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등록을 마친 신간 도서를 북트레이에 실고 신간 도서 코너 앞에 선다. 한 번도 펼쳐지지 못하고 사람들의 눈길조차 받지 못한 책들. 등을 두드리듯 매만지며 한 달 전 디피됐던 신간을 북트레이에 싣는다. 신간 도서들은 잘 다려 입은 옷처럼 주름이 하나 없다. 새로 들어온 이 책들이 많은 이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기를 바라며 한 권 한 권 자리를 잡아준다.
추천 도서,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화제의 도서를 잘 보이게 진열하고 지난 도서들은 책장으로 옮기기 위해 북트레이를 끌고 간다. 책장에 꽂히면 더 잊혀질 텐데. 이 도서관은 사방이 유리라 몇 달만 지나도 책등과 표지가 바래 하얗게 변한다. 잊혀지는 것처럼.
총서, 종교, 경제, 과학, 예술 분야를 정리하고 소설과 에세이 코너 앞에 섰다. ― 안간힘. 이 책 앞에서 또 멈춰섰다. 이 책은 이상하게도 나를 자꾸 붙잡는다. ‘이번에는 괜찮겠지.’ 하며 첫 페이지를 펼쳤다.
첫 장 ― 치욕스럽게. 가족이 햇살 가득한 나무 아래서 음식을 먹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곳은 작가의 아들의 장례식장 앞이다. 그래도 먹어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라 음식을 입에 넣지만, 배가 고프고, 밥을 먹는 자신이 치욕스럽다고 했다. 그 담담한 울분이 종이를 뚫고 나와 나의 가슴을 뚫는다.
나의 엄마, 아빠도 안간힘으로 살았을 텐데. 잊히지 않겠지.
다 펼쳐보지도 못한 동생의 등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