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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corn and Whisky May 13. 2024

Remembering Chandler Bing

RIP Matthew Perry

[예전에 타 플랫폼을 통해 게시했던 글이라 현 시점에서 봤을 때 시기상 맥락이 안 맞을 수 있습니다.]

RIP Matthew Perry. RIP Chandler Bing...

영화가 아닌 시리즈 물을 다루는 게시물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왕 한다면 가히 20세기말 ~ 21세기 초 최고의 시트콤이라 할 수 있는 <프렌즈>를 다루는게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바로 직전에 업로드 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도 일정 부분 연결이 되기도 하죠. 뉴욕을 배경으로 한 시트콤 / TV 시리즈 중에서는 단언 최고일테니까요.
(CSI NY 팬 분들이나 프렌즈의 후발 주자인 How I Met Your Mother 팬 분들은 달리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제 마음 속에는 뉴욕을 대표하는 시트콤은 <프렌즈>인 듯 합니다.)

어느덧 한달이라는 시간이 흐르긴 했는데 지난 10월 말, 아주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죠.
바로 <프렌즈>에서 챈들리 빙 캐릭터를 연기한 매튜 페리 배우의 부고였습니다.
최근까지 조사를 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자택 욕조에서 발견 되었고 자살이나 타살 징후는 보이지 않았으며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죠.

단언 역대 최고의 시트콤 중 하나인 <프렌즈>

원래도 <프렌즈>를 워낙 명작이라 생각했기에 습관적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시리즈를 정주행 하고는 했습니다.
회차가 기억이 안날 정도로 많이 봐서 실제 에피소드 제목만 들어도 대충 줄거리를 읊을 수 있고 해당 에피소드에서 나온 주요 대사도 몇 개 기억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어찌보면 그만큼 <프렌즈>라는 시리즈가 시대의 틀에 구애 받지 않는 창작물임을 대변하기도 하죠. 지금 봐도 엄청 촌스럽다라는 느낌을 (적어도 저는) 받지는 않으니까요.
가끔 SNS를 보면 <프렌즈>가 오늘날 나왔더라면 뭐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논란이 됐을 거다라는 짤이나 포스팅을 보고는 하는데 사실 뭐.... 요즘은 유머도 온전히 유머 그 자체로 받아 들여지지가 않고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누군가는 "불편해" 할 수 밖에 없는 각박한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올해도 어김 없이 드문드문 <프렌즈>를 정주행 하고 있던 찰나에 매튜 페리에 대한 비보를 들었고, 그 소식을 듣고는 일종의 추모하는 행위라고나 할까요? <프렌즈> n회차 정주행에 좀 더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매튜 페리 사망 소식을 접하기 전까지 시즌 8 말미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죠. 큰 틀에서 보자면 줄거리 상 모니카와 챈들러가 결혼한지 첫 해이고 로스와 레이첼은 함께 출산을 준비해 가는 단계였으며 조이는 레이첼과 사랑에 빠지게 되죠. 10개 시즌 중 나름 가장 사건사고가 많고 다이나믹한 쪽에 속하는 시즌입니다.
여담으로 해당 시즌 방영 당시 레이첼 역의 제니퍼 애니스턴은 브래드 피트와 연애 중이었고 그로 인해 추수감사절 에피소드 까메오 게스트로 브래드 피트가 실제 출연해서 열연을 펼치기도 했죠. (그나저나 그때나 지금이나 빵 형은 왜 안 늙는거니.... 그때도 꽃미남 지금도 꽃미남...)

정주행에 속도를 내다 보니 어느덧 시즌 9로 접어 들었고 공교롭게도 시즌9에서는 챈들러의 인생에서 상당한 변곡점이 찾아오며 스토리의 주축이 되어가기도 하는 시점이죠.
시리즈 내내 챈들러의 직업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나름 미스테리로 남아 있습니다. (시즌 3에서 아파트를 걸고 퀴즈를 하던 중 챈들러의 직업이 뭐냐는 질문이 나오자 패닉한 나머지 레이첼이 "transponster"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아직도 밈으로 남아 여기저기 나타나고 프렌즈 관련 컨텐츠 댓글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죠 ㅋㅋㅋㅋ)
정황상 추측컨데 아마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기업 컨설팅을 하는 펌에 재직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극 중 설정 상 챈들러가 겨우 20대 후반일 당시에 보유하고 있던 맨해튼 한복판의 개인 사무실 ㄷㄷㄷ 나름 엄청 유능한 젊은이었던거죠.

시리즈 내내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챈들러는 본인의 직업에 그다지 열정적이지도 않고 만족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는 인상을 주고는 합니다.
극중 다른 친구들에게는 각자의 직업이 본인의 최대의 관심사이자 적성에 맞는 커리어인 반면 챈들러에게 본인의 직업이란 그저 돈을 (상당히 많이) 버는 수단이었던거죠.
시즌 6에서 캐릭터들이 각자 다른 길을 갔다면 인생이 어땠을까 상상하는 에피에서 챈들러는 막연하게 아마 작가 지망생이 아니었을까?라는 설정을 택한 점도 흥미롭죠.

