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의 무게
1962년, 뉴욕.
눈부신 조명이 쏟아지는 재즈클럽.
그곳엔 백인들로 가득 찬 상류층의 공간이 있다. 화려한 웃음, 위스키, 담배연기.
그 한켠, 출입구 옆 그늘 아래에 선 이탈리아계 백인 남자—토니 발레롱가.
그는 클럽의 가드로 일한다. 주먹이 일자리였고, 때때로 그보다 더한 잔재주로도 입에 풀칠을 했다.
그날 밤, 그는 손님이 잠시 벗어둔 고급 모자를 집어 들었다.
권력자가 소중히 여기는 모자. 그걸로 사람들의 눈에 들기 위함이었다.
역시 모자가 없어진 걸 안 손님은 격분했고,
클럽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손님은 클럽 하나쯤 닫게 만들 수 있는 권력을 지닌 인물.
토니는 능청스럽게 나타나, 마치 떨어진 모자를 우연히 발견한 듯 자연스럽게 건넨다.
‘이게 여기 있었네요, 손님.’
그의 문제 해결 능력은 이런 재치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런 삶에 자부심이 있던 건 아니다.
장면은 바뀌어 브롱스.
뉴욕 북부, 1960년대 초의 이탈리아계 주민들로 가득한 거리.
아직은 이웃이 얼굴을 아는 공동체.
그곳이 토니의 터전이다.
넉넉하진 않지만, 웃음이 있는 집.
아내 돌로레스, 두 아들, 그리고 낡은 식탁에서 나누는 식사.
그러나 그 웃음 속에 감춰진, 시대의 공기가 있다.
흑인 노동자가 마신 컵 두 개를, 토니는 무심하게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 모습에 아내 돌로레스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녀는 말하지 않지만, 그런 남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침이 되면 이웃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식사를 나눈다.
토니는 핫도그 먹기 대회에 참여하고,
서툴지만 자식들에게 애정을 쏟는다.
그는 서민적이고 즉흥적이며, 가식 없는 인물이다.
다소 허세와 무지한 편견이 있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그것이 그가 살아온 세월이었기에.
그리고 어느 날, 낯선 전화를 받는다.
“셜리 박사님이 당신을 뵙고 싶답니다.”
면접장.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곳은 다른 공기, 다른 질서로 채워진 세계.
토니는 어색하게 앉아 있다.
그리고, 셜리 박사가 등장한다.
화려하게 치장된 저택 위에, 상상 이상의 고상함을 두른 흑인.
왕좌처럼 높은 의자에 앉은 그는, 냉정하고 거리감 있는 말투로
자신의 남부 투어를 위한 운전수 겸 매니저 겸 보디가드 겸 시종을 원한다고 말한다.
토니는 그를 어색하게 바라본다.
셜리는 단정하고 자존심이 강하다.
그 모든 태도는, 편견과 차별 속에서 일군 고통스러운 방어처럼 느껴진다.
둘은 서로를 낯설게 응시하며, 면접은 떨떠름하게 끝난다.
서로의 세계는 아직 너무 멀다.
그러나, 무언가가 이미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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