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 첫 이용기

3시간 53,900원?

by 와초 Wacho

나는 오늘 시간을 샀다.


임신했을 때, 육아하는 친구들이 꼭 해주는 조언들이 있었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 워킹맘이다) 그중에 하나가 “집청소는 무조건 도우미 불러. 그래야 너 숨이라도 쉬고 산다.”였다.


그래, 한번 불러볼까? 하다가도 얼마나 넓다고 청소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나 싶었다. 하긴 집안 꼴을 보면 참 갑갑하기는 했다. 아이가 쓸고 다니는 거실과 부엌, 아이 방바닥은 그래도 겨우 2~3일에 한 번씩 걸레질했지만, 베란다나 신발장, 부엌 구석구석은 먼지와 모래가 쌓여가고 있었다. 화장실 바닥도 한번 박박 닦으며 뽀송뽀송하게 만들어놔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볼 때마다 한숨만 나왔다. 날마다 늘어가는 아이 장난감, 둘 데 없어 식탁 위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잡다구리한 물건들은 또 어떻고…. 어휴.


그렇게 머릿속으로만 품고 있었던 가사도우미를 불렀다. 도우미님께 청소를 부탁해 보고 그 시간에 나는 짐 정리를 해보자 결심했다.


우리 집에 처음 와본 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나만큼 속속들이 알아야 청소할 수 있지 않나?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 내린 나름 큰 결심이었다. 그런데 그에 비교해 예약은 굉장히 수월했다.


<미소>라는 앱에서 ‘예약일시, 청소시간, 주소’만 입력하면 간단하게 예약이 끝났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심에 비해 예약이 너무 수월해서 놀랐다. '오, 엄청 간편하잖아!'


그리고 이용 가격에 한 번 더 놀랐다. 2시간 청소에 38,900원, 3시간에 53,900원이다. 나는 3시간을 예약했다. 이 가격으로 나의 세 시간을 살 수 있다니 굉장히 매력적이었지만, 동시에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거, 어떻게 이렇게 싼 걸까?’


예약일이 되었다. 도우미님이 오시기 전, 괜스레 긴장되었다. 청소도구는 미리 준비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고무장갑부터 욕실 수세미, 유리 세정제, 변기 클리너까지 필요한 용품을 새것으로 챙겼다. 청소기, 걸레, 빗자루 등의 도구들도 잘 보이도록 한 곳에 놓아두었다.


드디어 도우미님이 오셨고, 빠르게 집안 곳곳의 위치를 파악하시더니 설거지부터 시작하셨다. 내가 뭔가 필요한 게 없으실까 싶어 주위를 서성거렸더니, 그러지 말고 들어가라고 본인이 왔으니 이럴 때라도 쉬라고 말씀하시며 웃으셨다.


3시간은 꽤 긴 시간이었다. 도우미님은 쉬지도 않고 서서 계속 일하셨다. 물 한 모금 드시지 않았다. 그 와중에 틈틈이 어떤 도구를 써야 어디의 먼지를 잘 닦을 수 있는지, 유리창엔 어떤 브랜드가 가장 효과적인지 등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도우미님이 돌아가고, 청소가 끝난 우리 집에선 반짝반짝 윤이 났다. 눈에 밟히던 먼지들은 사라졌고 집 안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여전히 정리를 미룬 짐 더미들이 있었지만, 공간이 넓어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다시 한번 가사도우미 이용 가격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용을 해보고 나니 더 실감이 났다. 역시 가격이 너무 쌌다. 깨끗해진 집안을 둘러보면서 잠시 행복했으나, 곧이어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가사도우미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플랫폼 수수료가 빠지면 그분이 실제로 받는 돈은 더 적을 텐데, 낮아도 너무 낮은 임금이었다.


반면 내가 받은 서비스의 가치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 내가 해야 할 가사노동의 자리를 대신 채워주었다. 그분 덕분에 나는 오늘 쉴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까지 체감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왜 이 일을 한 번도 '이상하게 싼 일'이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친구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잠잘 시간도 부족한 슈퍼 워킹맘들의 하루는 안 봐도 뻔했다. 출퇴근하랴 일하랴 아이 돌보랴 밥 하랴. 집 안 청소는 아이가 잠들고 내 할 일을 끝내고 빨라야 11시 이후에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가사도우미의 서비스는 누군가에겐 단순히 '청소'가 아니었다. 단 몇 시간을 '온전히 나의 시간'으로 만들게 해주는 일. 그 시간 안에서 우리는 겨우 한숨 돌리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래서 내일 또 힘차게 걸어 나갈 에너지를 비축하게 해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워낙 일상적이라, 그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가족이 대신해 주는 일'로 여겨지기에, 가사도우미가 없다면 내가 해야 하고, 정 못하겠으면 우리 엄마가 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래서 가사노동의 가치는 더더욱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궁금해진다.

'이 노동력의 가치는 왜 이렇게 결정된 걸까?'


왜 이 3시간의 노동은 53,900원이어야만 했을까?

우리는 왜 어떤 노동을 싸도 된다고 믿는 걸까?

그 '싼값'은 정말로 그 노동력의 가치일까?



※ 매주 화요일, 하루를 사유하는 글로 인사드릴게요.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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