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침묵의 밤
처형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웃음과 욕설이 뒤섞였고 행상은 음료를 팔았다
누군가는 기적을 기대했고 누군가는 구경을 즐겼다
로마 병사들이 그의 손목을 붙들었다.
망치가 내려왔다
짧고 단단한 소리가 돌바닥을 울렸다
피가 튀었다
십자가는 천천히 세워졌다
하늘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흐렸다
그는 벌거벗은 채 매달려 있었다
양옆의 사형수들은 비명을 질렀고
군중은 조롱을 멈추지 않았다
남을 살리던 자여
너 자신을 살려 보라
그 말은 웃음 속에서 흩어졌다
우리는 늘 그렇게 생각한다
능력이 있다면 증명하라고
신이라면 개입하라고
의롭다면 살아남으라고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못은 살을 통과했고
발은 겹쳐 묶였으며
피는 기둥을 타고 흘러내렸다
피 냄새를 맡은
파리들이 십자가를 맴돌았다
몇 마리가
벌어진 상처 위에 내려앉았다
설명은 그 자리에 없었다
제자들은 보이지 않았고
어머니는 말없이 서 있었다
하늘은 닫혀 있었다
어찌하여...
짧은 숨이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대답은 없었다
의인은 매달려 있고
권력은 그대로였다
선은 복을 받고 악은 벌을 받는다는
말은 그 자리에서 힘을 잃었다
먹구름이 몰려와 태양을 가렸다
사람들은 명절을 준비해야 한다며 떠났다
남은 것은 십자가와 병사들과 죽어 가는 몸뿐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나의 영혼을 맡깁니다
고개가 앞으로 기울었다
몸이 축 늘어졌다
아무도 내려오지 않았다
하늘은 열리지 않았다
그 순간 찢어진 것은 몸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붙들고 있던 확신이 조용히 갈라졌다
신은 왜 침묵하는가
그 질문은 분노이기도 하고
믿음이 부딪혀 생긴 상처이기도 하다
십자가 아래에서 사람은 그 자리를 마주한다
상징이 벗겨지고 확신이 무너진 자리
우리는 거기 서서 다시 묻게 된다
신은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