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온라인 전용인가
온라인 유통업체가 ‘물류센터’를 확충(보유/임차)하는 것은 더 이상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전담배송 혹은 직접배송 등 ‘배송’을 강점으로 밀고 있는 온라인 유통업체는 대부분 자체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몰의 ‘쓱배송’을 가능하게 만드는 보정·김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로켓배송’을 지원하는 전국 각지의 쿠팡 물류센터, 직매입 방식의 ‘나우배송’을 지원하는 11번가의 이천 물류센터, 지마켓과 옥션의 ‘스마트배송’을 돕는 이베이코리아의 용인 물류센터가 대표적이다.
요컨대 온라인 물류센터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빌스코리아(1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빌스의 한국 지사로, 2015년부터 물류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강화해왔다.)에 따르면 최근 물류센터 임차 컨설팅을 요구하는 고객 상당수가 ‘대형’, ‘수도권 근접’ 물류센터를 찾고 있다. 이는 재고를 직접 보유한 뒤, 직배송(직접배송, 전담배송) 형태의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의 특징 때문이라는 것이 세빌스코리아의 설명이다.
우정하 세빌스코리아 팀장(물류센터 임차마케팅 담당)은 “온라인 물류센터의 니즈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수도권 외곽 물류센터의 경쟁력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며 “이와 함께 수많은 유통업체들이 물류센터를 직접 구축·운영하는 추세가 늘어나면서 기존에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물류센터 서비스를 제공하던 3PL업체, 즉 순수 혈통 물류업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빌스코리아 물류팀의 분석에 따르면 물류센터는 용도에 따라 크게 ‘3PL센터’, ‘택배센터’, ‘온라인 센터’로 나뉜다. 우선 3PL센터는 ‘보관’ 기능이 핵심이 되는 물류센터다. 대규모 화물이 한 번에 입고되는 특징이 있으며, 여러 화물을 ‘재고’ 형태로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에 따라 간헐적인 출고 작업이 이루어진다.
반면 택배센터는 보관이 아닌 ‘분류’ 기능에 초점이 맞춰진 물류센터다. 즉 당일 도착한 화물을 당일 분류해서 출고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택배센터는 ‘크로스도킹(Cross-Docking) 센터’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차량 입출고가 잦아 3PL센터에 비해 많은 도크(Dock)를 필요로 하는 택배센터의 특징 때문이다.
한편 온라인 센터는 3PL센터의 ‘보관’ 기능과 택배센터의 ‘분류’ 기능이 혼합된 물류센터라고 할 수 있다. 3PL센터처럼 재고를 많이 보관해두지만, 동시에 수시로 나가는 화물의 분류 또한 중요하다. 온라인 물류센터는 주로 수도권 인접 지역에 입지한다. 이는 대한민국 화물 물동량의 약 60%가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사업자가 배송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게 세빌스코리아의 설명이다.
우 팀장은 “온라인 물류센터는 주로 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장지동, 김포, 군포, 구리 등지에서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온라인 유통업체의 물류센터 확충 추세로 인해 향후 택배사가 처리하던 물량이 온라인 물류센터에 흡수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물류센터 가운데서도 특히 냉장냉동 온라인 물류센터의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최근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 증가 등 생활방식의 변화로 신선식품, HMR(가정간편식), 온라인 신선식품 등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세빌스코리아가 2016년 하반기에 발표한 ‘2016년 물류시장 동향 및 임차인 선호도 조사(조사기간 2016년 6월~9월, 물류센터 임차인 110명 대상)’에 따르면, 냉장·냉동 물류센터 혹은 상온과 냉장·냉동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혼합 물류센터의 수요가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참여자 중 약 50%에 가까운 임차인이 상온시설과 저온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혼합형 물류센터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냉장·냉동 온라인 물류센터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냉장냉동 물류센터는 대부분 3PL(보관형)센터였다. 즉 육류, 농작물 등의 상품을 잔뜩 보관해두었다가 필요에 따라 간헐적으로 입출고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기존 냉장냉동 물류센터로는 매일 발생하는 고객 수요에 따라 바로 입출고가 가능한 온라인 신선식품 물류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때문에 일부 업체는 상온 물류센터를 임대한 뒤 개조하여 온라인 물류센터를 확충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우 팀장은 “2016년 중반부터 냉장·냉동 물류센터를 찾는 온라인 유통업체의 문의가 세빌스코리아에 상당히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하여 제대로 안내해주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기존 냉장·냉동 업체가 가지고 있는 4~5개의 도크로는 20~30대 차량의 동시접안이 필요한 온라인 신선물류센터의 출고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냉장·냉동 물류센터에 있어 ‘도크시설’은 특히 중요하다”며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고무패킹 도크를 통해 온도에 민감한 상품의 훼손을 막는 것이 냉장·냉동 물류센터의 기본이며, 이 때문에 기존 상온센터와 물류센터는 설비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온라인 유통업체가 물류센터를 직접 구축·운영함으로써 갖는 이점은 무엇일까? 우선 ‘묶음배송(합포장)’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점이다. 실제로 묶음배송은 쿠팡,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 물류센터를 확충한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강점이기도 하다. 여기에 상품을 직접 구매하여 판매하는 ‘직매입’ 개념까지 더해지면, 상품 구매량 증가에 따라 ‘구매력(Buying Power)’을 높일 수도 있다. 유통업체가 자가 물류센터를 확충하는 이유다.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묶음배송’을 내세우는 이유는 고객 편의를 위해서다. 기존 오픈마켓은 순수 플랫폼 사업자로서 판매자(Seller)가 플랫폼에 올린 상품의 주문이 발생할 때, 물류는 오픈마켓이 아닌 판매자가 직접 담당해왔다. 때문에 소비자가 지마켓이나 11번가 등 하나의 오픈마켓의 여러 판매자로부터 상품을 구매할 경우, 상품 각각의 택배비를 동시에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판매자마다 택배 포장, 발송시간도 달라 택배수령 시간이 균일하지 않는다는 단점도 존재했다.
