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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드즈모임 Mar 07. 2024

주민참여형 공공미술에 대한 물음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던져보는 공공미술에 대한 질문

  ‘마을미술 프로젝트’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주최주관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민참여형 공공미술사업이다. 이전의 공공미술은 지역의 특색을 살리기보다 잘된 사례를 모방하여 획일화된 작품을 양산시켰고, 관광지화된 마을은 외부 자본이 유입돼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하며 도리어 지역 주민이 삶의 터전을 떠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역 정체성과 주민 참여 그리고 지속적인 지원을 보장하도록 만들어진 사업이 바로 ‘마을미술 프로젝트‘다. 지역의 사람, 역사, 지리, 문화, 정체성 등을 기반으로 한 장소 특정적, 지역 특정적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작가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이 문화예술의 향유자나 대상자로서만이 아니라 공동 창작자, 주요 협력자, 핵심 정보제공자, 마을미술 도슨트(해설사), 지속가능한 관리자 등 주체로 참여하며 공동체 참여문화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특히 위의 목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프로젝트의 신청자격에서부터 지자체와 확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했고, 사업기간은 총 2년으로 1차 연도에는 지역 및 대상지를 연구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2차 연도에는 작품을 만들고 마을 주민 도슨트를 발굴하며 사후 프로젝트를 지속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단계로 나아감으로써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원래대로라면 올해 신규 사업지를 선정하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공식 홈페이지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공공미술의 흐름에서 ‘새 장르 공공미술‘로의 전환을 꾀했던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으나, 홈페이지 폐쇄로 인해 지난 프로젝트의 자료들을 살펴볼 수 없게 되면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대신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분석한 논문들을 참고하여 사업의 과정과 효과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공공미술 사업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다만 전체 사업의 데이터를 살펴보지 못하고 앞서 말했듯 참고한 논문에서 다룬 일부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에 이 글에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1. 공공미술에서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주민 참여란 무엇이며 진정한 주민 참여가 가능한가?


  ‘마을미술 프로젝트’는 주민의 역할을 공동 창작자, 주요 협력자, 핵심 정보제공자, 마을미술 도슨트(해설사), 지속가능한 관리자 등으로 명명하며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에 의해 이미 설계된 프로젝트 안에서 주민들은 주어진 역할 범위 내 최선을 다하기를 요구받는다. 이상적인 모델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문제를 의제로 선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공공미술을 수단으로 활용해야 하지만, 실상은 공공미술을 실행하기 위해 주민들을 동원해 ‘제작’과 ‘향유’ 등에 부분적으로만 참여시키며 주민이 수단으로 전락해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에 주민이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주민 참여’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2. 공동체가 공공미술을 통해 공동체 혹은 지역의 문제를 해소하는 게 근본적으로 가능한가?


  수잔 레이시(Suzanne Lacy)에 의해 명명된 ‘새 장르 공공미술(New Genre Public Art)’은 공공미술이 해당 장소의 사람들과의 소통과 상호작용을 통해 연대하며 공동체나 지역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담론을 형성하고 사회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공공미술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를 발굴하고 전시를 통해 충분히 발화하며 이슈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공공미술의 역할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앞선 질문에서 다룬 ‘주민 참여’가 표면적으로만 이뤄지지 않고 진정한 주체로서 참여할 때 가능하게 될 것이다.


3. 정부나 지자체의 사업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다 보니 사업의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관주도형 사업은 공동체가 직접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해결을 강구하기 위해 학습과 실행을 거친 경험치가 있을 때 백 퍼센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량이 부재한 공동체를 대상으로 관주도형 사업이 투입될 때에는 단기간에 공동체의 역량을 성장시킬 수 없기에 결국 ‘주민 참여’가 사업의 정당성을 포장하기 위한 명목으로만 이용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주민 참여’가 가능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의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공동체와 밀착 소통 및 지원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 ‘커뮤니케이터’ 등의 역할이 필요하다. 물론 ‘코디네이터’, ‘커뮤니케이터’가 단순인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 내는 것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김소라/이병민, 2016,「공공미술을 통한 지역재생 연구 –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국제지역연구》제20권 4호, 205-225p.

홍현철, 2011,「마을미술프로젝트 분석을 통한 관주도형 공공미술의 비판적 고찰」,《인문학연구》제42권, 451-494p.



노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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