膠柱鼓瑟(교주고슬)

기본을 대하는 태도

by 신동욱

膠柱鼓瑟(교주고슬)

- 거문고의 기둥을 아교로 붙이고 연주한다.


춘추전국시대 때 어떤 제나라 사람이 조나라에서 가서 거문고를 배웠다. 그의 스승은 거문고를 탈 때마다 안족(거문고나 가야금 등의 악기의 줄을 떠받치는 받침대)을 움직이며 줄을 고르는 작업, 즉 음 조율을 했는데 이 작업이 어려웠던 모양이다. 제자는 꾀를 낸다. 스승이 맞춰놓은 안족을 아교로 붙여 고정시켜 버린 것. 그리고 제나라로 돌아와 그 거문고로 열심히 연습했지만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없었다. 그는 스승이 안족을 잘못 맞춘 거라 생각하며 원망했다.


지금으로 치면 기타의 음을 조율하는 헤드머신을 본드로 고정시켜 버렸다는 이야기. 이렇게 기타 줄을 완벽히 고정시켜 놓으면, 과연 기타는 정확한 음을 영원히 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기타 줄은 오래 사용하면 늘어져서 얇아져 원래의 음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렵다. 또 너무 늘려 놓으면 탄성을 잃어버려 줄을 치고 난 후 원래의 상태로 못 돌아오기도 한다. 날씨와 온도의 영향에도 음은 종종 바뀌기 마련이다. 기타를 치기 전 항상 음이 맞는지 먼저 조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이 힘들거나 귀찮다고 줄을 본드로 붙여서 고정시켜 버리면, 그 기타는 오히려 더 이상 쓸 수 없는 악기가 되어버린다. 거문고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은 매일 악기를 연주하며 살아가는 것과 같다. 때로는 홀로 독주를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다른 이들과 함께 합주를 하기도 한다. 그것이 동요처럼 비교적 간단한 곡이든, 교향곡처럼 복잡한 곡이든, 매일 나만의 악기를 가지고 연주하며 살아간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는 내 악기의 음이 맞는지 늘 조율해 보아야 한다. 어제 대단히 어렵고 웅장한 곡을 성공적으로 연주했다는 사실이, 오늘은 악기 음을 조율하지 않아도 된다는 변명이 되지 않는다. 음을 조율하는 작업은 매일 해야 한다. 귀찮고 번거롭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음으로, 아름다운 악기 소리를 낼 수 있다.


예전에 여러 번 멋진 악기 연주를 성공해본 경험에 들뜬 나머지 더 이상 음을 조율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 무조건 자기 음이 맞다고 고집을 피운다. 회사에서는 그런 사람을 '꼰대'라 부른다. 현란한 연주 테크닉에만 관심을 갖고, 가장 기본적인 음 조율에는 소홀히 하는 사람이 있다. 사회에서는 그런 사람을 '겉멋만 들었다'라고 말한다. 집에서 혼자서만 악기를 연주하는 경우라면 그렇게 해도 아무 상관이 없겠으나(물론 실력은 전혀 늘지 않겠지만) 악단의 일원으로서 그런 상황이라면 매우 곤란하다. 맞지도, 어울리지 않는 음으로 혼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면 바로 악단에서 퇴출당한다. 합주를 시작하기 전에 음 조율이 우선이다. 음계에 따라 정확히, 멋지게 곡을 연주하는 실력은 그다음 문제다.


지난날의 성공방식을 과신한 나머지 거문고 기둥에 아교를 붙이고 연주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본 과정은 모두 건너뛰고서라도 현란한 테크닉으로 빨리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기타 헤드머신에 본드를 붙이는 아둔한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다. 아름다운 연주는 귀찮고 번거롭지만 가장 기본적인 음조율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늘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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