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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ribblie Oct 15. 2021

다채로운 영국 마트생활

영국마트 섭렵기

정착 구입기


 영국행을 저지른 건 정작 본인인데, 유학이나 어학연수 안 해본 서울 촌놈답게 서양 나라는 왜 그리도 움츠러들게 하던지, 침대, 침구, 건조기, 전자레인지, 청소기, 냄비, 숟가락, 쓰레기봉투 하나까지 신접살림 차리듯 싹 다 사야 하는데 그런 탐색은커녕, 당장 먹을 저녁거리를 사러 마트조차 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 겁쟁이에겐 3개월 뒤면 한국으로 돌아갈 정찰병이 있었으니, 아이와 집에 박혀 마음의 정착을 하는 동안 그 정찰병이 동네 이곳저곳의 마트들을 돌아다니며 각 마트들의 성격을 파악하고 돌아와 보고해주었다. 나중엔 서울거리보다 한결 편안하게 느껴졌던 런던 시골 킹스턴이 되었는데, 돌이켜보면 고양이도 없는데 쥐구멍에 숨어있었던 모습이 쑥스럽기도 하다.

 사무실의 레슬리는 중고 체리티샵에서 가구를 살 수 있다고 했지만, 서울촌놈에게는 '체리티샵은 뭔데? 어디 있는데? 아니 지금 난 그런 걸 연구할 여력이 없어.' 하는 마음만 들었고, 우리는 그래도 2014년에 한국에도 개장해서 사용에 익숙한 이케아를 향했다. 가장 가까운 이케아는 크레이돈에 있었고 이케아에 갔을 때 그간의 긴장이 다 풀리며 어찌나 마음이 편하던지 나도 이런데 하물며, '스웨덴 사람들은 세계 어디를 가나 이케아만 가면, 우리가 어느 나라를 가든 이마트나 홈플러스가 있는 기분이겠구나, 마음 참 편하겠어.'싶었다.

어쩜 배경 인물들만 바뀌었지 이케아는 그 이케아 그대로.
적응 = 시스템의 친숙함이었다.
영국 하늘에 휘날리던 스웨덴 국기. 스웨덴 사람들은 좋겠다. @이케아 크레이돈


  글로벌 쇼핑몰 이케아가 참 고마웠던 순간이었다. 소파, 침대, 매트리스, 이불, 배게, 냄비, 커틀러리, 국자, 냄비받침, 젓가락, 휴... 그냥 이케아를 통째로 다 사서 옮기다시피 했다. 근처 마트나 백화점에서도 젓가락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역시 이케아였다. 우리는 덩치 큰 소파와 침대 프레임, 매트리스 같은 것들은 배송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카니발 수준의 큰 차를 사거나 빌려서 다 싣고 오는 정착민들도 있었다. 우리는 그것들을 다 날라 옮기는 신체적 고생은 덜었지만 배송이 오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해서 한동안 냉골 바닥에 마음의 안정을 취하기 어려웠는데, 그분들은 몸 고생은 했어도 빠르게 온기도는 집으로 만들어 마음은 빨리 정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정착 스타일은 제 각각이다.

우리의 정착을 책임졌던 이케아. 덩치 큰 건 배송, 작은 건 트렁크로 고고.

 가전은 이케아에서 살 수 없었으니, 우리나라의 하이마트 같은 곳이 있을까? 아니면 홈플러스나 이마트처럼 큰 마트 한 구석에 커다란 가전 코너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정찰병이 근처 꽤 큰 M&S와 Sainsbury's를 둘러보았지만 우리의 상상처럼 손쉽게 가전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없었고, 급했던 전기난로 하나만 간신히 사 올 수 있었다. 런던 시골 킹스턴은 나름 런던 서남부 상업중심이었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스템이 달랐던 것 같다. 우리처럼 종합판매장이라는 성격으로 마트가 작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존 루이스 백화점에 각종 가전이 있어서 그곳에서 괜찮은 가격으로 건조기와 다이슨 청소기와 드라이어를 살 수 있었다. 가전이나 가구 등 가격 덩치가 큰 물건들은 되팔 때를 생각해서 영수증을 잘 챙겨두면 좋다. 2년 뒤에 그 정도 가격은 생생하게 기억날 것 같지만 어쩜 그렇게 까마득 기억이 안 나는지 모른다.

