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절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

by 마노사

2020년 1월 중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중국 거래처 새해 인사로 출장을 갔다. 중국 내에서 비행기, 고속열차를 타고 며칠을 다니며 처음으로 福建省의 어느 산업 단지에 있는 거래처를 방문했다. 택시를 타고 한 시간 넘게 들어가는데 아직 개발이 한창인 산업 단지 내의 공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택시 창문을 닫으면 기름기로 떡진 머리와 꼬질꼬질한 겨울 점퍼에서 풍겨 오는 기사님의 역겨운 냄새가 택시 안을 가득했고, 창문을 열면 온갖 매연과 미세먼지로 목을 따갑게 했다. 평소 마스크를 잘 안 쓰던 나는 얼른 가방 속의 마스크를 꺼내 썼다. 한 시간이 넘는 택시 안에서 줄곧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던 그때가 이제는 쓰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하는 마스크와의 첫 장기 동행이었던 것 같다.


출장을 돌아온 후 뉴스에서 우한 바이러스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외 방문은 사실상 힘들게 되었다. 출장이 힘들어지자 중국 거래선들과 컨퍼런스콜이 출장을 대체했고, 지금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우한 바이러스로 괜찮으시냐가 첫인사가 되었다. 몇 달이 지나자 코로나로 이름이 바뀌었다. 출장 후 1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는 인류 역사에 남을 만한 종적을 남기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코로나가 없던 시절에 써놓은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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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이면 가끔 집 가까운 곳의 극장에 간다. 약속이 없는 날 아침, 대충 씻고
추리닝, 두터운 외투에 모자를 쓰고 가면 양질의 영화를 몇 천 원 하지 않는 조조로 즐길 수 있다. 영화 <7번 방의 선물>이 인기라 서둘러 도착한 상영관, 정 중앙 내 자리를 찾아 앉으니 양 옆으로 한 자리씩 비어있다. 나 같은 사람이 둘 더 있구나라는 생각에 피씩 웃음이 나왔다. 그러던 중 오른쪽 끝에서 한 남자가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들어와 내 왼쪽 자리에 앉았다. 둘러보니 다 들 연인, 가족인데 모르는 남자랑 나란히 앉으니 얼른 오른쪽 자리에는 여자분이라도 와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 한 손에는 라지 사이즈 팝콘에 다른 한 손에는 콜라를 든 남성분이 들어와 오른쪽 자리에 앉아버렸다. 이 분 영화 시작부터 아주 맛있게 팝콘을 즐기신다. 남자 셋이서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는 기분, 뭐 어둑어둑한데 알게 뭐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집중하고 있는데 영화 클라이맥스,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자 팝콘 먹던 남자가 훌쩍인다. 팝콘은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계속 눈물을 훔치는데 왼쪽 남자도 훌쩍인다. 그래도 그는 눈물은 닦지 않고 훌쩍이기만 한다. 중간에서 애써 참으려는 나도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런… 일요일 아침, 모르는 남자 셋이서 영화의 감동에 훌쩍이고 있는 모습이란. 멋쩍어 주위를 보니 여자들만 훌쩍이고 있다. 그녀의 연인으로, 아들 딸의 아버지로 온 남자들은 애써 이를 악물며 참고 있다.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도 한다. 영화가 끝난 후 우리 셋은 언제 울었냐는 듯 태연하게 상영관을 나와 각자의 길로 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앞으로는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마음껏 울고 싶을 때에는 꼭 혼자 더욱 구석진 자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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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처음 만난 남자 셋이 나란히 앉아 영화의 감동에 훌쩍여도 좋다. 극장에 나란히 앉아 팝콘과 콜라를 마시며 울고 웃을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그리고 코로나로 힘든 식당, 여행업계, 공연업계 등 모든 분들이 언젠가는 코로나가 하나의 힘들었던 그 시절 추억이 되어 글과 영화로 우리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며.


사진: 영화 <7번방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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