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부터 콘텐츠 외주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 전화와 구글 줌 면접을 통해 인사를 나누고 일을 시작했다. 소통은 노션과 슬랙으로 진행된다. 내가 맡은 업무는 템플릿에 텍스트와 이미지를 교체하는 일이다. 다른 회사는 어떻게 일하나 궁금했고, 트렌드도 알아보고 싶었고, 몇 년 전부터 지켜보던 곳이라 함께 일해보고 싶었다.
대표와 전화 미팅을 하던 중, 대표는 머뭇거리며 디자인 비용 이야기를 꺼냈다. 건당 만 원. 금액은 회사 규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통화를 끝내고 생각했다. ‘SNS 카드뉴스 형태로 페이지당 만 원이겠지.’ 그동안 받았던 금액의 5분의 1도 안 됐지만, 이미 디자인이 완성된 상태이니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실제 금액은 업로드된 1건당이었다. 페이지가 3장이든 10장이든 모두 만 원. 실제로 해보니 작업은 단순했다. 이런 일이면 AI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처음이라 업무가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텍스트와 어울리는 사진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2~3시간에 만 원. 돈 때문에 시작한 일이 아님에도, 그 숫자를 떠올릴수록 스스로가 작아졌다.
작업이 끝나면 문서 하단에 ‘10,000원’, ‘30,000원’ 같은 금액이 적혀 있었다. 담당자가 잊지 않으려 적어둔 표시였겠지만, 그 숫자를 볼 때마다 ‘1만 원짜리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썩 유쾌하지 않았다.
얼마 뒤, 대학에서 디자인 강의를 하던 중 학과장님이 전문가 설문조사를 부탁했다. 비용이 너무 적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설문은 15분도 안 돼 끝났고, 85,000원이 입금됐다.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 곳에, 나를 데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