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마음>에 대하여
요즘 특히 엄혹한 경제 상황 가운데 지난 몇 주간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던 연간 사업계획 보고를 드디어 끝낸 어제 오후, 내 심신은 매우 지쳐 있었다. 밀린 업무를 마무리하고 평소처럼 대중교통으로 퇴근하기 전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자 아내는 오늘 날이 많이 추우니 차를 갖고 회사까지 오겠단다. 아내의 배려 덕분에 집까지 편하게 도착하니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 냄새가 내 코 끝을 솔솔 간지럽힌다. 특별히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김치찌개를 만들었다며 여러 번 강조하는 아내. 요즘 회사에서 고생하는 나를 보면서 이래저래 마음을 써주려는 아내의 배려가 고마울 따름이다. 운전해서 픽업 나와주는 것,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준비해 주는 것, 나를 생각해서 베풀어준 그 소소한 마음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얼마 전 아들 녀석이 심한 독감을 앓았다. 아내가 아들 친구 엄마들이 모여있는 카톡방에 그 소식을 전했더니, 한 엄마가 빨리 나으라며 직접 닭죽을 만들어 보내주셨다. 닭 살코기를 일일이 발라서 정성스럽게 만든 닭죽을 넉넉한 양으로 보내주신 덕분에 나도 옆에서 한 그릇 얻어 먹을 수 있었다. 소소한 닭죽 한 그릇일 뿐이지만, 그 생각해 주시는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작고 대수롭지 않은 것'을 소소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작고 대수롭지 않은 것이 때로는 큰 힘을 발휘한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그렇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처럼 비싸고 대단한 무언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소하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김치찌개 한 그릇에, 닭죽 한 그릇에도 그런 힘이 담길 수 있다. 오히려 때와 상황에 따라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小'(작을 소)는 작은 파편이 튀는 모양에서 형상화된 한자라고 하는데, 잘 들여다보면 사람이 양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小小(소소)라고 쓰면, 마치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양처럼 보인다. 소소한 마음이란 어쩌면, 내 체온을 전해주는 작은 손을 서로 꼭 잡아주는 마음이 아닐까 한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것은 바로 이 소소함에 있다.
나라 안팎으로 사건사고도 많고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지나는 중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소소한 마음이 아닐까. 소소하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 서로를 소소하게 응원하는 마음이 간절한 요즘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반드시 돈에 대한 격언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 마음도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든다. 서로의 소소한 마음이 함께 쌓이고 쌓이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그래도 오늘 또 한 번 열심히 살아내 보자는 용기와 희망을 서로 나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