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cribblie Oct 23. 2021

해외생활 귀국정리의 모든 것

집, 물건, 서비스 그리고 마음까지 정리해야 하는 귀국

 귀국을 준비하던 시절 입버릇처럼 "한 생을 마감하는 기분"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어쩌면 영국생활의 끝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한국을 고별하는 기분으로 떠났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한 생을 마감하는 동안 중2 때 보았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탐크루즈가 브레드피트에게 했던 대사가 떠나질 않았다.

어느 시대에도 적응하지 마라.

죽지 않고 모든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뱀파이어라면, 어떤 시대에 적응하고 머무르는 순간 다른 시공간을 살아낼 수 없어지는 적응의 또 다른 이면을 보는 순간이었다.

 나의 영국 생활이 그러했다. 2년 살이였으면, 적당히 생활을 유지하며 여행자의 마음가짐으로 즐기기나 하며 살았어야 하는데, 온전한 생활자로 살며 길거리 하나하나, 영국의 습관과 문화 하나하나를 체화했던 게 마치 평생을 영국에서 살아온 듯하게 했다.

너무 적응하고 너무 마음을 다 주었던 게
문제였지

생을 마감하는 기분이 아니고서야 다른 시공간으로 넘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은근히 불어난 2년 살림을 어떻게 하면 한 번에 손쉽게 할까 알아보다가 고인의 유품을 싹 수거해 팔아 정산해주는 House Clearance를 알아보자니 더더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귀국 정리는 그렇게 물건이나 공과금 같은 서비스만 정지시키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공간에 주었던 마음까지도 심정지 신호처럼 뚝 끊듯 정리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다채로운 영국 마트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