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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Feb 27. 2020

신뢰감을 주는 글쓰기 방법: 부사 덜어내기

보고서와 논문에 허덕이는 당신을 위한 고쳐쓰기 꿀팁



  

  대학원 다닐 때 논문을 쓰면서 글버릇(?)이 하나 생겼다. 문장을 쓸 때 부사를 덜어내는 버릇이다. 논문의 성격상 글의 신뢰성이 중요한데, 부사가 신뢰성을 떨어트린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논문이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글이기 때문에, ‘정보 전달’의 글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논문의 ‘논’은 ‘논할 논’이다. 의견을 논리적으로 풀어낸 글이며,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글이다.


  설득하는 글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을 두 가지만 꼽자면, 타당성과 신뢰성을 말할 수 있다. 타당성은 쉽게 말해서 근거가 주장을 뒷받침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과는 맛있다. 사과는 빨갛기 때문이다.


  위 문장은 타당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주장과 근거 간에 관련성이 낮아 근거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없다.


   다음 문장을 보자.

 사과는 맛있다. 식감이 아삭하고, 당도가 높기 때문이다.


  앞서 제시한 문장에 비해 타당성이 높다. 주장과 근거 간에 관련성이 있고, 근거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신뢰성은 자료와 근거가 믿을 만한지를 보는 것이다. 글쓴이가 믿을 만한지, 글쓴이가 주제나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타당성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자료와 근거의 신뢰성도 출처를 보는 것이니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글쓴이에 대한 신뢰성은 독자의 직감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글쓴이에 대한 정보가 적을 경우 더 그렇다. 독자에게 신뢰감 있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어조, 문투, 자주 사용하는 어휘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 논문을 쓸 때, 독자의 시선에서 내 글을 보려고 노력했다. 논문은 내 앞에 적을 두고 쓰는 글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내 글에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까탈스러운 독자에 빙의해서 글을 검토했다.


  덕분에 보다 나은 논증을 할 수 있었지만, 반작용도 있었다. 내 문장에 대한 반박을 막으려는 방어적인 심리가 과도한 부사 사용으로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매우’, ‘분명히’, 확실히’ 등의 강조의 의미를 가진 부사가 눈에 띄었다.


  부사를 사용해서 의미가 강조됐을지는 몰라도, 진정성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글을 쓴 사람이 믿을 만한지 의문이 생겼다.


  다음 문장들을 비교해 보자.

나는 IOT 기술이 매우 몹시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IOT 기술이 매우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IOT 기술이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강조가 된다. 그만큼 첫 번째 > 두 번째 > 세 번째 문장순으로 과장하는 느낌이 있다. 세 문장이 각각 다른 사람이 쓴 문장이라고 상상했을 때 누구의 인상이 신뢰가 갈까? 적어도 첫 번째 문장을 쓴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신뢰가 가게 표현하는 방법이 궁금할 것이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부사를 빼고, 동사나 형용사를 대체하는 것이다. 확신이나 기대의 어조가 담긴 단어로 대체하면 좋다.


나는 IOT 기술이 매우(아주/몹시/정말)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IOT 기술이 유망하다고 확신한다.(예측한다./전망한다.)


  윗 문장보다 아래 문장이 더 깔끔하고, 신뢰감 있는 인상을 준다. 다음에 어떤 문장이 이어질지 궁금하게 한다. 동사나 형용사를 다양하게 사용함으로써, 글의 단조로움을 피하는 것은 덤이다.


  논문을 쓸 때 이 방법으로 문장을 고쳤다. 부사를 걷어내고, 동사와 형용사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그 덕분인지 논문 발표회나 심사에서 문장에 대한 지적은 받지 않았다. 이후 이 방법은 내 고쳐쓰기 고정 단계가 됐다.


  글을 쓰다 보면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욕심을 부리면 문장이 길어지고, 진정성이 떨어진다. 자꾸만 수식어를 넣게 되고, 어디서 많이 들은 말도 끼워 보게 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욕심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기준에 좋은 글은 가독성이 좋고, 진솔한 글이다. 욕심을 덜어내야 부사와 식상한 표현 대신 진정성과 신뢰성을 더할 수 있다.


  아직 나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 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욕심을 부려 부사를 넣고, 별다른 표현을 찾지 못해 식상한 표현에 내 이야기를 덧대곤 한다. 그래도 글 쓰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고쳐 나가면, 훗날 글에 비친 내 얼굴에 여유와 지혜가 묻어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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