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빨간 소녀가 잡은 늑대

1장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나무 탁자를 비추고 있다.

엄마  제인 축하해. (선물을 건네주며)

제인  고마워요.

엄마  이제 곧 있으면 어른이 되잖니, 필요한 선물을 가장 먼저 주고 싶었어.

     

  제인은 천천히 선물포장을 뜯고, 조심스럽게 잔잔한 꽃무늬가 있는 빨간색 스카프를 꺼낸다.

제인  부드럽고, 예쁘고, 좋아요.

엄마  한번 둘러보렴. 어울리는지 궁금하구나.      

  제인은 어색하게 스카프를 머리에 썼다가 바로 내려놓는다.     

엄마  별로니? 다른 걸로 살 걸 그랬나.

제인  어색해서요.

엄마  엄마도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지.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하나가 될 거야.

제인  이걸 꼭 머리에 써야 할까요? 어깨에 걸쳐도 되고, 목에 둘러도 되고, 손목에도...

엄마  엄마는 너의 예술성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유롭게 키우려고 노력했어. 언제나 자랑스러운 딸이야.

제인  루이는 20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스카프를 쓰지 않아요.

엄마  제인, 혹시 이 스카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면 다른 걸로 바꿔올까?

제인  괜찮아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엄마  바꿔오는 건 어렵지 않아. 그저 가장 어울리는 것을 선물해주고 싶었어.

제인  고마워요. 천천히 익숙해져 볼게요.

엄마  그래, 아직 생일이 안 지났으니까.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엄마  옛날에는 모두가 흰색을 착용했고 너의 할머니도 나에게 흰색을 선물해 줬어.

제인  지금 엄마가 쓰고 있는 건가요?

엄마  아니, 처음으로 스스로 만든 거야. 조금 촌스럽지?

제인  멋있어요.      

  제인은 천천히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며 어색한 미소를 보인다.

엄마  아직은 앳되구나. (사이) 이따가 할머니 집에 들를 수 있니? 사과잼을 만들어 놓으셨데.

제인  너무 좋아요, 오늘 저녁에 사과파이 먹을 수 있는 건가요?

엄마   물론이지, (사이) 오늘 루이 만나다고 하지 않았니?

제인  그랬죠, (사이) 요새 잘 모르겠어요.

엄마  왜? 잘 지내고 있잖니.

제인  헤어질까요?

엄마  혹시 무슨 일이 있니? (사이) 물론 엄마는 언제나 너의 선택을 존중한단다.

제인  루이 만나러 갔다 올게요.     

  제인은 무대에서 퇴장

엄마  (독백) 엄마 제인이 곧 20살이 돼요. 제가 벌써 45살이 되었네요. 저와 다르게 제인은 바르게 컸어요. 과거와 다르게 세상이 조금 더 너그러워진 덕분에 제인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어요. 저와 다른 길을 갔으면 좋겠어요. 이 모든 상황이 엄마의 가르침 덕분이겠죠? (사이) 그이는 저에게 유명한 디자이너 키밍 스카프를 선물해 줬어요. 순백에 세세하게 수놓아진 새와 나비 그리고 이름. 이 브랜드는 가장 은밀한 곳에 이름을 새길 수 있죠. (사이) 이제는 제 이름을 적은 스카프를 직접 만들어요.     

 엄마 무대에서 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