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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작가 Aug 18. 2021

#5. 마추 픽추에 오르다.

잉카의 도시에 드디어 다다랐다.

2015/12/28 마추 픽추


새벽 5시 출발, 마추 픽추로 오르는 첫차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오픈하자마자 부지런히 입장하여 마추 픽추에 오르고 다시 쿠스코로 귀환하는 일정이기에 나에게 주어진 하루, 충실히 고대하던 유적을 만나고 싶었다. 매표소까지 오르려면 운행하는 버스를 타는 방법과 1시간여? 등산으로 오르는 방법이 있다. 첫 손님으로 인적이 드문 마추 픽추를 대면하고 싶어 아침잠을 양보하기로 했다. 3박 4일 잉카 트레일 팀과는 오전 10시쯤 만나기로 했으니, 자유시간도 넉넉하다.


어두컴컴한 새벽, 마추 픽추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새벽인데도 만석. 역시. 

버스로는 15분 정도의 짧은 거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어 가파르게 오르는 산기슭에 손전등을 들고 열심히 등산을 하는 트래킹족이 눈에 띈다. 체력들이 좋으신가. 그러나 우리는 3일 치, 이미 잉카 트레일을 건너온 바. 그리고 오늘의 마추픽추를 둘러보기 위해 체력을 아껴야 한다!


굽이 굽이 기대에 차 오르는 산에는 구름만 가득하다.  

점차 빛이 어려오는 하늘. 조금씩 밝아진 세상.

지난밤 까지도 간간이 이슬비에 구름 가득, 예보에도 비 소식이라 마추 픽추를 제대로 볼 수 없을지도 몰라, 아주 조금은 기대를 버리고 올랐다. 선크림 대신 우비를 짊어지고 게이트 앞에 서서 잠시의 기다림. 그리고 게이트가 열렸다. 미리 티켓팅 했던 페이퍼 입장권에 도장을 받고, 그 많은 관광객들 중 10번째로 들어갔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처음 마주 선 마추 픽추는 형체를 보여주지 않았다. 입구에서 멀리 보이는 익숙한 실루엣은,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구름에 가려진 그 실루엣마저도 신비로와, 재빨리 앞으로 다가갔다. 1초가 아까워 부지런히 카메라 세팅을 하고, 어떻게 담아야 하나, 기대 반 실망 반 다가서는데, 정말로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앞에 서 렌즈를 눈에 대는 순간, 믿을 수 없이 갑자기 구름이 조금씩 흘러가기 시작했다. 한가득 끼어있던 구름덩어리가 슬며시 멀어져 갔다. 멋진 무지개까지 언뜻 비추며 햇빛을 받아 선명히 드러나는 유적.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이었다.

산 따위가 뭐라고, 이렇게 선물을 주는지- 마추 픽추의 아름답고 선명한 실루엣이라니. 

감격에 겨워 아직 관광객으로 차오르지 않은 마추 픽추의 그 순수한 모습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과거의 영화일 뿐, 현재는 그저, 돌과 풀이 남아있는 그림자일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빛과 바람과 구름, 그리고 그날의 영화같이 걷힌 파노라마는 감동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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