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직구 관세법 위법논란 프리퀄
▲쿠팡이 내건 로켓직구의 강점. ‘개인통관고유부호’가 필요 없다는 내용도 적시돼있지만, 취재 결과 쿠팡이 통관 이전에 관세법인을 통해 이를 수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자료: 쿠팡)
지난 4월 쿠팡은 해외직구 브랜드 ‘로켓직구’를 출시했다. 쿠팡에 따르면, 로켓직구는 기존에 쿠팡이 제공하던 ‘쿠팡직구’의 상품 가짓수(Selection)를 늘리고, 4일 배송을 3일로 단축하여 브랜드화한 서비스다. 쿠팡은 로켓직구의 강점이 ‘3일 내 배송’과 주문 이후 제품 준비부터, 통관, 도착에 이르기까지 ‘배송 전 과정의 실시간 확인’이라고 설명한다.
소비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쿠팡의 설명대로라면, 로켓직구는 해외 사이트에 배송대행지 사업자의 주소를 입력해 직접구매하는 방식에 비해 배송 시간은 획기적으로 짧고, 영문사이트에 방문해 직접 주문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배송대행지를 통한 직구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배송 현황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심지어, 로켓직구는 주문 시 구매자에게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쿠팡이 내건 ‘구매대행’ 방식으로는 로켓직구가 물리적으로 실행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쿠팡 로켓직구 구매 페이지의 ‘해외구매대행 서비스 이용시 유의사항’에 따르면, 로켓직구는 ‘구매대행업자’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다. 구매대행업자를 통한 ‘일반적인’ 방법으로 ‘3일 배송’과 ‘배송 전 과정 트래킹’이 가능할까.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 쿠팡이 로켓직구 구매페이지에 내건 해외구매대행 서비스 주요내용. 쿠팡에 따르면 로켓직구는 ‘구매대행업자’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이며, 구매대행업자는 본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상품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다.
흔히 ‘리셀러’라고 불리는 구매대행업체는 한국 마켓플레이스에 해외 상품을 올려두었다가 고객 주문이 발생했을 때 상품을 대리 구매해 고객에게 배송해주는 사업자를 말한다. 가령 미국 아마존에 등재돼 있는 상품 페이지를 한국 마켓플레이스에 한국어로 올려두고, 한국 고객이 주문을 하면, 아마존에서 해당 상품을 구매한 뒤, 배송대행업체 등의 물류망을 이용해 한국으로 상품을 들여와 재판매하는 식이다.
이러한 프로세스 탓에 구매대행업체는 배송시간을 확정하여 고객에게 알려주기 어렵다. 해외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셀러가 상품 품절, 재고 미보유 등의 이유로 상품 발송을 지연했을 때, 이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매대행업체는 상품 실물을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정확한 배송비를 사전에 책정하는 것도 어렵다.
▲ 인터파크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외상품. 인터파크의 안내에 따르면 구매대행업자가 해외 오픈마켓 상품을 구매하여 배송하는 경우 통상 배송기간은 5~15일 걸린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구매대행업체가 ‘재고’를 보유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인터파크의 해외상품 구매 페이지에는 해외구매대행업체에서 판매하는 국내배송 상품은 통상 2~5일 내에 배송된다고 안내돼 있다. 2~5일 만에 배송이 완료될 수 있는 이유는 해외구매대행업체가 재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일반적인 리셀러 방식과는 다르다는 것이 복수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쿠팡의 3일 배송 역시 구매대행업체의 재고 보유를 통해 가능한 것일까. 그러나 쿠팡의 ‘해외구매대행 서비스 이용시 유의사항(17년 5월 기준)’에 따르면, 로켓직구 구매대행업자는 로켓직구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상품 등의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다. 즉 쿠팡 로켓직구의 ‘3일 배송’과 ‘배송 전 과정 트래킹’은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그러나 ‘재고 보유 없이’ 이뤄진다는 말이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쿠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 내에서 직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전부 이용 정보에 포함시키다보니 착오가 있어 보일 수 있다”며 “직구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구매대행업체가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다양한 해외구매방식을 고려해서 작성한 부분(임을 감안해야 한다)”이라 밝혔다.
