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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코티시 Jul 27. 2016

어머니의 비치 드레스

생각해보겠다고 했고, 생각에 지쳤던 어느날

“그것은 성경에 “아무도 보거나 듣거나 생각조차 못한 것을 하나님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준비해 두셨다”라고 한 말씀과 같습니다.”
‭‭고린도전서‬ ‭2:9‬ ‭KLB‬‬
http://bible.com/86/1co.2.9.klb



연봉협상의 날이 도래했고, 난 입을 삐죽였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하늘이 뿌옇다. '아, 내 미래같다.' 나는 잠결에 생각했다.


그랬다. 내 주변 참새처럼 날아간 동지들은 더 나은 복지가 보장된 둥지를 찾았다. 마치 날지 못한 내가 다리 다친 새인 것처럼,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모이는 꾸역꾸역 잘도 들어갔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어머니는 내게 푸른 비치 드레스를 선물로 주셨다. 해변에서 입으면 예쁠거라고. 자신이 샀는데도, 해변에 갈 일이 없는 어머니는 입을 생각이 없는가 보았다. 미리 휴가 계획을 짰던 나는 괜시리 미안했다. 그래서 서둘러 성의없는 칭찬 몇 마디를 던지고 집을 나섰다.


회의 시간에 정확히 맞췄는데도 팀장님 뿐이었다.

팀장님은 내게, 젊은 날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다면 늙어서 더 큰 리스크를 만나게 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지금의 월급 50만원을 위해 둥지를 잃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오늘 네가 있는 둥지는 기회라며.


한 시간도 아닌, 30분이었는데도 시간은 질겼다.


후에 2시간의 회의를 마치고 일하러 앉았다.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는 느낌이 지속됐다.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치킨을 먹었다. 그리고 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행사장에 갔다.


왠지 하루종일 가슴이 벌렁이는 기분이었다. 아침나절 우연히 받은 문자의 사진 때문이런가, 아니, 하늘 때문인가, 무슨 일이 생긴걸까 의아했다.


그랬다. 그때는 내 가슴이 왜 떨리는지 몰랐다. 그러다 저녁 행사장에서 난 깨달았다.


9시쯤, 후식을 먹는 찰나 럭키드로우가 진행됐다. 나는 명함이 없었고 어떤 이사님이 자신의 명함에 내 이름을 적어서 넣어주셨다.


식사 시간 내내 앞을 보기 어려웠다. 앞에는 정말 배울 점 많은 사람인데 내가 추태를 부린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 추태는 내 지난 1년 중 당시에는 가장 최선의 행동이라 생각했으나, 돌이켜보니 가장 최악의 행동이었다.


어쩌다보니, 지난 1년을 반추하고 있을 즈음. 럭키드로우가 시작됐고 사회자가 1등 당첨 명함을 뽑았다. 그리고 말했다. "아, 명함에 따로 이름을 써주셨네요."


1등 당첨은 항공권이었다. 나는 연봉을 올려, 어머니께 효도여행을 보내드리고 싶었다. 어머니는 남들 다 하는 여행 한 번 못해보셨다. 허울 좋게도 여행업계에 종사한다는 게, 여행 한 번 제대로 보내드리지 못하는 꼴이라니... 그래서 괴로웠다. 나 혼자 좋은 걸 누릴 때마다 괴로움이 쌓였다.


이제 알겠다. 왜 그렇게 떨렸는지. 나는 당첨 이후에도 담담했다. 아침부터 이미 떨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 내 안에 계신 영이 설레이고 계셨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 마음을 아시는 하나님이 어떻게나 나를 위로해주시는지. 그리고 하나님이 모든 일을 주관하심을!


정말 놀랍다. 하나님은 정말 위대하시다. 마치 내게 말씀하시는 듯 했다. "알겠니? 내가 너의 기도를 듣고 있다. 그리고 너의 필요를 채우고 있다."


요새 나는 무척이나 원망이 가득했고, 지난주는 교회도 안 갔다. 무슨 소용이냐, 싶었다.



집으로 오는 길, 상당히 고민했다. 아기를 갖지 못한 목사님 부부가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데 돈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 분에게 전화했다. 받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오예 오예를 외쳤다. 그러다 집으로 와서, 어머니에게 당당히 말했다. "우리, 여행가자!"

어머니는 베트남말을 못하니 무섭다 하시면서도, 산 바다 도시 중에 바다가 제일이라 하셨다. 왠지 목사님이 다시 전화가 올까 켕기는 마음이 목구멍에 걸렸다. 그런데 띵동 문자가 왔다. 내가 알아본 것 외에 다른 여행을 예약했다는 문자가....!!!


어머니가 내게 얼른 열심히 일하라고 하신다... ㅋㅋ 고마운 일은 이 항공권을 내가 쓸 수 있도록 회사가 선처해준다는 사실이다. 어느 회사는 빼앗는단다.


비행기를 타고, 어머니는 세계에서 7번째로 아름답다는 해변가에서 푸른 비치 드레스를 입고 거닐 예정이다. 나는 그 모습만 보아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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