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에서 완생으로
벌써 8년 전쯤 일인 것 같다. 입사 후 나름 열심히 일하며 어느 정도의 성과도 보였고 회사라는 곳의 시스템도 파악할 무렵, ‘대리’ 직급으로 진급을 하게 되었다. 보통 사원 4년이 지나면 대리로 진급을 하게 되는데 나도 ‘누구누구 씨’라는 직급을 붙이지 않던 4년을 보내고 나서야 진급을 하게 되었다. 어느 회사든 비슷하겠지만 신정을 쉬고 난 새해 첫 출근일에 전체 공지 메일로 진급자 명단이 공개된다.
그 해에는 유독 진급자가 많았다. 회사가 30주년을 맞이하며 매출도 최고를 찍었기 때문에 화끈하신 사장님께서 3년 차인 직원 세 명을 진급자 명단에 올리셨다. 우리 부서의 3년 차 여직원도 나와 같이 진급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입사 전 타사에서 길진 않지만 1년이 넘는 경력 아닌 경력을 가지고 입사해 4년을 보낸 후 진급을 했지만 나와 4살 차이가 나는 일명, 후임이라 생각하던 친구와 같이 진급을 하게 된 것이다. 진급을 하게 되면, 특히나 사원에서 대리로 진급이 가장 기분이 좋다고들 하는데 그때의 내 기분이랑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누가 후임과 같이 진급을 해서 같은 호봉을 채워 나가야 하는데 기분이 좋으랴. 그래도 회사에서는 속마음을 숨기며 선임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지만 차마 같이 진급한 그 친구에게는 축하의 말을 건네진 못했다.
그 후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 강연에서 이전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강연자 님 왈, 내가 강연 후 강연장에 온 어떤 사람에게 50만 원을 줍니다. 그 사람은 내 강연이 어땠는지 상관없이, 이유도 없이 나에 대해 좋게 평가할 거예요. 그런데 그 옆 사람에게는 100만 원을 준다면, 50만 원을 받은 사람은 또 이유 없이 나를 차별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어차피 생각지도 못한 돈을 받아 기분이 좋았는데 옆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괜히 마음이 상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그랬나 보다. 내가 그 친구와 비교하지 않았더라면, 그것만으로 감사함을 느꼈더라면,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경험은 엄한 스승이다. 먼저 시험에 들게 하고, 그 후에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한 ‘버논 샌더스 로’의 말이 생각난다. 삶은 수많은 경험의 산물인 것 같다. 이제 마흔을 넘어 또 다른 진급을 하게 된 2021년 신축년 새해 아침, 미생에서 완생을 향해 나아가며 몇 자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