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살기 Dec 31. 2018

나에게 한국인이란

[어쩌다 한국인, 허태균 저]를 통해

“아니 이번에 이 과장 계약건은 되는 거 아니었어?”

“몰라..”

“성사될 거라고 보고까지 했다며?”

“으휴.. 이유를 모르겠어.. 성능 테스트, 발표 모두 잘해서 가격에만 신경 썼는데.. 경쟁사에서 갑자기 인증 이슈를 제기하면서 담당자가 어쩔 수 없었다고 얘기하더라고”

그 프로젝 건으로 이과장은 한동안 심한 후유증을 겪었다


실제로 겪었던 일이다. 관련되지도 않는 시험인증을 경쟁사에서 제기하면서 전체 구도가 흐트러진 것이다.


한국에 살면서 나와 내 주변인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만난 허태균 교수의 '어쩌다 한국인'을 통하여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한국인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첫째, 주체성으로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어 하며 무시받고는 못 지낸다. 내가 주도해야 하며 ‘오늘은 내가 쏜다’와 같이 명분이 있으면 매우 과감해지는 것이 한국인이다.

둘째, 가족 확장성으로 회사도 국가도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가 남이가', '대통령은 어버이', IMF 때 전 국민의 금 모으기는 세계 유래가 없는 이벤트였다.

셋째, 관계주의로 '같이 하자', '같이 가자'를 선호하며 공적인 조직에 몸담고 있으나 사실은 관계 때문에 인연을 잘 끊지 못한다.

넷째, 심정 중심주의로 겉 행동보다 숨겨진 심정을 중요시한다. 솔직히 사과를 구하면 과감히 용서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섯째, 복합 유연성으로 규정보단 유연성을 강조한다. 즉, 일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하며 포기한다는 것을 싫어한다. 따라서 모두 잘하고 모두 선택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바탕에 깔려 있다. 경우에 따라 비리에 관용적인 모습까지 보인다.

여섯째, 불확실성 회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경시하고 단기적 성과를 중시한다. 장기적 로드맵을 선호하나 실제로는 과감히 도전하지 못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영업을 하면서 하루에도 2~3명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발생하는 반응들과 상황들과 대비해 보면서 고객을 끄덕였다. 서양은 고대철학부터 양분법적 논리를 발달시켜 왔다. 정반합의 논리로 수학,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다. 반면 동양은 음양의 조화, 화합, 조화를 강조해 왔다. 선택을 통하여 하나를 잃음을 안타까워하여 굳이 하나를 선택하려고 하지 않으며 선택을 즐기지 않는다. 선택은 하나를 얻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잃는다는 생각까지 한다. IT영업을 하면서 이러한 순간이 많았다. 내가 제안한 솔루션이 선택됨으로 해서 다른 경쟁사 솔루션들은 탈락되는 적대적 상황이 수없이 발생하고 있는 현장에서 한국 고객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할까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일명 '총대'매기를 그렇게 꺼린 것 같다. 한국 고객의 이러한 '결정장애'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다면 이전보다는 신속하게, 효과적으로 결론을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즉, 나를 선택함으로 해서 다른 나머지를 잃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비교대상 간 일부 협업을 한다든지 공동 개발을 통하여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 하나 지금까지 60여 년간 한국을 이끌어간 리더들의 관점은 '결핍'의 원리였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계속 채워나가야 했고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기에 목숨 걸고 새마을운동에 매진했고 이 만큼 경이적인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많이,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키워드가 되었다. 이제는 리더의 관점이 '성숙'으로 바뀌어야 한다. 혼자 잘 가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한국인의 성향 중 하나인 집단주의, 가족주의로 주위를 보며 같이 가야 한다. 이제는 그래도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식의 전당 vs 직업훈련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