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관계를 포기하지 않았다

경도 모임으로 본 Z세대의 관계실험

by 김수철


요즘 젊은 세대는 사람을 어려워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대면을 피하고, 갈등을 회피하고, 관계가 조금만 불편해지면 끊어버린다.

회사에 엄마가 대신 전화를 해주는 장면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사회성 부족”으로 보인다.


코로나를 겪으며 비대면에 익숙해졌고,

사람과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할 사회적 감각을

충분히 익히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세대.

그래서 더 미숙해 보이고, 더 불안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유행하는 ‘경도모임’을 보며

이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경도 ; 경찰과 도둑)


모르는 사람들과 앱으로 모이고,

정해진 규칙 안에서 함께 놀고,

목적이 끝나면 깔끔하게 흩어진다.


과도한 친목도 없고,

연락을 이어가야 할 의무도 없다.

그런데도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은 분명히 연결된다.


이건 관계를 회피하는 모습이라기보다,

관계를 다르게 설계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경도모임의 연령대는 대체로

20대에서 많아야 30대 초반까지다.

2026년 기준으로 보면

참여자의 주축은 분명 Z세대다.


그래서 이 문화를

“Z세대 특유의 가벼운 놀이”로

정리해 버리기 쉽다.


하지만 관계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얼굴이 보인다.


짧은 만남,

명확한 규칙,

조절 가능한 친밀감,

그리고 예측 가능한 종료.


이건

관계를 깊이 맺어보지 못한 세대의 미숙함이라기보다,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고 나서야 나올 수 있는 설계에 가깝다.



Z세대는 대인관계를 못하는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위 세대가 겪었던 관계의 어려움을

너무 이른 시기에 관찰해 버린 세대다.


애매한 친밀감이 남기는 상처,

끊지 못해 이어지는 의무,

관계 하나에 쏟아야 했던 과도한 감정 노동.


이 모든 걸

부모 세대, 선배 세대,

그리고 주변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이미 보았다.


그래서 이들은 묻는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경도모임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실험처럼 보인다.


낯선 사람과 만나되,

너무 깊어지지 않도록 규칙을 두고,

함께 몰입하되,

이후의 관계는 강요하지 않는다.


친밀감은 허용하지만,

얽힘은 최소화하는 구조.


이건 사회성의 붕괴가 아니라

사회성의 보정에 가깝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젊은 세대 역시

사람을 싫어하기보다

관계가 통제 불가능해지는 순간을 가장 힘들어한다.


상처받을 가능성,

책임져야 할 감정,

설명해야 하는 관계의 무게.


그래서 이들은

완전히 혼자가 되지도 않고,

예전처럼 모든 걸 감수하지도 않는

중간 지점을 찾고 있다.


경도모임은

그 중간 지점을 향한

아주 현실적인 시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종종 말한다.

“요즘 애들은 사람을 못 만난다”라고.


하지만 어쩌면 이들은

사람을 피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연결되는 비용을 재계산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끈끈함 대신 명확함을,

의리 대신 합의를,

평생 이어질 관계 대신

지금 이 순간의 연결을 선택하는 것.


그 선택이 옳은지,

혹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Z세대는 관계를 포기한 게 아니라

자기들 나름의 방식으로

관계를 다시 실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실험은

생각보다 진지하고,

생각보다 재밌다.


나도 경도 모임 끼워줘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