작가 지망생 챈들러... 스피드 레이서 티셔츠 어쩔 ㅋㅋㅋ

그러던 중 시즌 9에서 챈들러는 회의에서 잠이 들어 얼떨결에 오클라호마 털사 지사로 발령이 나고 그런 과정에서 현타가 극에 달해 돌연 퇴사를 해버립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다시 찾아 보겠다며 이직할 곳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백수의 길을 택한거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장면... ㅠㅠ

어렸을 때는 이 스토리 라인을 봐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마침 매튜 페리가 사망한 시점이어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제 최근 개인사와도 너무나 비슷한 모습이 많이 보여 이번 회차에서는 유독 챈들러에게 공감을 많이 하며 보게 되는 듯 합니다.
저 또한 지금의 일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고 10년간 하다 보니 현타가 와 커리어 체인지를 결정하게 되었고 그 결과 저도 조만간... 간만에... 아니 사실상 처음으로 백수생활을 시작하게 될 듯 합니다.
그렇다 보니 저도 모르게 챈들러를 더욱 진심으로 응원하고 공감하고 있더군요.
"진정한 자신"을 찾고자 챈들러는 광고 대행사에서 무급 인턴직을 하며 펼쳐지는 몇 개의 에피소드도 웃픈 상황을 자아내죠.

광고 대행사 인턴십 중 받게 되는 고난이도 미션... 휠리스를 팔 수 있는 광고 아이디어를 기획해라.


그 와중 언제 봐도 너무나 웃긴 챈들러와 조이의 케미 ㅋㅋㅋㅋㅋㅋ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나이가 많다고 무시도 당하고 (따지고 보면 그럼에도 지금 내 나이보다도 어리겠지만...) 정직원 채용에 있어서는 백에 밀려 위기가 찾아올 뻔 했으나 어찌 됐던 챈들러는 낙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 결과 성공적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맞이하게 되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괜히 이러한 챈들러의 서사를 보며 제가 위로를 받고 용기를 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커리어 체인지 서사를 논외로 하고서라도 매튜 페리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챈들러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6명의 친구 중 챈들러는 가장 인간적인 결함도 많고 이슈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밉상이 아니고 오히려 보면 볼 수록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인물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이는 챈들러가 자기 객관화가 상당히 잘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결함 투성이지만 그래서 더 매력 있는 챈들러 빙

트랜스젠더 아버지와의 관계,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성인이 되어서도 시달리고 있고, 금연에 여러번 실패하고, 유머를 방어체계로 사용하다 보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상한 농담을 끊임 없이 하고, 모니카를 만나서 결혼하기 전까지는 이성 관계에 있어서도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죠.
허나 신기한 건 이 모든 문제점들이 시리즈를 잘 보다 보면 챈들러 본인 입으로 밝히는 사실들입니다. 이를 부정하지도 않고 오히려 본인이 먼저 이를 인정을 해버리는거죠.
매튜 페리 배우의 생애도 순탄치는 않았죠. 약물 중독으로 인해 <프렌즈> 시리즈 내내 매 시즌마다 체중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얼굴이 확 안 좋아졌다 다음 시즌에 조금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패턴이 반복되었었죠.
이렇다 보니 챈들러 빙의 서사는 더욱 감동적인 성장 스토리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챈들러가 트랜스젠더 아버지 공연장을 찾아가 결혼식에 초대하는 장면은 볼 때마다 울컥하는 듯 합니다. 결국 모니카가 추진해서 한 일이긴 한데 이런걸 보면 둘이 더더욱 천생연분인 듯 

결함 투성이지만 결국에는 챈들러는 훌륭한 친구, 사랑스러운 남편, 자랑스러운 아들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고는 합니다.
피비가 다소 어두운 과거에도 불구하고 해맑고 밝은 캐릭터인 점과 비슷한 면도 있겠으나 챈들러가 좀 더 인간적으로,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하죠.
불특정 다수가 피비와 공감하긴 어려울 수 있겠으나 챈들러와 공감하는 것은 훨씬 더 가능성이 높을테니까요.

시니컬 하면서도 유쾌했던 챈들러 빙...

후문을 들어보면 매튜 페리 배우의 실제 성격도 극중 챈들러 캐릭터와 상당히 닮아 있던 듯 합니다.
다소 시니컬 하게 보일 수 있으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명석하고, 친절하고, 따뜻하고 유쾌한...
그래서 실제 작가들과의 미팅도 매튜 페리는 자주 참여하고 에피소드나 대사 아이디어 기여를 많이 했다죠.


2021년 리유니언 당시... 이때만 해도 얼굴이 되게 좋아 보여서 안도했었는데... ㅠ

10대 때부터 함께한 <프렌즈> 시리즈는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개인적으로 큰 울림을 주는 명작이고, 이 나이 들어 이 상황을 직면한 상태에서 보고 있자니 유독 챈들러에게 눈과 마음이 많이 가고 그렇다 보니 별세한 매튜 페리가 더더욱 그리워지는 듯 합니다.
저도 챈들러처럼 이 전환기를 잘 이겨내고 앞으로도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생에서 어떠한 고난과 아픔이 있었던 간에 지금 가 있는 그 곳에서는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챈들러 빙 그 차제였던 매튜 페리 배우의 명복을 빌며 오늘 글 마치겠습니다.

Till nex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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