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하나에 얽힌 복잡한 구조

‘빵플레이션’을 다시 생각하다

by 김수철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자주 들린다.

“왜 이렇게 빵이 비싸졌지?”

“예전엔 동네에서 3천 원이면 샀는데, 요즘은 아무리 싸도 5~6천 원이야.”


뉴스에서는 밀가루나 설탕 가격이 올라서 그렇다고 하고, 정부는 물가 통제에 애쓴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느끼고 있다. 그걸로 뭔가 다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지금, 단순히 식재료가 비싸서가 아니라 ‘빵’이라는 일상 소비품 뒤에 숨어 있는 복잡한 사회 구조와 마주해야 된다.



1. 원가보다 더 큰 것, 판매관리비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빵 가격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 재료비: 약 30%

• 인건비 및 제조경비: 약 25%

• 판매관리비: 42.4%


놀랍게도, 빵값의 절반 가까이가 판매관리비로 설명된다. (보고서에 나온 판매관리비엔 마케팅비용, 물류비용, 임대료, 본사 로열티 등이 들어간다)

재료나 인건비보다 더 많은 비중이, 마케팅·물류·임대료·로열티 등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판매관리비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왜 이렇게까지 높은가?



2. 판매관리비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다


판매관리비는 구조다.


누가 시장을 설계했고, 누가 유통망을 쥐고 있으며, 누구에게 권력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 본사는 광고비, 물류비 등을 포함한 ‘브랜드 유지비용’에 많은 돈을 쓴다고 말한다.

• 가맹점주는 로열티가 너무 비싸고 본사가 과도하게 가맹점을 착취한다고 느낀다.

• 소비자는 이 모든 것이 포함된 ‘비싼 가격’만 마주하게 된다.

• 정부는 이 구조를 이해하지만, 손을 대지는 못한다.


누구도 악인이 아닌데, 모두들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인데,

결국 이 구조 안에서는 가장 약한 사람들이 가장 많은 부담을 지게 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3.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만 이렇게 심각한가?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화와 대량 유통망이 중심이 되는 구조는 흔하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빵값이 ‘비정상적으로’ 비싸다.

왜 그럴까?


첫째, 중간 규모의 빵집이 사라졌다


프랑스에는 수많은 동네 빵집이 존재하고, 일본에는 적당한 가격의 중소 브랜드가 많다.

반면 한국은 ‘프랜차이즈’ 아니면 ‘영세 자영업자’뿐이다.

이 양극단 구조 속에서 브랜드는 가격 통제력을 독점하고, 영세업자는 싸게 팔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둘째, 상권 구조가 임대료를 가격에 얹는다


임대료는 판매관리비의 대표적 항목이다.

특히 한국처럼 상권 중심 자영업 문화가 강한 나라에서는, ‘좋은 자리에 있는 매장’은 필연적으로 더 비쌀 수밖에 없고,

그 비용은 다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셋째, 자영업자 과잉과 본사 종속 구조 고착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OECD 평균 대비 월등히 높다.

그중 다수가 은퇴자, 구조조정 피해자들로 직업 훈련 없이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 진입한다.

경쟁력 없이 진입한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결국 프랜차이즈에 의존하고, 대부분의 결정권은 본사에 넘어간다.

본사에 대한 불만은 크지만, 내가 살아남기 위해선 인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넷째, 정치가 이 구조를 유지한다


자영업자는 정치적으로 ‘건드리기 어려운 집단’이다. 인구도 많고, 조직도 빠르며, 불만도 쉽게 표로 연결된다.

결국 정치권은 이들을 시장 경쟁에 맡겨 자연스럽게 정리되도록 하기보다 ‘유지’하는 쪽을 선택한다.

즉, 구조적 비효율은 ‘정치적 생존 비용’으로 인해 고착되는 것이다.



4. 그리고 우리는, 그 구조의 끝에서 ‘빵’을 집는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 6천 원짜리 크루아상이고,

그 가격 안에는 밀가루나 설탕보다 훨씬 많은 다른 것들이 들어 있다.

• 임대료가 들어 있고,

• 브랜드 마케팅비가 들어 있고,

• 프랜차이즈 본사의 관리비와 유통 마진이 들어 있고,

• 정치가 손대지 못한 구조적 불균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5. 빵값은 비싼 게 문제가 아니다


빵이 비싼 이유가 단순히 물가 상승 때문이라면, 그건 대응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한 ‘빵플레이션’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빵으로 생존하려 하고,

그 구조를 누구도 손대지 못하기 때문에, 빵은 앞으로도 싸질 수 없다.



글을 마치며


빵은 누구나 먹는 식품이지만,

그 빵을 만드는 구조는 결코 ‘소박하지’ 않다.


‘빵플레이션’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프랜차이즈나 본사만을 탓할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 자영업의 구조, 시장의 비효율, 정치의 침묵, 소비자의 선택까지 모두 포함해서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물론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가맹점 착취 구조를 가진 일부 기업들이 문제의 중심에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를 한 기업의 탐욕이나 ‘악마 같은’ 경영진의 탓으로 단순화하고,

정치인이 회장을 혼내는 장면에 사이다를 외치는 것으로 끝낸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건 지나치게 복잡한 세상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는 방식이다.

우리가 진짜로 마주해야 하는 것은 빵 하나에 얽힌 이 사회의 권력, 생존, 감정, 정치, 구조 그 자체다.


그 안에서야말로 “왜 이렇게 빵이 비쌀까?”라는 질문에 대한 진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