물론 로켓직구의 3일 배송이 이론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 로켓직구의 3일 배송에 두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첫째, 국내 보세창고 혹은 물류센터에 이미 반입돼 있는 상품을 ‘직구’인 것처럼 배송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쿠팡이 첫 번째 가설대로 한국 물류센터에 물건을 미리 보관해두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면, 쿠팡은 ‘전자상거래 특별통관’ 기준을 어기는 셈이고 이에 따라 ‘관세 포탈’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쿠팡의 ‘해외구매대행 서비스 이용시 유의사항’에 따르면, 이 경우 개인수입통관원칙에 의거, 구매자가 납세 의무자가 되며 구매자는 15만 원 이하의 주문 상품에 대해 ‘소액 면세’ 혜택을 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로켓직구는 ‘개인통관고유부호’ 없이 결제가 가능하다”며 “직구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개인통관고유부호나 주민등록번호 없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은, 쿠팡이 잘 팔리는 해외상품을 미리 국내로 들여와 배송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쿠팡의 로켓직구 구매 페이지에 언급된 로켓직구 통관 및 과세에 대한 안내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크로스보더 물류업체 A사 대표는 “쿠팡이 국내에 B2B로 상품을 가지고 와서 재고를 보유하고 판매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쿠팡이 그 방법을 썼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러한 방법은 관세법에 저촉되며, 관세법을 위반하면 법인과 대표이사가 동시에 고발되는데, 쿠팡이 그러한 모험을 했을 리는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두 번째 가설, 로켓직구의 구매대행업체가 해외에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다. 이 경우 배송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구매대행업체가 미국 등 현지에서 미리 보관하고 있는 상품을 당일 출고하면, 항공을 통해 하루 만에 한국으로 배송하고, 반나절 통관 절차를 끝낸 뒤, 택배를 통해 익일배송을 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 해외상품을 판매하는 여러 업체가 실제로 사용하는 방법이며, 이론적으로 3일 안에 배송을 완료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쿠팡이 로켓직구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는 현시점(17년 5월 기준)에 이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했다.
쿠팡의 로켓직구에는 무엇이 감춰져 있는 것일까. 미국-한국 간 전자상거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B사 대표는 “재고를 두지 않고 3일 배송과 전 과정 트래킹이 가능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며”며 “일단 현지에 재고만 있으면 이론적으로 3일 배송을 하는 것은 가능하니,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직접 상품을 주문해보고 상품 동선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B사 대표의 말대로 직접 주문을 해보지 않고서는 로켓직구 3일 배송의 비밀을 풀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본 기자는 4월 27일(목) 오후 6시 51분(미국 LA 현지시간: 27일 오전 2시 51분) 쿠팡 로켓직구를 이용해 세 가지 상품을 주문했다. 34,600원 상당의 건강기능식품 하나와 식품 2개였다. 주문 시 개인통관고유부호는 입력하지 않는 것으로 선택했다.
대한항공 항공운송장 조회 결과에 따르면, 기자가 주문한 상품은 미국 LA 현지시간 기준 27일 오후 8시 31분(한국시간: 28일 오후 12시 31분)에 접수되어, 같은 날 오후 11시 54분(한국시간: 28일 오후 3시 31분)에 미국 LA 국제공항(LAX)을 출발했다.
기자가 상품을 주문한 시간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새벽 2시 51분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겨우 반나절 만에 상품 선적이 완료된 것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쿠팡이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눈여겨볼 만한 점은 하나 더 있다. 기자가 로켓직구로 주문한 3개의 상품이 하나의 박스에 ‘합포장’되어 배송됐다는 점이다. 어딘가에 재고를 보유하고 배송을 처리했다는 가설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항공운송장 조회 결과에 따르면 기자가 주문한 상품은 29일 오전 9시 4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상품이 도착하기 이전인 28일 오후 6시 10분, 기자는 관세법인 천지인을 통해 로켓직구 통관용 개인정보 요청 문자를 한 통 받았다. 쿠팡이 혹 한국 물류센터에 재고를 쌓아두고 있진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입력하지 않았다. 그러자 29일 오후 3시 34분 또 다시 개인정보 요청문자가 발송됐다.
▲ 쿠팡은 통관 이전 관세법인을 통해 개인통관고유부호 혹은 그것을 대체하는 ‘주민등록번호’를 따로 수집했다. 로켓직구에서 ‘개인통관고유부호’ 없이 주문이 가능한 이유다.
기자가 직접 로켓직구를 이용해본 결과, 쿠팡이 국내 물류센터에 상품을 쌓아놓고 ‘직구’인 것처럼 상품을 배송한다는 가설은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품이 국내에서 온다면 개인통관고유부호가 필요할 일이 없지 않은가. 다만, 쿠팡이 애초에 개인통관고유부호 없이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것은 주문 과정에서 구매자의 번거로움을 덜어 구매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에서 확인했듯, 이 번거로움은 뒤로 잠시 미뤄진 것에 불과하며,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이후 상품을 수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 통관 절차는 30일 오전 9시 37분에 끝났으며, 5월 1일 오전 10시 58분에 우체국 택배에 배송이 접수된 뒤 5월 2일 오후 12시 14분 최종 배송이 완료됐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면 3일 만에 상품이 배송된 것이다. 로켓직구의 3일 배송은 정말 존재했다.