구입한 물건의 영수증을 잘 챙겨두자.
할인받아 샀다면 할인전 가격도 기억해두면 나중에 되팔 때 도움이 된다.



영국 마트 탐색기

 

 영국 마트로는 Waitrose, M&S, Sainsbury's, ASDA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물론, 코스트코도 있고 테스코도 있고 독일계 기업인 Aldi와 Lidl도 흔히 가는 마트이지만, 영국 현지 마트라고 한다면 앞의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각 마트들은 우리나라의 현대백화점 식품관, 신세계백화점 식품관,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과 같이 제품의 라인업이 조금 다르거나 가격대의 차이들이 있기도 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다녔지만 2년을 살다 보니,

디카페인 얼그레이가 필요하니까 Waitrose,
아 크리스마스 옷이나 소품들도 볼 겸 M&S,
역시 두루 편한 건 Sainsbury 지,
Flat peach철이다! 납작 복숭아는 ASDA가 제일 싸고 맛있지!

이렇게 마트를 골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도 한 살림 같은 협동조합형인 Co-op도 있고, 한철 옷, 신발, 미용용품, 인테리어용품까지 싸게 살 수 있어서 서민의 삶을 지탱해주는 Primark와 한국에도 들여오고 싶은 할인의 왕 TK Maxx, 이제 재미 쏠쏠 마트 탐험을 해보자.


기분 좋은 Waitrose

 워털루 역에도 있는 Waitrose는 침구류로 유명하다는 John Lewis 백화점의 소유주인 John Lewis Partners 소유의 마트이다. 그래서인지, 런던 서남부 상업 중심답게 킹스턴의 Clarence Street에는 웬만한 쇼핑 브랜드는 다 모여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John Lewis 백화점이 있었고 같은 건물 지하에 Waitrose가 있었다. 느낌적으로는 제품의 라인이나 가격대를 볼 때, 백화점 식품관 같은 느낌이 있는 곳이다. 같은 신세계이지만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식품관의 제품 라인과 가격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처음엔 멋모르고 다니다가 나중에는 Waitrose는 특별히 필요한 것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잘 가지 않았다. 크게 먹을 것 마실 것 욕심이 없던지라 소박하게도 Twinings Earl Grey 디카페인은 다른 데서는 팔지 않았고, 같은 Innocent Juice인데도 모든 마트에 Apple 주스는 있지만 Apple & Elderflower는 꼭 Waitrose에만 있었기에 그 두 가지를 사고 싶을 때는 꼭 Waitrose를 갔다. 그리고 꽃들이 유난히 튼실하고 탐스러웠는데 그중에서도 작약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Waitrose에만 있던 애플 엘더플라워주스와 트와이닝스 얼그레이 디카페인
시선을 빼앗겨 발걸음을 멈추었던 6월의 작약 @waitrose


다채로운 M&S

 Marks & Spensor를 줄여서 M&S라고 부른다. 여기는 보통 과일이나 식품류가 좋다고들 하는데, 사실 그냥 과일은 어느 슈퍼에서 사든 때를 잘 만나야 맛있었던 기억이 있을 뿐이다. M&S는 PB상품들이 맛있었다. 특히 비린내를 싹 잡아 구운 캐슈너트 위에 구워진 꿀이 바삭하게 붙어있는 허니 캐슈너트는 잊을 수가 없다. Sainsbury의 24개월 숙성 치즈를 올려먹던 치즈 크래커도 바삭거림과 적절한 짭짤함과 담백함이 어우러진 M&S 치즈 크래커가 최고였다.

