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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훈 Jan 03. 2019

나이먹으니 몸이 쇠한다

나이 먹 몸이 쇠한다. 젠장. 쇠하는건 별도로 하고 피가 많이 난다. 잇몸에서 나고 똥꼬에서 나고 코딱지 파나고 집에 아무도 없이 혼자 가구 옮기다 발 찍어서 혼자 나고. 왜캐 피를 자주보는지 모르겠다.

잇몸은 이십대부터 조금씩 안좋아졌다. 성격이 병신이어서 결벽증같은게 있었다. 칫솔질이었다.

치약에 중독이 된건지 치약의 상큼함을 사랑한건지 청량함을 사랑한건지 페리오를 사랑한건지 다이소를 사랑한건지 아주 그냥 치약을 듬뿍 짜서 틈나는대로 이를 닦았다. 밥먹고 닦고, 커피마시고 닦고, 또 밥먹고 닦고,

과자먹고 닦고, 또 밥먹고 닦고 자기전에 닦고, 이를 하루에 못해도 6~7번씩 닦았던 것 같다.

난 자주 닦으면 치아 좋아지는 줄 알았다. 잇몸 나갔다.

누가 말해줬어야 하는거 아닌가? 혼자살면 이런게 안 좋은거다.

다들 같이 살아라. 가족들이랑. 친구들이랑...싸우지 말고...

잘은 모르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가 어느 정도 자리 잡힐 때쯤되면  내가 아주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었을쯤 되면 내 치아의 건강상태가 내 행복의 중요한 하나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치아가 다빠져 임플란트로 모두 때려박는다? 너무 끔찍하다. 그건 사는게 아닌 것이다. 얼마전엔 내  미래가 하두 걱정되서 치아 책 몇 권을 사서 본적이 있다. 아내는 치과 안가고 그런 것도 책으로 본다고 꾸짖었다. 모르면 너는 가만히 있거라..이 풋내기 녀석아... 책의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 이 많이 닦지 말라는 것, 이 함부로 뽑지말라는 것, 의사놈한테 속지 말라는 것, 있는 치아 그대로 놔둘 것 ' 뭐 그런 내용이었다. 치아하나에 가격으로 따지면 이천 얼마라니 그거 빼서 의사놈한테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사랑니 하나에 이천몇만원... 장난아니네... 절대 병원에 놔두고 오면 안되겠다. 그나저나 콜라, 술, 커피 이런 게 치아에 매우 좋지 않다고 한다. 근데 그런 것 안먹고 살수 있나? 이 거지같은 세상 속에서! 설탕물 안먹으면 내가 어떻게 삶을 버티나? 인생이 그리 달달하지가 않은데...엄청 써죽겠는데 ... 콜라의 청량감없이 내가 이 삶을 시원하게 살수 있나? 술을 안 들어제끼고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소시민으로서 세상을 향해 똥 싸지를수 있냔 말이지...세상 참 아이러니하다. 좋은 게 나쁜거란다. 내가 엄청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데, 어카냐?

그냥...마시고 죽자...이 같은거 썩어 문드러지더라도 너희들과 난 영원히 함께 갈 것이다.

 다음은 치질이다. 아놔 이놈의 치질... 분명 우리 아버지 똥꼬의 유전일 것이다. 우리 아버지도 나 어릴 때 치질로 엄청 고생했다는거 난 안다. 치질수술할때 아버지 울었다는거 들었다. 그래서 친구 에덴안경 아저씨한테 피 수혈받았다는 것 까지도 안다. 근데 그 치질 나도 생겨버렸다. 그게 왜 나한테 생겨버렸을까? ...그 흉악스럽고 창피스런 그런 악질스런 고약한 병을... 그것도 분명 나의 미친 결벽증 때문일 것이다. 그냥 똥싸는게 좋았다. 그게 유일한 이유일 것이다. 똥싸는게 좋아서...젠장

누구나 똥싸는게 인생의 큰 행복 아닌가? 내 친구 명욱이도 그랬다. 자기는 똥싸는게 인생 제1의 행복이라고... 근데 너무 오랜시간 즐겼나보다. 똥싸다가 걸려버렸다. 그 흉악스럽고 창피스럽고 악질스런 그런 고약한 병에 ...그럼에도 다행인 건 결혼은 했다. 아니다. 말이 이상하다. 치질걸렸다고 결혼 못하는건 아니지... 부부가 같이 이겨내야지 서로 응원해야지... 그게 진정한 부부지...여튼 난 너를 사랑한다. 너도 나중에 치질 걸리면 내가 좌욕기 하나 사주겠다.

치질은 대중적인 병이다. 어느 유튜브 영상보니깐 치질은 지구의 중력의 힘때문에 어쩔수 없이 걸리는 병이란다. 중력때매 똥꼬가 내려와서 그런거란다.... 그 망할놈의 중력이네... 어릴 때 군대다닐때 치질걸린 고참이야기를 들었을땐... 뭐 저런 병에 걸리나 드럽게 생각했다. 그 고참 참 더러븐 인간이네 생각했단 말이다. 어감도 좀 더럽지 않나.. 치질... 치핵... 치루...치열...  근데, 나도 그거란다. 처음엔 부정했다. 똥꼬에서 피가 조금 나서 그 낯선 항문외과에 갔더니, 새우자세를 시키더니 그 잔인한 손꾸락으로 내 항문을 헤집었다.

고함조차 나오지 않았다. 숨이 탁 막혔다. 진료를 마치고 의사선생님은 아무렇지 않게 치질에 대해 이론설명 하셨다. 난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에이... 잠깐 피난거 가지고 치질이라뇨... 그냥 잠깐 피난건데... 그날 밤은 정말 우울했다. 의사선생님의 그 생경스런 항문 속 손꾸락질의 느낌이 더럽게 아팠다.

아픔의 여진이 이어지는 낯설고 슬픈 밤이었다.

여러모로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다. 내 인체는 조금씩 고장나고 있다. 오래 서있는 것도 힘들고, 관절도 아프고,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여기도 피나고, 저기도 피나고, 앞으론 점점 더 내 육신은 쇠약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언가를 다짐한다면 그래도 잘 살아가야겠다 생각한다면 그래도 내 몸뚱아리... 내가 사랑해줘야 한다. 내가 안고 살아갈 내 몸이다. 그래도 난 잘생겼다 생각한다 치질은 있지만 준수한 외모라고 생각한다 또 동안이다. 아빠는 나에게 치질도 주었지만 동안도 함께 주었다. 나중엔  동안대회에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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