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르카 [1] - 라이언에어

by 스크립씨

라이언에어 기내 수하물 규정을 꼼꼼히 읽었다. 우리 부부, 각자에게 'small bag' 하나씩만 허용된다라.... '아무래도 캐리어 하나 정도는 더 들고 가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추가를 하다보면 라이언에어에서 '저렴하게' 표를 구매한 노력이 다 허사로 돌아갈 것 같았다. 백팩 두 개에 모든 옷들을 쑤셔 넣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여름인지라 옷을 우겨넣어봐야, 그리 부피가 크지도 않을 터였다. 공항에 도착하니, 따뜻한 남국으로 "탈출"을 감행하는 영국인들이 게이트마다 줄을 길게 서있었다. 우리가 줄을 선 2번 게이트에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이 보였다. 팔마의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았다 - 가족적인 분이기, 뭐 그런 것 말이다.


아, 맞다, 무슨 글인지 소개를 하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마요르카로 휴가를 떠나기로 했고, 이 글은 마요르카 여행기다. 봄이 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잉글랜드 북부도 날씨가 여간 좋아지긴 했지만, 5월 중후순이 되면서 다시금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다행히 비는 거의 오지 않았지만. 때마침, 내게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고, 그리하여 작열하는 태양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선정된 곳이 마요르카의 팔마였다.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도 함께 찾기 위해서 라이언에어를 선택한 것이었고. 그렇게 한다면 팔마에서 조금 더 여유롭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공항에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탑승동이 정해졌다. A2 게이트로 향했다. 탑승할 때 혹여나 짐 크기 검사를 할까 싶었지만, 다행스럽게도 - 혹은 아쉽게도 - 아주 엄격한 짐 검사는 시행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캐리어를 들고 오는 건데 말이다. 조금이라도 짐이 큰 것을 가져온다면 £75정도를 지불해야한다는 공지에 겁을 집어 먹었던 것이다. 여하튼, 이런 것처럼 라이언에어가 비용을 아끼는 방법은 여러 군데에서 보인다. 비행기 예약을 할 때 좌석을 정하는 것에도 추가비용이 발생하며, 공항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면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식이다. 비행기 내에서도 철두철미하게 이루어진다. 탑승 브릿지는 고사하고 항공기에 탑승 계단을 설치한다거나, 좌석을 꽤 빽빽하게 배치해두는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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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라이언에어 비행기에 내장되어 있는 계단, ii) 비행기 출입문과 첫 줄 좌석이 얼마나 가까운지 보라.


2시간 반여를 가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팔마에 도착했다. 유럽의 국경을 통과하는 건, 언제나 꽤 쉬운 일이었다. 한국여권을 가지고 있다면 출국 티켓이나 머무는 숙소의 주소 따위는 구태여 준비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솅겐 협정 지역이니 유럽연합이니, 하는 복잡한 이야기가 있지만, 이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이 글이 더 길어질 것 같다 - 지금도 긴 데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한국여권이 있다면 유럽에 들어가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서둘러 입국을 하려는데, 어찌나 영국인이 많은지. 팔마 공항에는 영국인만을 위한 줄도 있었다 - 아마 영국인 관광객들을 빨리 입국시키기 위함이었겠지. 그런 이유로, "영국인이 아닌" 우리 부부는 꽤 줄이 휑한 곳에 설 수 있었다. 이민국 직원은 우리 여권을 빤히 바라보았다. 영어가 서툰지 'visa...'라고 하며 말 끝을 흐리더니, 더 말을 잇지 않았다. 옆 의자에 앉은 동료 직원을 보며, 서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대충 도장을 쾅-하고 찍어주었다. 요즘은 도장을 잘 찍어주지 않는 추세 같은데 (적어도 유럽 내에서는), 도장을 받으니 내심 좋았다. 해외를 처음 가보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런 물리적인 입국의 증표는 여행 기분을 한껏 낼 수 있게 해준다.


세상에나,

공항을 나오니 어찌나 영국인이 많은지. 공항 안에서 본 사람들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길쭉, 길쭉하게 늘어선 야자수와 피부에 내리 꽂히는 햇볕만 뺀다면 영국과 별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휴가를 마치고 다시 공항으로 들어가는 관광객들, 우리 부부처럼 막 휴가를 시작하려 이 곳에 도착한 사람들이 한데 뒤엉켰다. 땀이 송골, 맺히려 할 때 얼른 우버 앱을 열었다. 우버앱은 뭐가 이리 프로모션이니 오퍼가 많은지. 읽지도 않고, 얼른 숙소 주소를 넣었다. 택시가 곧 도착한다는 알림 때문에 휴대폰이 약하게 진동했다. 아마 많은 우버 기사들은 공항으로 누군가를 데려다주고, 또 다른 손님을 받기 위해 공항에 머무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공항 손님'은 퍽이나 괜찮은 고객들일 것이다. 1분이 채 지나지도 않았을 때, 테슬라 한 대가 우리 앞에 멈춰섰다. 테슬라는 문을 여는 것은 아직도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손잡이가 대각선으로 비죽, 튀어나왔다. 차 안은 시원했다. 해안가 도로를 타고 쌩, 달리는 차 안에서 바깥을 보았다. 햇볕이 부서지는 바다, 끊임없이 늘어선 야자수들, 가벼운 옷차림의 관광객들을 보자니, 드디어 우리가 남쪽에 온 것이 실감났다. 시원한 곳에서 보는 이국적인 풍경이 무척 좋았다.




라이언에어에서 티켓을 구매하며 알게 된 것 (어차피 이런 것은 라이언에어 공식홈페이지가 가장 정확할 것이며, 다른 블로그에서 다룬 글들이 더욱 간결할 것이지만...)


1. 좌석을 예약하는 것에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비상구는 물론이거니와 비행기 동체의 앞부분/뒷부분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는 것.


2.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게 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반드시 온라인으로 미리 해두어야하는 것. 내 경우에는 표를 구매하고, 출발까지는 2주나 더 남았었던 것 같았는데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3. 탑승 게이트가 전광판에 뜨면 빨리 가서 줄을 서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들고 온 기내 수하물을 내 머리 위가 아닌, 아주 이상한 곳에 싣게 될 것이다.


4. 표를 구매할 때 (혹은 구매하고 난 뒤), 수하물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왕복표를 구매하는데, 홈페이지에서 '기내 수하물 하나에 £50'라고 되어있다면 이것은 '갈 때'와 '올 때'를 모두 합친 것이다. 상세히 보면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25를 내고 '올 때'만 추가 수하물을 구매하는 것이다. 출발할 때 짐이 많지 않다면, 본인의 백팩을 캐리어 안에 넣어서, 여행 갈 때는 추가 수하물에 대한 비용을 아끼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5. 여느 저가 항공이 그렇겠지만, 기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음료와 음식은 유료다. 라이언에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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