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술실 간호사다
수술실에서 멘탈이 나갈 때가 여러번 있다
수술 스크럽 도중 나의 실수로 수술의 지체나 문제가 생겼을 때나..
고과의 수술재료 입력 누락 사실을 나중에 환자 퇴원 후 알게 되었을 때...
멘탈이 나갈 때는 수도 없이 많지만
나 같은 경우는 주로
나이트 근무 중...
대박 수술에 들어갈 때 멘탈이 종종 나간다
대박 수술이라 함은 한번 들어가서 아침 퇴근할 때까지 못 나오는 심장수술이라던가
내가 자주 해보지 않은 수술이라 프러시저를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 수술일 때
인성이 좋지 않은 교수님이 집도하는 수술일 때
밤을 새우는 것도 힘든데
고난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수술을 하나 보면
새벽 4시 5시쯤엔 정말 멘탈이 나간다
이 와중에 교수들의 욕 한 번이면 간신히 붙잡고 있는 나의 멘탈이 바람에 스카프 날려가듯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그 후엔 어차피 나간 멘탈이라
돌아오길 기다리거나 바라질 않고
심호흡 두 번 후에
악으로 깡으로 독기 어린 마음으로 수술을 마친다
( 약간 이런 마음으로 버틴다 ‘ 한 번만 더 나에게 뭐라 하면 악으로 똘똘 뭉친 거대하고 뾰족한 나의 기분을 그대로 투여하리라’라는 마음이다 )
그런데 그런 상태가 되면 신기하게 더 이상 멘탈의 도움 없이도 교수들이 수술하면서 지적하거나 욕하거나 하지 않는다
수술실은 버텨내야 하는 곳이다
이왕이면 즐기면 좋겠지만...
* 오늘의 조언 *
멘탈따위에 연연하지 말자
멘탈이 나가도 수술은 끝낼 수 있다
즐거운 시간은 아니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