여기까지 정리해보면, 쿠팡은 아마 ‘어딘가에 쌓여 있는 재고’를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배송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가설은 쿠팡이 자사 로켓직구의 판매자인 ‘구매대행업체’가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된다. 가설이 틀린 것일까, 쿠팡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기자는 한 취재원의 제보를 통해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쿠팡글로벌의 물류센터를 목격한 한 관세법인 관계자는 “작년 미국에 방문했을 때 LA 리버사이드 인근에서 쿠팡의 물류센터를 직접 봤다”며 “보안 문제로 내부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쿠팡글로벌’이라는 사명이 정확히 적혀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취재원의 제보대로, 쿠팡의 구매대행업체인 ‘쿠팡글로벌’이 LA물류센터에 미리 재고를 보유해두었다가 고객이 주문했을 때 상품을 국내배송 한다고 가정해 보면 로켓직구 3일 배송의 비밀은 모두 풀리게 된다.
그러나 쿠팡 관계자는 “해당 위치에 물류센터 같은 형태의 건물이 있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그 건물에 실제 재고가 있는지는 현지의 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쿠팡에 따르면 현재(17년 5월 기준) 로켓직구에는 ‘쿠팡글로벌(Coupang Global LLC)’이라는 업체만이 단독입점해 있다. 실제 로켓직구 상품 목록을 하나씩 클릭해보면 모든 판매자가 쿠팡글로벌임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구매대행업체인 쿠팡글로벌이 쿠팡과 같은 회사라면, 이는 쿠팡의 로켓직구가 쿠팡의 국내 직접물류인 ‘로켓배송’의 국제 버전인 셈이 된다. 물론 로켓직구의 국내배송은 로켓배송 대신 우체국택배가 담당한다. 이에 대해 크로스보더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건의 배송을 할 때마다 적자가 생긴다는 쿠팡 로켓배송을 쓰느니 우체국택배를 쓰는 게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쿠팡 관계자는 “현재(17년 5월 기준)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쿠팡과 쿠팡글로벌이 별개의 회사라는 것”이라며 “쿠팡은 아이템마켓과 동일한 플랫폼 제공 사업자이고, 쿠팡글로벌은 판매 셀러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기자의 다른 질문에 즉답을 피해온 쿠팡이 “쿠팡과 쿠팡글로벌은 다른 회사”라는 사실은 명확히 밝혔다. 쿠팡은 로켓직구 판매자 입점 기준이 꽤 까다로우며, 쿠팡글로벌은 그것을 통과한 회사라고 강조했다. 기자는 쿠팡글로벌의 이름에 왜 ‘쿠팡’이 들어가 있냐고 물었다. 쿠팡은 자신들도 모른다고 답했다.
쿠팡의 주장대로 쿠팡과 쿠팡글로벌은 별개의 회사일까. 흥미로운 사실은 현직 쿠팡 임원들이 쿠팡글로벌의 대표를 맡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총무처 홈페이지(https://sos.wa.gov)를 살펴보면 워싱턴 시애틀 소재의 쿠팡글로벌(Coupang Global LLC) 대표(Governor)는 리차드 송(Richard Song)과 브래드 하박(Brad Harbach)이다. 그런데 쿠팡 미국홈페이지(http://www.coupang-usa.com)에 따르면 리차드 송은 쿠팡의 CFO이며, 링크드인에 따르면 브래드 하박은 2015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쿠팡 글로벌 수입 담당 이사(Director-Global Imports)를 맡고 있다. 심지어 브래드 하박은 쿠팡 로켓직구 판매 페이지에 쿠팡글로벌의 ‘대표자’로 명기돼 있다.
▲ 미국 총무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한 쿠팡글로벌 기업정보. 리차드 송과 브래드 하박이 공동대표로 명기돼 있다.
더욱이 쿠팡의 미국 홈페이지에 올라온 채용공고에는 쿠팡글로벌의 이름을 하단에 적시하고 있다. 이쯤 되면 쿠팡과 쿠팡글로벌이 전혀 다른 회사라는 데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쿠팡과 쿠팡글로벌이 법적으로 개별회사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쿠팡글로벌이 쿠팡과 전혀 관계가 없는 회사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쿠팡글로벌에 무언가가 존재한다.
<쿠팡, 로켓직구로 관세법 위반 논란 "쿠팡글로벌이 뭐길래">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