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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수복 Aug 22. 2016

14. 아! 새롬기술

   1990년 은행에 들어가 근무하면서 투자는 아예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이야 은행에서 다양한 투자 상품을 판매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은행에서 투자 상품을 취급하지도 않았거니와 10%가 넘는 고금리에 굳이 재테크라고 고민할 필요도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IMF가 많은 것을 바꿔 놓던 시절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은행원 월급으로 언제 부자가 되겠는가? 그래서 친구와 시작한 것이 주식투자였다. 


   정말 주식의 ‘주’ 자도 모르고 시작했다. IMF 이후 IT 호황으로 단군 이래 최대 주식 활황이라는 코스닥 붐이 불고 있었다. 주식투자 초보자의 경우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우량한 종목부터 시작한다. 필자도 당연히 우량주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주식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안전한 종목을 고르자는 것이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160만 원을 넘고 현대차가 13만 원을 훌쩍 넘지만, 그 당시에는 삼성전자가 10만 원, 현대차가 1만 원이 채 안 될 때였다. 만약 그때 매입한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면 엄청난 수익을 올렸겠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지가 못했다. 이들 종목이 횡보를 하면서 조급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종목은 다 올라가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종목만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닥 종목의 경우 며칠간 상한가를 치기도 했고, 순식간에 5, 60%의 수익률을 올리기 일쑤였다. 이래서는 큰돈을 벌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에 코스닥으로 관심을 돌리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새롬기술을 처음 들었다. 지금은 인터넷 전화가 보편화되었지만, 그 당시 처음으로 인터넷 전화를 개발한 회사였다. 미국에 있는 새롬기술의 자회사인 다이얼패드가 무료 회원을 늘릴 때마다 새롬기술의 주가가 치솟았다. 무료 회원이 유료화 되는 순간 엄청난 이익을 올릴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필자가 새롬기술을 처음 알았을 때 액면가 5백 원짜리가 무려 2만 원이었다. 그러나 2만 원에 새롬기술 주식을 살 수가 없었다. 매일 상한가였기 때문이다. 은행에 출근하면 먼저 증권회사에 상한가 주문부터 넣었다. 2만 원이었던 새롬기술 주식을 7만 원에 처음 살 수 있었다. 그 이후 계속해서 새롬기술 주식을 사들였다.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다른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새롬기술에 ‘몰빵’ 투자를 했다. 평균 구입단가가 10만 원 정도였었다. 그런 새롬기술이 고공비행을 거듭하여 25만 원까지 올랐다. 엄청난 투자수익을 올렸지만 앞으로의 기대가 더 컸다. 탐욕, 국내 증권사의 목표가가 40만 원을 넘었고,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목표가 100만 원을 제시했다. 그야말로 새롬기술에 열광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25만 원을 고점으로 새롬기술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2000년 상반기 IT버블이 붕괴되면서 주식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15만 원으로 미끄러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익이 났었지만, 25만 원까지 간 주식을 도저히 처분할 수가 없었다. 


   투자심리를 보면 자신의 당초 투자원금이 아니라 고점에서의 평가액을 자신의 투자원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단다. 그래서 아까워서 도저히 팔 수가 없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가 반 토막 나면서 새롬기술도 끝없이 추락했다. 당초 투자원금 아래로 떨어졌다. 드디어 손실을 입은 것이었다. 허탈해서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다. 새롬기술에 대한 열광은 그렇게 끝이 났다. 오상수 대표의 구속 등 숱한 문제를 남겼던 새롬기술은 지금은 솔본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지금 솔본의 주가는 5, 6천 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 이후 ‘주식과 결혼하지 마라’는 증시 격언이 있는 것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한 짓이었다. 주식투자자들의 열광에 힘입어 유상증자로 3천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당시 새롬기술은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인 적자기업이었다. 회사 이름에 닷컴만 들어가면 주가가 치솟던 시절이었다. 결국 주식투자에 대한 무지와 탐욕이 빚은 결과였다. 대가를 톡톡히 치른 필자는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주식 직접투자를 해 본 적이 없다. 도박을 끊은 셈이다. 그때부터 주식공부를 시작했다. 몇 백 권의 책을 읽으면서 그때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반성하곤 한다. 아! 새롬기술, 나에게 한 가지를 분명하게 가르쳐 주었다. 투자는 위험관리부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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