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흘러나오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

천천히 생각하고 글로 소통하는 이유

by 간호사K

어떤 장면이나 마주침 이후에 생각이 저절로 움틀 때까지 두고 보는 편이다. 그때의 감정적 판단이나 의견을 표현하며 바로바로 상호작용하는 것도 좋고, 일상에서도 충분히 하고 있지만 때로 그러지 않고 싶다.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행하고 있는 블로그, 온라인 독서모임에서는 스스로 그 반응 속도를 채근하지 않는다.

대화나 소통도 좋아하고, 혼자 만의 시각과 배움의 속도로 세상을 알아가는 것보다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더 넓고 깊게 삶을 바라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신뢰-대화가 통하며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는-가 있고,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실시간 피드를 주고받는 SNS나 독서 토론의 형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은, 내 생각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내 생각을 온전히 드러낸다고 느끼며 만족할 만한 표현을 위해서는 표현이 맹글어지는 데 경험과 성찰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누군가에게 감명받고 재미를 느끼면서도 의견을 드러내는 데 뜸하기도 하고, 매달 형식을 갖추어 사전 질문까지 제시해주는 친절한 온라인 독서 토론에도 아직 참여하지 못했다. 책 읽는 걸 좋아해 고등학생 때 독서토론에 몇 번 참여해 본 결과, 내 말이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기 힘들다는 건 느꼈었다. 사실 그래서 처음 연애를 할 때에도 전화나 실시간 카톡 보다 정제된 진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자를 선호했지. 익숙해지고 편안한 환경과 관계를 만들어, 자유로이 생각과 감정이 흘러나오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사람인 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