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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백백 Jun 26. 2024

001. 뒤끝 있는 사람

001 / 100

‘첫째 누나는 화가 많지만 먹을걸 잘 사주고, 둘째 누나는 예쁜데 지랄맞고, 셋째 누나는 착한데 뒤끝이 있어’

내가? 뒤끝이 있다고? 처음엔 의아했다. 하지만 살 비비고 산 8살 어린 동생이 한 말이니 신빙성이 있다. 동생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궁금했지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 나는 쿨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속이 좁다고 여겨본 적도 없어서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동생이 곰탕을 먹던 숟가락으로 김치찌개를 떠먹었다는 이유로, 숟가락으로 동생의 머리를 때린 적이 있다. 이 일은 명절 술자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싸움 에피소드 중 하나다. 김치찌개에 둥둥 떠다니는 기름 때문이었다. 밥 먹다가 날벼락을 맞은 동생을 생각하니 지금도 미안하다. 싸움의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 번은 동생의 책상을 엎었던 적이 있다. 뒤끝의 이유를 찾고 싶은 양 동생과 싸운 일을 하나하나 생각해 보다가 바로 인정하지 못한 자세가 뒤끝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나의 뒤끝을 인정하기로 했다.

쿨하지 못하면 미안해하기까지 해야 하는 이 사회에서 쿨한 사람이 매력적이고 멋있게 보이긴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깊게 곱씹는 사람. 쿨하지 못함을 이렇게 써 놓으니 사유가 깊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동생아, 이제부터는 ‘셋째 누나는 착하고 오랫동안 깊게 곱씹는 사람이야’ 이렇게 소개해 주기를




커버 : 생각하는 사람, 로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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