윤기 좔좔, 바스락 코팅된 꿀의 크런치함이 잊히지 않는 막스 앤 스펜서 허니 로스티드 캐슈넛. 그리고 숙성 크런치 치즈와 찰떡 궁합이던 크래커!

 다양한 맵기와 풍미의 반조리 카레 제품도 퇴근길에 쓱 들러 백팩에 툭 넣어오면, 타지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저녁 한 끼를 그럴싸하게 챙겨주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범주의 상품 카테고리들을 갖고 있는데, 식품군 마트도 있지만, 의류, 잡화, 인테리어군도 있다. 의류나 잡화는 중가 정도의 나름 내구성 있는 제품을 철에 따라 기분 좋게 살 수 있었고, 특히 아이들 교복의 종류가 다양하고 질이 좋아서 아이 교복과 구두를 살 때 자주 갔다. 결혼식이나 파티문화가 있는 영국인만큼 머리 장식이나 장신구들도 제법 있다. 마트 2층 잡화코너에서 샀던 퀼팅 백은 다른 가방 다 놔두고도 자꾸 손이 가서 2년 동안 유럽여행을 다닐 때도 그랬고 지금까지도 휘뚜루마뚜루 잘 쓰고 있다.

잡화코너에서 머리장식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바뀐 M&S를 가로지는 걸 좋아했다.
원래 저기 뭐가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게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잔뜩 채웠다. 영국인들은 한두개씩 사모아 커튼 사이 창으로 보이던 그렇게 풍요로운 트리를 꾸며도 좋을 것 같다.


친숙한 Sainsbury's

 뭔가 가장 평균이라고 느껴지는 마트가 Sainsbury's였다. 제품 라인도 그렇고 가격도 그렇고 만만하고도 편안한 구성에 깔끔한 매장, 유기농 제품  선택권도 나쁘지 않을 만큼 많고, 규모도 가장 크고 그래서 그랬는지 가장 많이 갔던 마트였다.

 Norbiton역에는 작은 Sainsbury's가 있었는데, 거긴 시내로 출장이나 교육을 갔다 오거나, 아이와 시내 견학을 다녀오면서 휙 둘러서 또 급한 대로 백팩에 무겁도록 담아서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영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비닐봉지나 종이백을 사람들이 많이 쓰지 않았다. 영국에 가기 전에는 그냥 가방에 마트에서 산 물건을 담아 온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는데, 다들 낡아빠진 장바구니를 챙겨 다니거나 휙휙 가방에 넣어갖고 가거나, 손에 들고 간대도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기에 퇴근하며 들른 마트에서 노트북 백팩에 또 식료품을 꾹꾹 눌러 담으면 어깨가 빠질 듯하면서도 설핏 영국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영국에서는 꽃이 참 쌌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와 둘이 장보기를 간 날이면, 아이에게 꽃을 고르라고 했다. 2파운드짜리 꽃다발도 많았고, 이스터나 할로윈, 크리스마스 같은 날엔 5파운드 짜리면 꽤 그럴싸한 꽃을 살 수도 있었다. 5천 원에서 만원 돈으로 늘 집은 꽃으로 풍요로웠다.


저렴이 ASDA

 ASDA는 네 군데 마트 중에 가격이 가장 착한 마트였다. 그중에서도 채소와 과일이 정말 쌌다. 주차도 편하고 집에서도 가까워서 쓱 가서 저렴한 가격에 식재료를 사다 냉장고에 채워넣곤했다. 다만, 지금은 한국도 유기농, 친환경 제품이 특정 매장을 가지 않고 보통 마트를 가더라도 상당히 있지만, 2018년만 해도 영국은 한국보다 유기농 제품들을 다양하고 싸고 쉽게 접할 수 있었는데, ASDA가 유기농 제품은 상대적으로 다른 마트들에 비해서 적은 편이라서 방문 우선순위에서는 조금 밀렸였다.

