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몇 개, 문장 하나
하루 종일 썼다
단어 몇 개
문장 하나
밤이 깊어갈수록
손끝은 무거워지고
의심은 더 또렷해졌다
이건 어디선가 본 문장이 아닌가
어쩌면 나도
내가 아닌 무언가를 쓰고 있는 건 아닐까
세상은 너무 빠르고
이미 다들 너무 많이 말했고
무엇을 써도
누군가의 말 같았다
그래도 나는
지우고 또 지우며
그 문장을 견뎠다
그건 아주 작고
별것 아닌 이야기였지만
그 안엔 내가 있었다
이름도 얼굴도 없이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창작은
자신을 다 지우고서야
비로소 남는 무언가라는 걸
하지만
그렇게 만든 문장도
세상에선 쉽게 흐려진다
복사되고
잘려 나가고
낯선 손에 실린다
그럴 땐 꼭 묻고 싶어진다
그 말을
처음 꺼낸 사람이 누구였을까
저작권은
창작을 견뎌낸
단어 몇 개
문장 하나를 위한
울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