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세월과 다가올 미래를, 친구야.
'페이스북코리아 29초 국제영화제'에서 인상 깊은 작품을 봤다. 30초 사이에 참 많은 생각이 났다. 아래 작품과, Mary Hopkin의 <Those were the days>(1968)를 함께 엮어 입체적으로 풀어보고 싶다.
작품명: 위하여
감독: 김진혁 이중윤
촬영, 편집 : 이중윤
출연 : 박득환, 정영재, 천태근, 김진혁
링크 - http://www.29siff.com/18ca/FilmView.aspx?movieidx=1624824
곡명: Those were the days
앨범발매(싱글): 1968년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3un5f6qLi_k
*본문에는 번역 가사만 넣음.
#1 Those were the days (1)
예전에 술집 하나 있었지
우리 함께 한두 잔 기울이던
기억해봐, 우리가 어떻게 웃으며 시간 보냈었는지를
우리가 이룰 온갖 위업을 생각하며
그 시절들 말이야, 친구야
우린 그런 날이 영원하리라 생각했지
끝없이 노래하고 춤을 출 수 있을 거라고
우리가 꿈꾸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싸워서 결코 지지 않을 거라고
우린 젊었고 우리 갈 길은 확실했으니까.
#2 십년 전
-다들 뭐하냐. 심심해졌다. 나와라.
"ㅇ"
"공부할라 그랬는데 ㅇㅋ 밥 니가 사는 거지?"
"자다 일어났다. 나간다."
"어제 보고 또 보냐? 하던 거 끝내고 나간다."
학창시절에는 친구들을 만나는 게 너무나 당연했다. 거의 매일 학교에 가니까. 거기 가면 좋은 친구 싫은 친구 이상한 친구 등 온갖 친구들을 다 만났다. 대개 아침~오후, 길게는 저녁까지, 함께 있었다. 좋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때가 지나면, 다시는 이와 같은 환경이 주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시간이 '나서' 볼 때가 지나, 시간을 '내서' 봐야 할 때가 온다는 것을.
이십대가 되고, 대학에 들어갔다. 기나긴 입시지옥을 벗어나 드디어 자유와 해방을 맞이했다. 우리는 함께, 혹은 제각각 '성인이 되면 해야지.' , '대학 가서 해야지.'라며 꾹꾹 눌러 유예시킨 온갖 소원을 하나씩 실행했다. 뜻이 있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친구들도, 제 갈 길을 설계했다. 새로운 활동이 생겼다. 여기저기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었다. 새로운 만남, 새로운 우정이 생겼다.
하지만 이십대는, 한편으론 낯설고 한편으론 벅찼다. 게다가 희한하게도, 이십대가 되고 사귄 친구들에게는 마음을 다 쏟기가 어려웠다. 정말 이상하게도. 그래서 우리는 꽤 자주, 다시 모였다. 십대 때 추억을 곱씹으며, 막 시작한 이십대 생활을 늘어놓으며. 또래라 거기서 거긴데도, 열심히 조언해주었다. 별 도움이 되지 않아도 그저 흥겨웠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고 했던가.
다들 청운의 꿈을 안았다. 부푼 꿈이 가득했다. 다들 모였다 하면 각자 자신이 이룩할 '위대한 일'을 설파했다. 사업을 해서 돈방석에 앉겠다, 내 분야에서 많은 이들이 찾는 유능한 사람이 되겠다, 노래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다, 독보적인 연기를 펼치는 대배우가 되겠다, 사회 부조리를 바꾸겠다, 국제평화에 기여하겠다, 열심히 공부해서 세계적 학자가 되겠다.. 등등.
우리는 가진 게 별로 없는 조무래기들이었다. 그러나 마음속엔 이미 무지개가 떠서, 마치 이룬 듯한 착각을 일으키곤 했다. 각자의 무지개를 따라 열심히 질주하기도 했다.