 하지만, 전기구이 통닭이나 치킨류 따끈따끈하고 저렴하게 바로 사 올 수 있었고, 매그넘 아이스크림 6개 들이를 2파운드, 단돈 3,500에 자주 할인 해 파는 곳이었다. 아이스크림 쟁이 어른과 아이는 ASDA를 갈 때면 냉동고에 아이스크림을 세일하는지 늘 살폈다. 참, ASDA에는 한국 라면이 있어서 정말 반가워했던 기억이!!

한국라면이닷! 게다 컵라면까지!!


 영국 2년 차였던 2019년 하반기에는 영국 마트에 아직 한국에 없는 스마트 체크아웃 시스템이 있었다. 대면 계산 → 무인 계산 → 그다음 단계가 바로 스마트 체크아웃인데, 물건을 내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바로 휴대용 단말기에 바코드를 읽어서 마지막에 단말기를 읽혀서 계산만 하면, 마트 장바구니에서 계산대로 옮기고 다시 내 장바구니로 옮겨 담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다. 처음 무인 계산이 도입되었을 때도 '계산을 모두들 잘한다고 어떻게 신뢰하지?'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한 방식 같아 보였다. 실수로 바코드가 스캔되지 않을 수도 있고, 중복 스캔될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여하튼 새로운 거니까 재밌는 거니까 해보기로 했다. 비치되어있던 Nextar카드를 하나 소지해야 했고 단말기를 들면 되었다. 아이도 재밌어해서 아이에게 시키면 척척해냈고 바로 계산만 하면 되니 훨씬 간편했다. 지금은 그마저 단말기도 필요 없고 핸드폰으로 스캔하고 바로 계산도 가능한 것 같다. 영국은 역시 IT 소프트웨어 강국이다.

Sainsbury’s의 Nectar카드와 연계된 스마트숍 단말기와 계산대
같은 시스템의 Waitrose의 Quick Check



입고 사는 법


 런던은 그 유명한 패션의 도시이다. 버버리니, 비비안 웨스트우드 같은 초고가부터 테드베이커나 타미힐피거 같은 적당(?)한 가격의 명품 브랜드도 많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다 할 멋쟁이들은 직장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잘 보이지 않고, 토끼에 새에 풀꽃이 그려진 몇십 년 된 옷도 아무렇지 않게 입고 다는 게 런던의 또 다른 모습이다. 런던을 시티 오브 런던이라는 가장 핫한 지역에 한정시킨다고 하더라도 평균 멋짐은 모두들 화보에서 뛰쳐나와 걸어 다니는 듯한 서울이 높지 않을까.

 영국이 계층 사회라는 걸 또 다른 말로 하자면, '모든 계층이 살만한 사회적 구조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흔히 계층 사회라고 한다면, 계층으로 차별받는 사회라는 의미가 본연의 의미이겠지만 영국에서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한 것 같다. 의복 쇼핑에 있어서도 근처도 갈 수 없는 고가 명품들의 세상도 있지만, 지금부터 소개하고 싶은 두 곳을 보면 서민은 또 서민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거구나 생각이 든다.


아직도 몰랐다고? Primark

 영국 직장에서 생활하며 매달 나와의 1:1 미팅을 맡아주었던 Chloe가 화들짝 놀라며 "Primark에 안 가봤다고?!"라며 그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그때는 뭐 대수롭지 않은 의류종합매장을 모른다고 그 난리인가 싶었다. 그런데, 프라이마크는 꼭 알아야 한다.

 한국에도 중국 싼 옷이 막 유입되던 때라 옷값이 비싼 건 아니었지만, 중국 OEM으로 싸게 파는 옷들은 2018년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 더 면도 뻣뻣하고 프린팅 냄새도 심했다. 그런데 Primark는 신세계였다. 면이 그렇게 보드랍고 석유냄새라곤 없는 포근한 냄새의 옷들이 몇 천 원이었다. 쑥쑥 자라는 아이들 한철 옷을 무거워 못 들고 갈 정도로 가득 구매해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지경이었다.

