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1년 차 시절…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어느 새벽. 강아지 짖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며 환자가 내원하였다.
안정실에 앉아 있는 환자는 계속 불안해하며 방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강아지 소리의 환청으로 대화를 제대로 이어나가질 못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 키우던 강아지가 도로로 뛰어들어 차에 치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강아지를 많이 키우지도 않았고, 반려견 문화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로 환청이 들릴 정도로 충격을 받을 수가 있나?‘라고 생각을 했었던 게 기억난다.
지금은 당연히 사고로 가족을 잃은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룹 클론의 강원래 씨가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가 죽어가는 걸 보고 끌어안고 오열하는 영상은 지금도 눈물샘을 자극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것들과 이별하고 각자 마음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애도반응을 보인다.
이 애도반응에 대해 많은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하였고, 일부 연구 결과들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죽음과 죽어감”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정신과의사 퀴블러 로스는 애도 과정을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의 5단계로 설명하였고,
애착이론으로 알려진 영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 존 보울비는 애도반응을 아래와 같은 4단계로 말했다.
1) 충격을 받고 무감각해짐.
2)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고 되찾고 싶어 헤맴.
3)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우울감을 느낌.
4) 점차 자신의 생활을 회복하면서 자신을 추스르게 됨.
실제 임상에서는 애도반응을 ‘임상 진단이 요구되지 않는 정상적이고 문화적으로 수용 가능한 반응’으로 보기도 하지만,
주요우울장애, 지속성 복합애도장애로 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지적 면담을 지속하며 기분, 감정의 변화를 유의 깊게 관찰한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사별로 오신 분들을 상담하게 되면,
정상적인 애도반응을 거쳐가며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점차 자신의 생활을 회복할 것이고,
매년 기념일 효과로 이맘때쯤 힘들 수 있지만 결국 우리의 회복탄력성으로 인해 서서히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을 해드린다.
(1년 이상 애도반응이 지속되며 다양한 기분증상 및 신체증상, 개인적/사회적/직업적 손상이 지속될 경우 우울증 관련 치료가 필요한 것도 덧붙여서.)
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기술이 발달하며, 이러한 애도반응의 양상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같다.
얼마 전 한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AI를 이용하여 한 패널의 작고하신 어머니를 마치 지금 살아계신 것처럼 복원하여 아들의 결혼을 축하해 주는 영상을 보았다.
2020년 엠넷에선 그룹 거북이의 터틀맨을 AI를 이용해 홀로그램으로 재현하여 실제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하기도 했었다.
최근 하였던 한 게임에서도 죽은 아들을 보내주지 못하고 아들이 만든 가상세계 안에서 가짜 인생을 살아가는 가족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었는데,
기술의 발전이 우리를 어떤 방향으로 보내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애도반응을 도와 좀 더 우리가 안정적으로 슬픔에서 벗어나게 만들지 아니면 애도반응의 중간에 멈춰 서서 영원히 그 슬픔 안에서 살아가게 될지….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우린 죽은 이들과 이별해야 한다.” - 클레르옵스퀴르 33원정대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