#3 Those were the days(2)
그러곤 바쁜 세월 정신없이 흘러갔지
별빛 같은 신념 그 사이 다 잃어버렸지
어쩌다 그 술집에서 널 보게 되면
우린 서로 웃음 짓고 이렇게 말할까
그 시절들 말이야, 친구야
우린 그런 날이 영원하리라 생각했지
#4 며칠 전
-주말에 밥 먹을 사람? 야 우리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냐.
"그러게. 근데 난 패스. 스터디 있어.."
"또 못 가. 제발 주말출근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이게 사람 사는 삶이냐."
"아. 애인 보러 간다. 다음에 만나~"
"아이고. 선약 있는데. 다음에 어떠냐."
-그래.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보자.
그리고 이십대 후반을 맞이했다. 이제는 제법 자기 분야나 일터에서 자리를 잡은 친구들. 먼저 졸업해서 취업전선에 뛰어든 친구들. 혹은 졸업을 유예한 채 불안한 희망을 걸고 도전하는 친구들. 십대 때 미처 다 하지 못한 방황을 소화하느라, 혹은 집안 사정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길게 '학생'으로 남은 친구들.. 또 어떤 친구들은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했다. 그네들은 벌써 부모다. 젊음을 지나가는 상황과 환경, 방식은 다 달랐다.
이십대 초반에 나누던 자기 꿈을 이룬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지난 추억으로 간직해버렸다. 특별할 줄 알았던 나는, 우리는, 이제 보니 평범한 무명(無名)씨였다. 이룰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한 꿈들이, 우리 가슴 어딘가에 가라앉았다. 혹은 더 이상 무지갯빛이 아니다. 아니'게 되었'다. 삶에 치이고 쩌들어간다.
이제 우리는, 얼굴 맞대고 수다는 고사하고, 따로따로라도 모이기조차 버거워졌다.
#4 Those were the days (3)
문 너머 낯익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어
네 얼굴 보이고 날 부르는 네 목소리 들려 왔지
오 친구야 우린 나이를 먹었어도 철은 들지 않았나 봐
가슴속에 담긴 꿈들 아직 그대로이니
#5 오늘 오후 4시 경
-뭐하냐들. 살아있냐?
"일한다"
"(이모티콘)"
"아 오늘 날씨 좋네. 놀러 가고 싶다. 공부하기 싫어ㅓㅓㅓㅓ"
"이거 봐봐 웃기다 ㅋㅋㅋ"
-다들 잘 사는구먼..
예전처럼 '쓸데없이' '그냥' 모이기는 불가능하다. 다음날을 고려하지 않고 노는 건 어려워졌다. 친구들이 다 모일 자리가 마련돼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못'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 마지막으로 다 모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꾸준히 소식을 주고받는다. 메신저로, 인터넷 페이지로, 이렇게저렇게 다양하게. SNS의 발달 덕에. 그리고 몸은 떨어졌을지언정 마음은 흩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제는 원대한 계획이니 위대한 이상이니, 그런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서로 알기 때문이다. 그 꿈을 그대로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비록 가라앉거나 사라졌어도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대신에 오늘 뭘 먹었는지, 몸은 건강한지. 요즘 무슨 생각하며 사는지, 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별 시덥잖은' 이야기로 대화창이 분주하다. 이모티콘 하나 덜렁 날아오기도, 또는 보내기도 한다. 가끔 대충 읽고 넘기기도 한다. 그래도 좋다. 제대로 안 봤다고 짜증은 내도, 싸우고 갈라서진 않을 테니까. 옆에 없어서, 대면하여 만나지 못해 쓸쓸할 때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여전히 이어져 있으니까.
그 시절을 함께했듯, 앞으로도 함께하자.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내 친구야. 친구들아.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
이메일 - Seryuah@naver.com
*모든 독자님께 열려 있습니다 ^^
*관계자분들, 혹시나 이 리뷰가 문제 된다면 이메일이나 댓글로 남겨주세요~
출처
번역: 네이버 뮤직의 번역 바탕으로 필자 재구성
사진: <위하여>에서 캡쳐
앨범 이미지: 영문 위키피디아 "Those were the days(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