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형 배우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솔직한 조언

ㅡ 어떤 배우자와 결혼해야 될까?

by 김수철


정신과 진료를 하다 보면

부부 상담으로 내원하는 경우를 자주 만난다.


가정폭력, 성격 차이, 쇼윈도 부부,

자녀 양육관의 차이, 고부갈등과 장서갈등까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상담실 문을 두드리지만,

행복한 얼굴로 들어오는 부부보다

고통스러운 표정의 사람들이 훨씬 많다.


이런 장면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해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생각이 쌓이게 된다.


그런데 아주 가끔,

이상하게도 진료실에 좋은 에너지를 남기고 가는 부부들이 있다.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건강한 사람들이다.


이 글은

그 수많은 갈등과 드문 회복의 장면들을 보며

정신과 의사로서 마음속에 쌓였던 생각들을

정리해 본 기록이다.



1. 대부분의 부부 갈등은 사실 ‘돈’ 문제다


상담실에서 사람들이 꺼내놓는 이야기는 다양하다.

성격 차이, 말투, 시댁 문제, 육아 스트레스.


하지만 그 원류를 따라가다 보면

대부분 경제적 문제 혹은 경제적 스트레스에 닿는다.


꼭 “돈이 없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경제적 불안은

사람의 심리적 에너지를 빠르게 고갈시키고,

사소한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경제적 어려움이 매우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누가 봐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있지만,

겉으로 보기엔 “생각보다 살 만한데?” 싶은 사람 역시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호소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서울에 자가가 있고, 대기업 부장까지 달았지만

퇴직 시점과 퇴직금 문제로 매일이 지옥 같다고 말하는 사람.

객관적 조건과 주관적 고통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움직인다.


예전에 본 한 인터뷰가 떠오른다.

외국인이 한국 사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에는 외로움이 만연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산다.”

“경쟁이 심해 보이지만, 사실은 각자 마음속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쉽게 고립된다.”


결국 문제는

통장 잔고의 절댓값이 아니라

돈에 대한 불안이 그 사람의 삶을 얼마나 지배하고 있느냐다.



2. 완벽한 사람은 상상 속에만 있다


진료실에서 배우자 이야기가 시작되면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단점이 쏟아진다.


“공감 능력이 없어요. 사람 새끼가 아니에요.”

“무능력하고 식충이예요. 집에 있는 꼬락서니만 봐도 화가 나요.”

“애들한테만 집착하고 자기 인생이 없어요.”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모든 사람은 동전과 같아서,

한 면의 장점을 가지면

반대편의 단점도 반드시 함께 가진다.


우리는 장점만 취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다.


계획적이고 철두철미해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면,

그 이면에는 여유 없고 보채는 성향이 따라온다.

문제는 단점의 존재가 아니라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요즘 유행하는 ‘육각형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외모 / 집안 / 직업 / 자산 / 학력 / 성격

이 육각형이 완성되면,

그에 대응하는 부정의 육각형도 반드시 따라온다.


• 외모 <-> 불륜

• 집안 <-> 고부갈등

• 직업 <-> 꼰대

• 자산 <-> 돈자랑

• 학력 <-> 잘난척

• 성격 <-> 우유부단


정신과 의사로서 단언컨대

장점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당신을 등쳐먹으려는 사기꾼이거나,

결혼 전까지만 연기를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결혼하면 100%, 돌변한다.



3. 생각보다 부부들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


사람은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

독심술은 없다.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부부들이

“말 안 해도 알아서 알겠지”라는

이상한 기대를 품고 산다.


“우리는 대화 많이 해요”라고 말하는 커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기 생각이 아니라

자기감정만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이건 대화가 아니다.

서로의 급소를 노리는 펜싱에 가깝다.


건강한 대화란

자기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

그리고 불편한 이야기를 들어도

무너지지 않는 회복탄력성이 함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


정리해 보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당연히 좋다.

개인적으로는

가정불화의 70% 이상은 돈 문제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말은

통장에 얼마가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돈에 대한 불안이 적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


통장에 100억이 있어도

1000억을 가지기 위해

경주마처럼 달려가는 사람과의 결혼은

결국 본인 외 나머지 구성원들이 괴롭고 외로워진다.


누군가는

“울어도 마티즈 안에서 울 바엔

페라리 안에서 우는 게 낫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마티즈냐 페라리냐가 아니라

안 우는 삶이다.

울고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육각형을 찾는 것, 개인의 취향이다.

조건이 좋으면 좋을수록 다다익선일 수도 있다.

다만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장점을 취하는 순간,

그 이면의 단점도 함께 가져온다는 사실을.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이다.


100세 시대,

우리는 수십 년 동안

갈등 대화 협상 해소

이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 과정이 막히는 순간

사람은 이치에 맞지 않는 선택,

충동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들은 서서히 인생을 갉아먹는다.


여기까지가

정신과 의사로서,

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제 궁금하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