하지만 물류센터를 통해 ‘묶음배송’이 가능해지면 이와 같은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동시에 여러 상품을 하나의 포장 안에 넣어 배송함으로써 물류비 절감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실제 사례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베이코리아는 경기도용인에 1만 1,900㎡(약 36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상품 입고, 포장, 배송, 재고관리 등 판매회원을 대상으로 물류 운영을 수행하는 것이 이 물류센터의 주목적이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해당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배송비 절감을 이뤄냈으며, ‘당일발송·익일배송’이 가능하도록 하여 신속성까지 높일 수 있었다.
이베이코리아의 용인 물류센터는 지마켓과 옥션의 ‘스마트배송’을 지원한다.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2014년부터 직접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만 모아놓은 ‘스마트배송관’을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배송관을 이용하면, 판매자가 달라도 1회 배송비만으로 한번에 여러 상품을 묶음배송 받을 수 있다. 소비자는 오후 6시 이전에 ‘가공식품’, ‘생활용품’, ‘문구’, ‘패션잡화’ 등 생필품 위주의 상품을 주문하면, 익일에 받아볼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CJ대한통운과 협력해 스마트배송 ‘전담택배’ 시범 서비스도 도입했다. 전담택배란 이베이코리아의 물량만을 처리하는 배송 인력에게 별도의 유니폼을 지급하고 택배차량에는 스마트배송 로고를 붙인 뒤 물류를 아웃소싱하는 방식이다. 전담택배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소비자는 이베이코리아의 배송서비스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17년 3월 기준 이베이코리아는 서울, 서초, 강남, 송파, 강동구 거주 고객을 대상으로 전담택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베이코리아는 글로벌샵(중문샵과 영문샵)의 물류운영 효율화를 위해 지난 2014년 12월 경기 수원에서 운영하던 해외물류센터를 인천으로 이전했다. 당초 1,200평에 달했던 물류센터 규모는 지난해 3월 4,000평으로 넓어졌다. 이베이코리아의 인천 해외물류센터는 ‘합배송’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기존에 해외 거주자가 소량의 여러 제품을 구매할 경우 각각의 배송비부터 세금까지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이를 한 번에 묶어서 배송함으로써 소비자는 이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재선 이베이코리아 물류기획팀장은 “판매자가 직접 배송하는 오픈마켓의 단점을 보완하는 묶음배송 전략을 통해 스마트배송이 고객에게 편리한 쇼핑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며 “매년 증가하는 온라인 수출에서도 배송비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고객이 한 번에 여러 상품을 받으실 수 있도록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2016년 4월 지상 4층, 총면적 3만㎡(약 9075평)의 이천 물류센터를 오픈했다. 이천 물류센터는 11번가가 직접 매입한 제품을 판매하는 ‘직매입’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또한 이천 물류센터 역시 고객이 11번가에서 주문한 상품을 모아 한 번에 배송해주는 ‘합포장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천 물류센터는 11번가의 직매입 상품 판매 서비스 ‘나우배송(NOW배송)’을 지원한다. 11번가가 재고관리와 고객CS를 책임지기 때문에 고객은 11번가가 직접 판매하는 제품의 품질, 유통기한 등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쇼핑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11번가는 직매입으로 유통단계가 줄면서 고객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11번가의 나우배송 상품에는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마트 제품군이 포함돼 있다. 라면, 즉석밥, 생수, 커피 등 가공식품부터 휴지, 세제 등 생활용품, 유아용품, 건강식품, 애완용품, 의류, 잡화까지가 나우배송 직영몰에서 판매되는 대표적인 상품군이다. 또한 고객이 주문한 기획전 내 상품을 모아서(합포장) 한꺼번에 배송하므로 고객은 배송비를 아낄 수 있다. 복잡한 옵션 가격 없이 표기된 상품 가격 그대로 주문할 수 있는 점도 고객 편의 측면에서 장점으로 꼽힌다. SK플래닛은 이외에도 11번가 자체 PB상품 ‘레어하이(RAREHIGH)’를 나우배송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SK플래닛이 2016년 9월 론칭한 브랜드 의류/잡화 대여 서비스 ‘프로젝트 앤’ 역시 이천 물류센터 내 프로젝트 앤 전용 공간에서 관리되고 있다. 배송부터 회수, 세탁, 수선, 검품 등 패션 스트리밍 서비스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게 SK플래닛의 설명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직매입 사업을 통해 기존 오픈마켓의 정형화된 틀을 뛰어넘겠다”며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신개념 배송서비스를 강화하여 11번가만의 차별화된 가격경쟁력과 고객 편의성을 모두 확보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