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훈육 하지 말자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의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은
“안 돼요”, “하지 마”, “뛰지 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훈육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장면은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지 않게 만드는 것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나는 행동심리학자 B.F 스키너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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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사람의 행동을 조절하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 강화(reinforcement)
• 소거(extinction)
강화는 잘 알려져 있다.
어떤 행동 뒤에 보상이 주어지면 그 행동은 반복된다.
그리고 강화에는 네 가지 방식이 있다.
• 고정비율 : 10잔 마시면 한잔 무료 커피쿠폰
• 변동비율 : 도박, 슬롯머신, 가챠, SNS 좋아요
• 고정간격 : 월급
• 변동간격 : 낚시
이 중에서도 변동비율 강화는 행동의 지속성을 가장 강하게 만든다.
도박, 로또, 그리고 연애에서 “썸이 더 설레는 이유”.
얼마 전 결혼정보업체 ‘우연’과 유튜브 영상을 찍으며
“연애보다 썸이 더 설레는 이유”를 설명할 때
나는 이 변동비율 강화 이야기를 꺼냈다.
언제 긍정적 보상이 올지 모를 때 사람은 가장 강하게 매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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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훈육에서 부모가 원하는 건 대개 이것이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멈췄으면 좋겠다
다시는 안 했으면 좋겠다
이건 강화가 아니라 소거의 영역이다.
행동심리학에서 소거란
어떤 행동을 유지시켜 주던 강화물을 제거함으로써
그 행동이 점차 사라지게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이다.
소거는 “때리는 것”이 아니라
“강화가 끊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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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모들이
체벌을 가장 강력한 소거 수단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체벌은 소거가 아니다.
체벌은 양성처벌(positive punishment)이다.
• 행동 뒤에
• 불쾌한 자극(맞음, 소리침, 공포)을
• 추가하는 방식
맞고 나서 행동이 줄어들 수는 있다.
그래서 체벌은 즉각적인 효과를 준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체벌은 가장 빠르고 손쉬운 교육 방식이었다.
“요즘 애들은 안 맞아서 버릇이 없어.”
이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절반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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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은 멈출 수 있어도, 마음은 남는다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다.
어릴 적 물건을 훔쳤다가
아버지에게 크게 맞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이후로 그는
물건을 다시는 훔치지 않았다.
행동 교정은 성공한 셈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학교에서 물건이 없어지는 일이 생기면
자기가 훔치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불안해졌다.
괜히 자기 사물함을 열어보고
가방을 뒤적이고
“혹시 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체벌은 행동을 멈추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설명되지 않는 불안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
그 불안은
잘 크면 사라지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에겐 점점 커져서
개인적·사회적·직업적 손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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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화제가 되었던 오은영 박사의 말이 떠오른다.
“두 돌 이전 아이에게는
말로 훈육하려 하지 마세요.”
이 말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아이의 발달 수준에서
‘말로 이해시키는 훈육’이 아직 어렵다는 뜻이다.
두 돌 이전 아이에게
부모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이 아니라 애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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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상상해 보자.
아이가 물건을 던진다.
엄마가 소리를 지른다.
성인이 기대하는 흐름은 이렇다.
던지는 행동 = 나쁜 행동
나쁜 행동 => 엄마가 화냄 => 무서움
‼️그러니 다음엔 안 해야지
하지만 두 돌 이전의 아이에게 이 연결고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아이 입장에선 이렇다.
그냥 놀고 있었는데 => 갑자기 엄마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침
그 결과는
행동의 소거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공포다.
언제 엄마가 화를 내는지 모르니
불안은 더 커진다.
그러니깐 제발,
• 던지지 말라고 설명하지 말고
• 던질 수 없게 치워라
• 위험하지 않으면 흘려보내라
이건 훈육 포기가 아니라
발달 단계에 맞는 전략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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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이 필요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아무 때나 쓰면 안 된다.
• 뇌가 발달되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때
• 관계가 안정되어 있을 때
• 부모의 에너지가 준비되어 있을 때
그때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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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는 것에
매 순간 힘 빼지 말자.
대신,
정말 필요할 때
내 시간과 감정 에너지를 모아서
제대로 훈육하자.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아이를 통제하는 일이 아니라
부모의 에너지를 어디에 쓰느냐를 선택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