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착하게 살았더니 병신 취급당했네

by DILLAN MADE

"하아..."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거울 속 내 얼굴은 30대 초반 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도, 마치 50대 중반의 가장처럼 피곤에 절어 있었다. 눈 밑에는 거뭇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푸석한 피부는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몇 년간의 내 삶이 고스란히 담긴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소위 말하는 '착한 남자'였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에게는 "우리 철수, 어쩜 이렇게 착할까?"라는 말을 달고 살았고, 학교에서는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늘 먼저 손 내미는 타입이었다. 군대에서도 착하다는 이유로 고참들의 온갖 심부름을 도맡아 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나는 늘 남의 기분을 살피고,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는 기색을 보이면 안절부절못하며 내가 잘못한 것이라도 있는 양 사과하기 바빴다. 그렇게 사는 것이 옳다고, 그것이 올바른 인간관계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나의 '착함'은 어느 순간부터 나를 갉아먹는 독이 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내가 만년 '호구'였다. 상사는 중요한 프로젝트의 궂은일이나 모두가 꺼리는 잡무를 늘 내게 맡겼다. "김 대리가 제일 꼼꼼하고, 사람 좋아서 이런 일도 불평 없이 잘 해줄 거 아냐?" 상사의 말은 칭찬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나에게만 무거운 짐을 지우는 변명에 불과했다. 밤늦게까지 야근은 기본이었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일쑤였다. 다른 동료들은 정시 퇴근을 밥 먹듯이 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누렸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뭐,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어? 다 같이 잘 되려면 내가 좀 더 희생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책임감, 그리고 남자로서 강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의무감이 나를 짓눌렀다.


어느 날, 팀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던 날이었다. 나는 며칠 밤낮을 새워가며 자료를 준비했고, 발표 연습까지 완벽하게 마쳤다. 그런데 발표 직전, 박 부장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김 대리, 발표 자료에 중요한 부분이 빠진 것 같아. 내가 마지막으로 검토하고 수정해도 될까?"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오랜 연륜의 부장님 말씀이라 믿고 "네, 부장님. 혹시 제가 놓친 부분이 있다면 수정해 주십시오."라고 답했다. 발표는 성공적이었고, 우리 팀은 클라이언트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모든 공은 박 부장에게 돌아갔다.


그는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준비한 것처럼 능청스럽게 행동했고, 나는 그저 병풍처럼 옆에 서서 박수나 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한참을 울었다. 내가 대체 뭘 잘못한 거지? 왜 나만 늘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는 거지?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렇게 뒤처져도 괜찮은 걸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친구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민을 해결해 주려 노력했다. 돈이 필요한 친구에게는 기꺼이 가진 돈을 빌려주었고, 도움이 필요한 친구에게는 밤낮없이 달려가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정작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약한 소리라도 할라치면, "야, 김철수답지 않게 왜 그래? 너는 늘 긍정적이고 강했잖아."라며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나의 '착한 철수' 이미지가 오히려 나를 옥죄는 감옥이 된 듯했다.


한 번은 고등학교 동창들과 계 모임을 갔을 때의 일이다. 나는 늘 총무를 맡아 경비를 계산하고, 식당 예약 등 모든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그런데 친구들은 내가 정한 식당이나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투덜거렸고, 심지어는 내가 정한 계획이 별로라며 다른 곳으로 가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모든 것을 바꿔주었다. 모임 내내 나는 그저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에 바빴다. 모임이 끝난 후, 친구들은 "역시 철수 없으면 모임이 안 돌아가!"라며 나를 치켜세웠지만, 나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허전하고, 내가 그저 그들의 편의를 위한 도구처럼 느껴졌다.


연애에 있어서도 나는 늘 '을'이었다. 여자친구는 나에게 늘 제멋대로였다. 연락은 항상 여자친구 위주였고, 데이트 약속도 여자친구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야 했다. 나는 여자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여자친구가 나를 사랑해 주기만을 바랐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결혼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더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여자친구와 크게 다투었다.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된 싸움이었지만, 여자친구는 내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비난했다. 나는 너무나도 서운하고 화가 났지만, 결국 내가 먼저 사과했다. "미안해. 내가 너무 예민했나 봐." 여자친구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나를 안아주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병신처럼 착한 게 아니었구나. 나는 그저 이용당하고 있었을 뿐이구나. 30대의 내가 여전히 이런 식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깊은 자괴감과 분노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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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나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상사가 또다시 내게 과도한 업무를 맡기려 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거절했다. "부장님, 죄송합니다. 지금 맡고 있는 업무만으로도 충분히 과부하 상태입니다. 다른 동료들에게 분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상사는 당황한 듯했지만, 결국 다른 동료에게 업무를 넘겼다. 처음에는 불안하고 죄책감이 들었지만, 곧 해방감을 느꼈다. '내 시간과 에너지는 소중하니까. 이제는 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해.'


친구 관계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나는 "지금은 나도 여유가 없어. 다음에 빌려줄 수 있을 때 연락할게."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처음에는 친구가 서운해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들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 오히려 나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이 30이 넘어서도 이런 식으로 이용당할 수는 없어.'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정리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여자친구는 내 말을 듣고 처음에는 화를 냈지만, 나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고 싶지 않아. 너를 위해 희생하는 사랑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아프고 힘들었지만, 나는 곧 알게 되었다. 그와의 관계는 나를 갉아먹는 독과 같았다는 것을. 늦었지만 이제라도 나 자신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더 컸다.


물론, 변화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내가 변했다고 수군거렸고, 심지어는 나를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철수가 변했어.", "요즘 철수 왜 이렇게 얄미워?" 같은 말들이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남들의 시선에 갇혀 살고 싶지 않았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나는 우연히 한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책 속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착하게 살지 마라. 너 자신을 사랑하고, 너 자신을 지켜라. 그것이 진정한 착함이다." 나는 그 문구를 읽고 눈물을 흘렸다. 마치 30년 넘게 착함이라는 미명 아래 나 자신을 버려왔던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비로소 나 자신을 용서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착한 남자'라는 가면을 쓰고 살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살고, 나 자신을 사랑한다. 물론, 여전히 남을 배려하고 돕는 것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그러지 않는다. 나는 이제 나 자신을 존중하고, 나의 가치를 인정한다. 나이 30이 넘어서야 비로소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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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이전보다 훨씬 행복하다. 거울 속 내 얼굴은 더 이상 피곤에 절어 있지 않다. 눈빛은 생기 있고,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걸려 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병신처럼 착한' 내가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 자신을 지킬 줄 아는 당당한 사람이다. 이 깨달음이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에 감사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충분히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다. 당신의 착함이 당신을 해치도록 두지 마라. 당신 자신을 사랑하고, 당신 자신을 지켜라. 그것이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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