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빵빵! 남편이 신경질적으로 크락션을 누른다.
"아이 참 진짜, 왜 이렇게들 못 가는 거야!!"
좁은 차 안에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어차피 보이지 않을 저 앞을 내다보기 위해 몸을 비틀어 댄다.
"늦어도 괜찮으니까 천천히 가자"
상황에 전혀 동요하지 않는 와이프는, 아이 같은 남편을 어르고 달래주듯 차분히 얘기한다.
남편의 감정은 상황에 익숙한 듯 조용히 다독여진다.
어느샌가 문득 변화된 자신을 느꼈다. '내가 원래부터 운전을 이렇게 했었나..?'
누굴 위협하지도, 신호를 위반하거나 과속을 하지도 않지만 문득, 핸들만 잡으면 조급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앞에 있는 누군가가 밍기적 대는 게 싫고, 느리게 천천히 가는 사람이 꽤나 답답하게 느껴졌다.
'내가 더 빨리 달릴 수 있을 텐데' / '나라면 저렇게 운전 안 할 텐데' 라며 상상 속에 나 자신을 더욱 살찌웠다.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앞서가는 사람 한 명 힘겹게 추월하니, 얼마못가 결국 신호를 만나 멈춰야 했다.
천천히 제 템포에 맞춰 달려오던, 내가 추월한 사람과 빨간색 신호등을 앞에 두고 나란히 섰다.
순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이씨, 창피해! 신호 바뀌면 쌩! 하고 튀어나가야지!'
아무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데도, 혼자서 소설을 써 내려가며 상대 없는 승부에 혼자만 적극적이었다.
마치, 빈골대를 상대로 잔뜩 흥분하며 페널티킥을 차는 키커처럼 원맨쇼를 하고 있었다.
나는 늘 순서를 기다리지 못하고 앞서가려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순서는 언제나 내 앞, 다음 신호등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