土積成山(토적성산)

노고가 쌓여 산이 만들어진다.

by 신동욱

土積成山(토적성산)

- 흙이 쌓여 산을 이룬다.


순자(荀子) “유효편(儒效篇)”에는 '積土而爲山 積水而爲海'(흙이 쌓여 산이 되고 물이 쌓여 바다가 된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여기서 '土積成山'(흙이 쌓여 산을 이룬다)과 '水積成海'(물방울이 쌓여 바다를 이룬다)라는 사자성어가 유래했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스타트업 회사로 처음 이직한 사람은 대부분 깜짝 놀란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환경에서 일하다가, 그런 시스템이 거의 전무한 황무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사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을 잘 활용해서 일하는 방법만 배웠지, 그 시스템 자체를 구축하는 일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기에 난감한 상황에 종종 처한다. 대기업 출신들이 스타트업 회사에 적응을 빨리 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대기업에 구축된 그 시스템도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내가 그 회사에 들어오기 훨씬 앞선 어느 때부터 그 시스템을 구축해온 누군가의 노력이 없었다면 내가 그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리 없다. 0이었던 상태에서 누군가가 20까지 일궈내고, 그 뒤에 또 누군가가 20에서 50까지 더 발전시키고, 마침내 100까지 완성된 토대 위에서 내가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시스템이 내가 입사한 시점부터 이미 존재한다는 것은 나를 앞서 이 회사를 다녔던 누군가의 노고 덕분이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종종 잊는다. 마치 원래부터 있던 것처럼 착각하다가, 그런 것이 전혀 없는 회사에 가서야 그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다. "아, 누군가가 다 차려 놓은 밥상에 나는 숟가락만 얹었던 것이구나!"


처음부터 산이 있는 곳에 살던 사람은 그곳에 흙이 쌓여 산이 된 과정을 알지 못한다. 처음부터 바다가 있는 곳에 살던 사람은 그곳에 물방울이 모여 바다가 된 과정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세상의 분명한 진리 가운데 하나는, 처음부터 원래 당연하게 있던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흙과 물방울이 쌓이듯 다른 누군가가 쌓아온 노고의 결과물이 바로 그 산이고 바다라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세계 10대 경제강국이라는 거대한 산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황무지 위에서 피땀 흘리며 흙을 쌓아왔던 앞선 세대가 있었던 덕분이다.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고 대통령이라도 잘못하면 욕할 수 있는 민주화의 바다가 만들어진 것은, 엄혹했던 시절 죽음으로 맞서 싸우며 물방울을 쌓아왔던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던 덕분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산과 바다를 누리며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그것이 원래부터 당연히 있던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회사에 구축된 시스템을 활용하며 편하게 일을 하고 있는 것은, 그 시스템을 열심히 구축해 놓은 누군가의 노고가 있었던 덕분임을 알아야 한다.


만약 대기업을 다니다가 시스템이 매우 빈약한 스타트업 회사로 이직하게 된다면, 이때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하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먼저 부족한 인력과 시간 속에서도 그만큼 체계를 만들고자 애쓰고 열심히 일해온 기존 구성원들의 노고를 기억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직접 흙을 쌓고 물방울을 쌓는 일에 힘을 합해, 이곳에서 새롭고 멋진 산과 바다를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더 지혜롭다. 책을 읽다가 인상 깊게 봤던 구절을 공유해본다.


"오늘은 과거의 결과입니다. 구성원들이 그토록 노력을 기울여 왔기에 오늘이 있습니다. 이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태도를 먼저 보여야 합니다." (<최고의 조직>, 김성준 지음, 포르체출판사)


#고사성어 #사자성어 #土積成山 #토적성산 #水積成海 #수적성해 #대기업 #스타트업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泣斬馬謖(읍참마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