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관, 아이가 고른 책이 데려간 세계

by 와초 Wacho

“소윤아 어디 가고 싶어?” 라고 물으면, 대답은 둘 중 하나다. 도서관 아니면 키즈카페. 그중에서도 도서관을 더 자주 고른다.


요즘 어린이도서관은 정말 좋다. 책장이 반듯하게 줄지어 서 있는 도서관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아실과 청소년실이 구분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유아실은 신발을 벗고 마룻바닥에 편하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다. 폭신한 소파와 알록달록한 유아용 의자, 오르락내리락 안전계단까지. 그림 그리기나 보드게임을 준비해주는 곳도 있고, 산책로를 갖춘 도서관도 꽤 있다. 영상을 장 보지 않는 소윤이에게 도서관은 책으로 가득 찬 놀이터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수백 수천 권의 책들이 풍기는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그사이에 풍덩 뛰어들고 싶은 설렘은 어른도 아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남양주에 있는 정약용도서관에 다녀왔다. 1층에 어린이도서관이, 반대편엔 베이커리가페가 있고 주변으로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유아실은 쿠션 매트가 넓게 펼쳐진 동산 같았다. 한쪽 벽면엔 칸칸이 나뉜 작은 방들이 있어, 우리는 방 하나에 자리를 편하게 잡았다.


소윤이가 책들을 가져왔다. 글자를 모르는데 어떤 기준으로 책을 가져오는진 잘 모르겠다. 한쪽 책꽂이의 시리즈를 3-4권씩 가져오고, 다 보면 같은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또 가져왔다. 마음에 든 모양이다.

읽어주다 보니 나도 좋았다. <올챙이 그림책> 전집에서 <가치관 형성을 돕는 책> 시리즈였다. 잔잔한 그림 위에 따뜻한 글. 거기에 내가 소윤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세상이 거기 있었다.

다양한 인종, 장애와 비장애에 대한, 아이들이 차별하지 않고 다름을 이해하도록 그려진 책들이 있었다. 주인공은 사고로 다리를 잃은 아이. 그의 친구들은 소리를 못 듣거나, 눈이 안 보이고, 뇌성마비를 앓고 있지만 서로 돕고 어울려 살아갔다. 각자 잘하는 것이 있고, 친구를 도울 힘이 있었다. 그림책 속 그 아이들은 전혀 불편하거나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

직업에 관한 책도 좋았다. 어부, 농부, 광부, 회사원, 기술자, 의사 등. 책 속에선 위계 없이 모두 존중받는 직업들이었다.

모두 사회가 당연하다고 가르치는 것들을 걷어낸 자리에서, 스스로 가치관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만든 내용이었다.


저자가 궁금해졌다. 윤구병 선생님. 철학과 교수를 그만두고 전라북도 부안으로 내려가 ‘변산교육공동체’를 세웠다고 한다. 직접 농사를 짓고 아궁이를 떼며, 자연과 함께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라고 한다.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자신들의 철학을 지키며 살아가는 그들이 존경스러웠다.

소윤이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닌다. 다른 부모들과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즐겁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나는 거기서 늘 고민한다.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우리 마을과 우리의 이 땅과 어떻게 더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부모로서 더 행동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까. 그 고민을 몸소 살아낸 사람의 책을 소윤이가 우연히 골라왔다. 이것이 도서관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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