실속있는 옷 한 가득

  Primark에 가면 속옷부터 손톱 끝까지 다 세팅할 수 있었다. 겉옷은 물론, 속옷, 양말, 신발 잡화, 미용도구들 그리고 인테리어 용품들도 즐비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좋은 옷들이 이런 가격이냐며 눈이 정말 휘둥그레졌었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도 사랑하는 아이템은, 처음에 2만 원 가격에 산 검은색 로퍼를 신나게 신고 다니는데 한 달 뒤에 다음 계절상품이 나오기 시작할 때쯤 그 신발이 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져서 황토색 신발까지 사서 지금까지 신고 있는 신발이다. 영국 신발은 가벼운 비에는 웬만해선 방수라는 점이 특히 좋다.

미용 용품도 휘황찬란
인테리어 제품도 매장 지하 반층이나 차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같은 철이 되면 행사성 스웨터나 저렴한 파티복도 나와서 서민들도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시시때때로 영국 사회에 일어나는 행사를 즐기며 자신들만의 소사이어티에서 자신들만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초저렴하고 실속 있게 구매하자면 Primark, 조금 더 돈을 쓰자면 M&S, 그 위로는 John Lewis에서 옷을 사면 되지 않을까.

Primark에서 샀던 귀여운 크리스마스 파자마와 슬리퍼


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TK Maxx

 처음 정착할 때였다. 소개해준 분을 무시할 수 없어 건너 건너 소개받았던 낯설었던 한인 분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에서 이제 본인은 TK Maxx가 아니면 물건을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때는 뭐길래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프랑스에서 사는 친구도 런던에 와서는 프랑스에도 TK Maxx같은 곳은 없다며 싹쓸이를 했고, 한국을 떠나며 “내가 왜 이 좋은 걸 이제서야 다니기 시작했을까”라며 가장 아쉬웠던 게 TK Maxx였다는 사실.

 쉽게 말하면 TK Maxx는 철 지난 명품들을 옷, 신발, 잡화, 주방용품 할 것 없이 파는 곳이었다. 영국은 옷들의 순환이 빨랐는데, 우리는 옷의 주기가 반년에서 1년의 느낌이라면 영국은 분기가 무섭게 제품 라인업이 바뀌었다. 한국식으로 생각하고 다음 계절이 반복될 때 다시 살 수 있겠지 했는데 다시는 지난 제품 라인은 만날 수 없었다. 그 물건들이 다 철 지난 상품을 파는 곳에서 재판매되나 싶을 정도로 철이 지나기만 하면 비쌌던 명품 옷들을 싼 값에 살 수 있었다. 1년, 2년 지난 것이 아니라 직전 철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았던 것 같다. 물론 모든 종류의 모든 사이즈가 있는 것은 아니고 잘 고르는 재주가 있기는 해야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물건을 찾아보면 선택권이 어마어마해져서 밤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건을 스캔하고 있게 되는 개미지옥이 따로 없다. 온라인에서 주문해서 집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매장에서 수령하는 걸로 해서, 매장에서 바로 박스를 열고 사이즈나 물건의 하자를 확인해서 적절치 않은 물건은 바로 매장에서 환불하곤 했다. 지금도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영국에 갈 수 있게 된다면 비행기도 타기 전에 바로 TKMaxx에서 물건을 주문해서 숙소로 배달시킬 작정이다.


 처음 영국에서 쇼핑을 시작했을 때 190 사이즈 아이신발은 영국 사이즈로 얼마인지, 90-95쯤 입는 나의 옷 사이즈는 EU 몇쯤 되어야하는 지 감이 없어서 해맸는데, 귀국하고는 다시 한국 사이즈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어리버리했다. 다시 한번, 적응은 시스템에의 친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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