게 모든 고객 문의가 쏟아졌지만, IVR 시스템 도입 이후에 기존 고객 문의전화의 약 70%가 줄어들었다”며 “현시점 상담원들이 받는 고객문의는 이미 자동응답을 통해 한 단계 걸러진, 즉 단순 답변으로 해결 안 되는 질문이 대부분”이라 말했다.


결국 챗봇이 택배CS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단순 답변’에 그치는 기능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단순 답변은 IVR 시스템을 통해 이미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실제 상담원이 받는 전화는 그 과정을 통해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질문’, 혹은 클레임을 목표로 하는 ‘분노한 고객’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시점 챗봇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며 대화할 수준의 기술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분노한 고객’에게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는 챗봇을 던져줄 경우 고객의 분노만 더욱 키울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사진= 음식배달 챗봇 ‘얌얌’은 도로명 및 지번주소만 인식할 수 있다. 기자와 같이 도로명, 지번주소를 기억하지 않고 있는 사람에게는 화를 돋울 수 있다.


김현우 한진 택배기획/운영담당 상무는 “고객의 ‘언제 배송해줄 것이냐’라는 질문은 한진 역시 IVR을 통해 잘 수행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대부분 고객은 그 이후 ‘어딨는지 알겠어, 그럼 언제 배송해줄거야?’라는 식의 추가적인 질문을 던지는데 이런 복잡한 질문에 대한 약속과 보상을 인공지능 챗봇이 제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감성 택배봇은 가능한가?


챗봇 기술의 한계로 CS상담원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알겠다. 그렇다면 혹 챗봇을 마치 쿠팡맨과 같은 감성문자 서비스 제공 용도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만약 오늘 비가 온다면, 그 정보를 기반으로 “아침부터 비가 오는데 빗길 운전 조심하세요!”와 같은 메시지를 택배알림 메시지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안타깝게도 업계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췄다. ‘심심이’와 같은 고객의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 심심풀이용 챗봇이라면 감성적인 문자 자체가 소구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택배CS와 같은 경우 고객의 목적이 분명하다는 이유다. 특히 택배 같은 경우는 단 몇 명이 아니라 수백만 명 이상의 고객 문의를 처리해야 하는 업종이다. 이 수많은 고객 중에는 감성적인 응대를 바라는 고객도 있지만, 그것 이상으로 감성적인 응대에 거부감을 표하는 고객 또한 존재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게다가 부정적인 고객반응이 더욱 빨리 확산되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감성문자 자체가 갖는 위험요소가 마케팅 효과보다 더 크다는 평가다.

심심이는 헛소리를 해도 귀엽다.


김은영 CS총괄은 “고객은 CS상담원의 감성적 표현과 호응어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함께 요구하기도 한다”며 “때문에 그때그때 고객의 기분에 맞춘 적절한 호응은 상담원들 역시 활용하고 있으며, 이런 미묘한 부분을 아직까지 사람이 아닌 채팅로봇이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 설명했다.


그럼에도 가능성은 보인다


결국 이미 챗봇을 통해 할 수 있는 자동화는 IVR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챗봇을 통한 감성문자 서비스는 기회요소보다 위험이 커 함부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어느 시점에 기술적으로 진화한 ‘챗봇’이 택배업계에 큰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라는 예측 또한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한진은 VOC(Voice Of Customer, 고객의 소리) 문자 응대 부문에서 고객의 단순한 질문의 경우 축적된 고객질문 및 답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담원에게 메뉴얼을 주는 방식의 답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식으로 고객정보와 상황에 맞는 정확한 답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는 존재한다. 하지만 한진은 장차 이러한 답변 서비스를 자동화된 ‘지능화 서비스’에 적용을 추진중이다. CJ대한통운 역시 사내 ‘종합물류연구원’을 통해 챗봇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KG로지스는 챗봇을 통한 CS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실행한 상황이다. 


하지만 챗봇이 바꿀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기 전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있다. 바로 ‘데이터’다.


정말 중요한 건 뭣인디?


실상 회원가입을 통해 고객 접점의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금융·유통업체와는 다르게 회원가입을 받지 않는 택배업체는 고객접점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택배업에 있어서 고객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 ‘운송장’ 하나뿐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고객이더라도 다른 택배를 주문했다면 운송장은 달라지기 때문에 고객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재차 확인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택배사가 송장에 적힌 고객의 ‘전화번호’를 통해 고객 정보를 유추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개인정보 유출 이슈가 걸린다. 만약 상담원이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그 고객을 같은 고객으로 유추하여 고객에게 응대했다면, 그 자체만으로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택배 상담원은 매번 고객 정보를 재차 확인할 수밖에 없고, 고객은 이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도적인 측면에서 택배사가 여기에 취할 조치는 딱히 없다. 실상 데이터 취득 제약으로 인해 택배사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단순 이벤트 전달’, FAQ(Frequently Asked Questions, 자주묻는 질문) 정도밖에 안 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본질, ‘가시성’의 영역으로


이번 글을 시작하면서 처음 던진 가설은 “챗봇이 택배CS를 대체할 수 있을까”였다. 여기서 질문을 바꿔보자. 택배CS가 왜 필요할까? 만약 고객문의 자체를 없앤다면 챗봇이고 상담원이고 CS 자체가 필요 없어지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고객문의 자체를 없애려면 무엇을 해야 될까? 바꿔서 고객이 택배사에 전화를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본질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앞서 택배사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고객 문의가 “택배 대체 언제와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처럼 고객은 본인이 어느 시점에 택배를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송장번호로 위치 조회가 되지 않느냐 되물을 수 있겠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그 위치조회 정보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문제는 배송현장에서 나타난다. 택배사는 송장 스캔 정보를 통해 택배의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지만, 이 정보 자체가 어긋나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들은 대부분 고객 배송과 함께 송장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배송을 끝마치고 여러 송장을 한꺼번에 스캔하곤 한다. 당연히 실제 배송완료 시점과 정보가 처리되는 시점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김은영 CS총괄은 “우체국택배와 같은 경우 기사들이 배송완료 후 바로 고객에게 서명을 받도록 하지만, 사기업의 택배기사들은 우선 배송을 끝내고 나중에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상담원 입장에서는 실제 배송 완료된 물건이 시스템 상에서는 ‘배송예정’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보의 가시성이 완벽치 못한 상황”이라 밝혔다.


결국 현장에서 실시간 가시성(Visibility) 확보만 완벽하게 된다면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할 이유 자체가 없어진다. 택배CS 관계자가 처리할 업무가 ‘택배 파손에 대한 보상’ 문제 외에는 사라지는 것이다.


김현우 상무는 “가시성 확보를 통해 택배기사가 정확히 어느 정도 시간에 도착한다는 정확한 데이터만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할 일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며 “인공지능 챗봇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현장의 가시성 확보”라고 강조했다.


<기획연재>

챗봇이 뜬다① IT편

챗봇이 뜬다② 커머스편

챗봇이 뜬다③ 택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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