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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뒤적거려본 올림픽에 대한 잡설]

올림픽이 무슨 뜻이야?

by 어풀

한반도가 22년 만의 더위에 달아오른 8월, 지구 반대편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올림픽의 열기가 한창이다.


내 생에 최초의 올림픽은 1984년 LA대회였다.

하지만 지금껏 그 의미와 유래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몇 시간 짬을 내 뒤적여본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들을 끄적여 본다.


1. 신께 바치는 운동회


올림픽의 의미에 대해 정확히 아는 드물다.

문자적 의미로 해석하면 '올림피아의 제전(祭典: 제사 제, 행사 전=festival, celebration)'이란 뜻이다.

올림피아(Olympia)는 올림푸스산 인근 지역이며, Olympus는 천상, 천계를 의미하는 남성명사다.

올림푸스산은 실제 지명인 동시에, 신들이 모여사는 상상의 공간이기도 했다.


고대그리스에는 여러 지역에서 제전이 열렸다.

올림피아의 올림픽을 비롯해 네메아의 네메아제, 델포이의 피에티아제, 코린트의 이스토미아제 등이 대표적 제전이었다.

신을 숭배하는 의식을 치른 후 운동경기를 진행했는데, 이를 제전경기라고 불렀다.

이 제전경기가 '명랑대운동회' 올림픽의 시초였다.


2. '4년에 한 번' 평화를 도모하다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오랫 동안 서로 박터지게 싸워서 공멸의 조짐을 보였다.

이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로 엘리스의 왕 이피테스가 전쟁상대국 스파르타에 '제전'을 제안했다.

신에게 제를 지내는 경건한 기간에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계산에서였다.

또한 원래 8년에 한 번 열렸던 대회를 4년에 한 번으로 조정했다.

제전의 주기가 길면, 그 사이에 전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컸기 때문이다.


3. 알고 보니 전쟁종목, "까불지 마라!"


올림픽의 종목은 원래 단거리 달리가 하나였다.

이후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레슬링, 판크라치온(권투와 레슬링을 합친 종합격투기)으로 늘어났다.


잘 생각해 보면 박터지게 싸울 수밖에 없다.

이들 경기는 모두 전투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빠르고 힘세고, 무기도 잘 쓴다. 그러니 함부로 쳐들어 왔다간 재미없을 줄 알아라."


혹은


"우리 시민들이 이렇게 대단한 걸 해냅니다. 그러니 뭐 해달라고 하면 성실하게 협조합시다."


리는 의미를 담았다고 유추해 본다.

그러니 각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국운을 짊어지고 경기에 임했을 것이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폭력을 지녔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아이러니다.


수천년을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대의 올림픽은 인종과 국가 혹은 이념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한층더 치열해졌다.

이는 선수들의 약물복용과 심판매수, 편파판정 등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권력과 자본의 힘 앞에 정의가 얼마나 무력한지 일깨워 준다.

평화를 표방하는 전세계인의 대운동회가 평화를 해치는 불의의 위세자랑이 돼버린 셈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야비한 이들이 판을 만들고 뒤흔드는 복마전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는 감동이 있다.

오랜 기간 목표를 향해 달려온 이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다.

내 나라 내 선수를 응원하며 우리를 느낀다.

이긴 이에게 축하를 보내며 함께 기뻐하고, 승리하지 못한 이를 위로하며 다음을 기약하자고 응원한다.


또한 그 다양한 종목들과 수많은 선수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올림픽 말고 또 언제 있겠는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거나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지 않는 한, 내 삶엔 아마 여덟에서 열 번의 하계올림픽이 남았으리라.

그 대회들이 평온히 정의롭게 치러지기를 기대한다.

가슴 뭉클한 감동과 기쁨을 선사하며...


*사진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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