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동양인으로서 마스크 편견에 맞서기
노리키는 코로나가 발생하고부터 홀로 싸우는 외로운 장군같았다. 노리키가 다니는 학교는 런던 서남부에서 꽤 이름난 괜찮은 공립초등학교다. 딸아이에게 온 노리키의 이메일을 보면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당당하게 잘해나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스크를 왜 해? 마스크 소용없어! 1%밖에 바이러스 못 걸러”
이런 빈번 황당한 무지에 노리키는 이리 답했다 한다.
"죽는 리스크를 감당하고 싶어?
그리고 몇몇은 이해했다고…….
보리스와 모든 영국 매체가 앞장서서 마스크는 동양의 문화일 뿐 방역에는 소용없다 손이나 잘 씻어라 떠들었고, '마스크를 갑자기 내수로 수급해낼 능력이 없는 2차산업 망한 나라라 그러는 게지.'라고 혼자 속으로 꿍시렁 거리던 2020년이었다.
미국이나 영국이나 서양인들은 마스크를 재갈쯤으로 여기는 지 그렇게도 목숨 위의 자유를 부르짖는 게 참 신기했다. 그들의 개인주의는 국가의 전체주의와 묘하게 맞닿아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럽국가들이 코로나로 “노인청산(?) & 재정감축”을 노린다는 건 단지 루머였을까? 요즘 우연히 “나이듦에 관하여”라는 노인의학 전공의 미국 국적의 유대인 여의사 책을 읽고 있는데, 서양이 노인을 얼마나 노골적으로 퇴물취급하는 지 여실히 느끼고 있다. 우리는 그래도 노환 앞에 “어르신 얼마나 불편하십니까”라는 태도라도 취하는 반면에 말이다.
물론 노리키의 반에 마스크를 하는 아이는 노리키 혼자였다. 학교 전체에서도 손꼽을 만큼이었다. 그렇게 독불장군처럼 당당하게 싸워내고 있는 노리키도 노리키 엄마 아이코도 대단했다. 나라면 아이가 혼자 마스크를 쓰도록 할 수 있었을까.
2020년 우리는 노리키에게 파이팅! 을 했다.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그 사이 보리스는 빠르게 몸소 코로나에 걸려 집단면역을 실천(?)했고 영국의 코로나 환자수는 세계 3위를 벗어난 적 없도록 치솟았었고 집단면역이라도 생긴 듯했다. 오미크론으로 또 이렇게 19만 명이나 나올 정도로 치솟을 줄이야. 우리도 10만 명 정점을 찍을 거라 예상하는데 영국에서 19만 명이면 양호하다는 생각도 든다.
유럽들은 이제 코로나를 독감쯤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 음력설을 지내며 아이코가 부쩍 생각이 나 안부인사를 했는데 며칠째 답이 없었다. 세 아이를 키우며 대답 한 마디에도 성심을 다하는 아이코는 인스턴트 대답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답이 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리곤 한다. 이번에도 그런 건가 했지만 며칠은 좀 길었다.
뭐? 노리키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다행이다. 그저 하루 정도 피곤함을 느꼈을 뿐 그 이후에는 멀쩡히 지낸다고 했다. 어린 두 동생도 있는데 노리키까지 자가격리를 하고 있으니 정말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독야청청 홀로 마스크 싸우던 노리키에게도 오미크론만은 그냥 지나쳐가지 않았지만 건강한 사람들에겐 그 정도로 지나가고 있나 보다. 그즈음 나도 이상한 피곤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마침 PCR 검사도 요건이 필요하도록 바뀌어서 집에 있던 키트로 검사를 해보았는데 이상이 없었다. 정말 이상한 피로감이었다.
3일 뒤 아이코는 다시 연락이 왔다. 노리키가 음성이 나와서 이제 자가격리에서 모두 해방되었고 가족들도 모두 감염되지 않은 채로 끝났다고 말이다. 그 여행에서 같은 반 아이들 9명이 코로나에 걸렸었고 다른 반에도 발병자가 있었다는 자세한 이야기를 할 겨를이 아이코에게 생겼나 보다.
이제 인류는 코로나의 어느덧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일까? 정점이라 함은 이제 끝도 보이는 거라 감히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