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퇴임 행사를 준비하며

대기업 조직문화 담당자의 임원 오프보딩 업무 경험 기록

by 오락부장 월숙이

퇴임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

환송식은 1시간 정도 회의실에서 진행되고, 환송식 이후 사내 VIP식당에서 재임/퇴임 임원 간 석식으로 마무리 된다. 환송식 식순은, 재직/퇴직 임원이 모두 모여서 10분간 퇴임 임원 산하에 있던 구성원들의 송별 인사를 모은 영상을 시청하고, 이후엔 퇴임 임원 한 분씩 나와 퇴직 기념패와 꽃다발을 받은 뒤 퇴임 소감을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이 한 시간의 환송식을 위해서 담당자 2명이 꼬박 2주를 매달린다. 순금 명함&기념패&액자 발주/퇴임 임원들의 차량 배차 및 운전기사 배정 수요 조사/참석 안내/기념패 주문/꽃다발 주문/꽃다발 전달할 구성원 섭외/동선 및 자리배치/퇴임 임원의 사진 및 구성원들의 영상메시지 취합과 편집 등등..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하나하나 상사에게 보고하고 논의하고 의사결정 받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기한 내 기념품 제작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현업에 요청하고 취합하고 업체에 발주 넣고 검수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매우 타이트하다. 나는 이 중에서 구성원들의 영상메시지와 퇴임임원들의 재직기간 중 사진을 취합하여 환송식에서 틀 영상을 만드는 일, 그리고 구성원들의 감사/송별 인사가 담긴 액자 기념품 제작을 담당했다. 퇴임 임원들의 조직 산하에서 구성원들의 환송 메시지와 영상을 취합해 줄 담당자를 지정해서 요청하고, 모은 자료를 받아 기념품 제작에 활용했다.


구성원들의 영상 메시지를 모아 환송 영상을 제작하면서 남몰래 눈시울을 붉히곤 했다. 상사가 절대 슬프게 편집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는데 내 머릿 속 슬픔이가 조종간을 잡았던 것 같다. 최대한 환송식과 어울리면서도 밝은 노래로 버무려 봤지만 구성원들의 진심 어린 메시지를 재료로 만들어진 영상에서 맛본 감정은 그리움 비슷한 것이었다. 구성원들은 영상메시지로 수십 년간 누구보다도 회사에 아낌없이 헌신한 그들의 청춘에 박수를 보냈다. 무엇보다도 조직문화 업무의 주인공이자 정말 존경하던 리더께서 퇴임하셔서 더더욱 애틋한 마음으로 편집을 했으니 편집본에 배어 나올 수밖에.


1차 편집본을 상사와 시사하는데 둘다 코를 훌쩍이며 봤다.. 지시받은 방향과 조금 다르다 보니 다시 찍으라고 하실까 봐 살짝 쫄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 주셔서 무사히 컨펌받을 수 있었다. 환송식 전까지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말라는 코멘트와 함께 말이다. 진심은 통한다고 느꼈다. 다행히도 행사 당일엔 임원 분들의 강철 눈물샘 덕분에 훈훈하게 행사가 마무리될 수 있었다.




우리 회사의 임직원을 마중나가고 배웅하는 것도 조직문화

조직문화 업무는 종종 다른 직무와 업무 경계가 모호할 때가 있다. 리더의 경영메시지를 조직문화팀에서 담당하는 회사도 있지만 기획팀이나 사내홍보팀에서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위 같은 환송회 업무도 총무 관점으로 보면 꼼꼼하게 행사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전 업무로 볼 수도 있지만, 조직문화 관점으로 보자면 중량급 오프보딩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업무만 놓고 보면 귀에 붙이면 귀걸이, 코에 붙이면 귀걸이 같은 구석이 있다. 근데 내가 만약 귀라면 이 업무를 귀걸이로 만드는게 좋지 않을까?


경계가 모호해보이는 일을 해야할 때 일이 늘어나는 것이 두려워 하기보다는 확실하게 '내 일'로 만들어서 업무 범위와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나와 소속 팀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환송식을 준비하면서 야근으로 몸은 지쳤지만 진심으로 퇴임하시는 임원들이 기쁜 순간으로 우리 회사에서의 마지막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며 행사를 준비했고, 덕분에 흔치않은 소중한 업무경험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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