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야기를 정신과 의사가 한다고 하면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요즘 점점 확신한다.
경제는 더 이상 과학이 아니라, 인간 심리의 전쟁터다.
수요·공급? 그런 건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다.
수요가 줄어도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많아도 가격이 오르는 기묘한 현상.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건 결국 ‘사람’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경제를 심리학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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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요즘 청년들이 해외투자를 하는 건 쿨해 보이고 싶어서”
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 문장을 듣는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쳤다.
정말 청년들이 ‘펀쿨섹시’한 느낌을 내고 싶어서 해외주식을 사는가?
웃기지 마라.
청년들에게 투자는 생존이다.
월급은 그대로이고 집값은 하늘을 뚫었다.
이 상황에서 해외 ETF를 사는 건
쿨함이 아니라 절박함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말’을 할까?
나는 답을 이렇게 본다.
그 자리에 앉으면 인간은 누구나 그 자리에 맞는 인간이 된다.
왜곡된 말이라도 해야 살아남기 때문에 뻔뻔해진다.
은행총재, 국회의원, 금융위원장 등등등…
그들이 어리석어서 저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그 자리에 있으면
• 책임을 지고 싶지 않고
• 실패를 인정하기 어렵고
• 대중의 분노를 피해야 하며
• 조직 논리 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말’을 고를 수밖에 없다.
이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심리의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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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담실에서 늘 보는 패턴이 있다.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할 때 이유는 두 가지밖에 없다.
1. 돈 때문
2. 그릇된 신념 때문
정치인, 경제인, 금융기관은 대체로 첫 번째다.
“주식 5000 갑니다!”
“지금이 빚내서 투자할 때입니다!”
이런 말들을 당당하게 외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 말을 해야 자기 이득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사람은 원래 자신에게 가장 이득인 방향으로 말하고 행동한다.
정책의 프레임, 기자회견의 문장, 전문가의 조언.
그 모든 것이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생존 전략”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현실에서 당신을 공짜로 도와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당신을 도와준다면 99.99%는 사기꾼입니다.
1 금융권 대비 2% 이상의 수익을 약속하면, 원금을 훔쳐갈 것입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더 날카롭고, 사람들의 의도는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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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율이 미친 듯이 올랐다.
한국은행은 돈을 풀고 금리를 못 올리고
정부는 재정을 마구 쓰니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건 너무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상한 프레임을 만든다.
“청년들의 무분별한 해외투자 때문”
“글로벌 환경 때문”
“뉴프레임워크로 해결할 것”
말이 좋아 프레임이지, 사실은 현실 회피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심리,
국민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만,
정책 실패를 인정하면 위험해지는 자리의 공포.
결국 환율의 폭주조차
경제 논리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가 만든 것들이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들을 욕하지는 말자.
우리가 그 자리에 가도 똑같이 그럴 테니.”
이 말은 그들을 변호하는 게 아니라
인간에 대한 냉혹한 이해다.
자리와 권력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
그건 타고난 인간의 뇌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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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점 이렇게 느낀다.
경제는 논리가 아니라 심리다.
숫자가 아니라 인간이다.
• 자기 정당화
• 이득극대화
• 불안
• 집단행동
• 책임회피
• 내로남불
이 모든 것들이 얽혀 돌아가는 것이 한국경제다.
그러니 숫자보다, 정책보다, 뉴스 헤드라인보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심리를 먼저 읽어야 한다.
그걸 인정하면
분노도 줄고
상처도 덜 받고
결국 더 냉정하게 나를 지키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니 경제를 이해하기 전에 우선 먼저 ‘인간’을 이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