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라 그래

by scua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 말은 가수 양희은 씨가 자주 하는 말인데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 화가 나거나 의견이 맞지 않거나 그리고 황당할 때 그럴 때마다 즉시는 아니지만 “그럴 수 있어”라는 말로 나를 다스린다.

무슨 마법의 주문인 듯 그 말 한마디면 마음이 조금 괜찮아진다. 우연히 양희은 씨가 쓴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제목은 <그러라 그래> 제목이 너무 맘에 들어서 바로 결제해버렸다. 본인의 일상을 쓴 에세이이다. 그리고 가수 양희은이 부른 노래를 찾아 듣게 되었는데 그 전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책을 읽고 다시 들어보니 많이 좀 슬펐다. 60년도. 70년도를 지내온 사람들을 존경한다 그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본적으로 밥도 잘 챙겨 먹지 못했다.

나처럼 귀찮아서 아니라 돈이 없어서.. 가수들은 히트곡을 만들어 내고도 지금과 같은 돈을 벌 수도 없는 구조이며 대부분의 사람이 단지 먹고살기 위해 일했다 심지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왜 사랑이 이루어질 수가 없는 가라면서 퇴폐적인 가사라는 이유로 노래가 금지곡 이 되기도 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한 세상에서 살아온 것이다. 그러면서도 양희은 씨는 “그럴 수 있어” 이 한마디로 불합리한 세상을 이겨냈다. 2012년 처음 허리 수술을 했을 때 그때는 너무나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면 그저 그냥 조금 아팠다 정도.. 당시에는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었겠지만 지나고 보니 시간이 해결해줘야 될 문제가 생각보다 많은 거 같다. 그리고 2015년도 한번 더 허리 수술을 해서 그때는 뭔가 다 끝난 거처럼 생각했지만 2021년 지금 난 멀쩡히 그때 보다 훨씬 즐겁게 잘 살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사연을 읽는 이유> 페이지에 <섣부른 위로보다 그 사람의 얘기를 잘 듣고 ‘그래서 아팠구나, 나라도 그랬겠다’ 하고 공감할 뿐이다. 겪어보지 못한 일을 두고 어떻게 판단하거나 조언할 수 있을까. 어떤 사연은 차마 말 건네기가 더 어려워 음악으로 답변을 대신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인생 무게에 비하면 말은 너무 가볍기 때문이다.>이 구절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지금 나는 코치로서 2군 코치로서 어쩌면 좋은 해결책보다도 공감을 해주는 게 더 필요할 때가 많은 거 같다. 지난 20년간 선수로서 기억을 떠올려보면 어떠한 해결책보다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고 인정해주었던 따뜻한 한마디가 나에겐 더 큰 힘이 되었다. 모든 건 사랑이 기본인 거 같다. 주고받는 것 이라지만 내가 먼저 주었을 때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양희은 씨는 빚이 많던 시절이 있었다. 이자를 감당하는 게 너무 힘이 들었는데 양희은 씨의 팬인 한 신부님이 조금의 이자도 없이 무기한 돈을 빌려주기로 했단다. 큰돈을 아무 이유 없이 신세를 지려니

송구스럽기 짝이 없어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불러 세우더니 이자를 받겠다고 하시더라. “잠깐, 미스 양! 우리도 이자를 받아야겠어요.”

“첫째, 미스 양의 웃음입니다. 이젠 웃을 수 있겠지요? 돈 때문에 그렇게 어두운 얼굴이었다면 돈을 갚은 후에는 웃을 수 있는 거 아니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다음에 어른이 되어 지금의 미스 양 같은 처지의 젊은이를 만나면 스스럼없이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두 가지가 우리가 받으려는 이자예요.” 다행히 일이 잘 풀려 3개월 만에 다 갚았지만 이자는 아직도 갚고 있다고 한다. 동생 양희경 씨에게 많이 혼난다고 한다. 호구처럼 도와주기만 한다고..

웃음과 호구같이 다른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돕는 것, 어쩌면 이게 인생의 전부 일지도 모른다.

항상 웃음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을 스스럼없이 돕고 사는 거. 전부이지만 가장 어려운 거 일 수도 있겠다.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 이 두 마디로 앞으로의 인생도 즐겁게 살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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