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6시. 신지로이드 한 알과 물 한 컵. 스트레칭으로 몸을 한번 늘려주고 노트북을 켠다. 하루 중 뇌가 가장 잘 돌아가는 시간이다. 어제 읽었던 책의 한 부분을 간추리고 리뷰를 썼다. 신기하게도 쭉쭉 써 내려간다.
다 쓰고 나니 7시 30분. 그때 스으윽 — 문 열리는 소리. 애착이불과 물컵을 꼭 쥔 꼬마가 나와서 한동안 나에게 안겨있다. "눈부셔!" 하면서. 아유, 우리 예쁜 딸.
밥 먹이고, 놀아주고, 책 읽어주고, 세수 양치 돕고, 옷 입혀서 어린이집. 2시간이 후딱이다. 9시 30분, 이제야 상쾌한 아침이 시작되는 기분으로 집에 돌아온다.
식재료 배달 정리, 빨래, 설거지. 10시엔 PT. 샤워하고 커피 한 잔 사서 집에 오니 11시 40분. 아 왜!! 왜 벌써 12시가 다 된 건데. 집에 걸어오는 시간마저 아까워서 강의를 들으면서 왔다.
집 정리하고, 찌개 끓이고, 저녁 고기 미리 구워놓고, 설거지까지 끝내고 나니 온 기운이 다 빠졌다. 12시 30분. 조금 쉬어야지.
넷플릭스를 켰다. 그런데 카톡이 쏟아진다. 친구네 약속 잡고, 어린이집 공지 확인하고, 가족 답장하고, 아이 잠옷도 주문하고. 좀 쉬려고 켠 넷플릭스는 30분도 못 봤다. 뭐야, 2시 30분이잖아.
안 되겠어. 책 꺼내자. 아니지, 한문 공부부터. 2시 45분. 프린트를 꺼내 한 문장 한 문장 새겨본다. 짧은 문장들이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깊고 넓다. 재밌게 하다 보니 4시.
하원 전까지 한 시간. 책을 읽을까, 한시를 볼까. 그러다 AI와 수다를 떨다가 5시가 되어버렸다.
이제 소윤이를 데리러 간다. 오늘도 나를 보자마자 말하겠지.
"집에 가기 싫어! 우리 어디 가?"
그러게나 말이다. 날이 좋아졌으니 놀이터에 가자. 하원 시간이 겹친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뛰어놀다가, 친구 엄마 덕분에 저녁 초대까지 받았다. 소윤이는 저녁도 잘 먹고, 나도 잘 얻어먹고. 집에 오니 9시. 에너지 넘치는 아이는 울부짖는다.
"자기 싫어! 목욕하기 싫어!"
나는 그냥 좀 눕고 싶다.
하루에 내가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 10시부터 5시. 그 일곱 시간이 정말 나를 위한 시간이 맞는 건지.
글을 쓰고 공부한 시간은 다 합쳐서 세 시간. 하루 종일 애를 써서 만들어도 이 정도밖에 안 나온다. 답답하다. 공부만 하는 사람들은 못 해도 6~7시간은 집중할 텐데. 나는 언제 따라잡을 수 있을까?
나에게 묻는다. 난 지금 최선으로 살고 있니?
최선이 아닌 것 같다. 부족하다 부족해, 피곤하다며 자꾸 넷플릭스를 켜고, 인스타를 열어서 보게 된다.
최선이라…. 최선의 기준은 뭐지.
아니, 너! 이게 최선이 아니라는 기준은 뭔데.
그렇지만 이게 최선이라면, 정녕 내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세 시간이 전부라는 게 오히려 절망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