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의 지혜

by 한명화

발코니 너머

키 큰 단풍나무 꼭대기 가는 가지

저기 뭐지?

카메라로 당겨 찍어보니

어머나 벌집이네

그것도 그 무시무시한 말벌 집

집을 키우느라 말벌들 열심히 뭔가를 날라와 벽 쌓기 한창 바쁘다

위험한 말벌인데ㅡ

중학교 운동장가인데ㅡ

우리 주민들 많이 지나다니는 길인데ㅡ

걱정이 주렁주렁

말벌들 내 걱정 알아차리고 행여 집을 파괴할까 봐 아무도 손 닿지 않고 나뭇가지 가늘어 올라 갈 수도 없는 아주 안전한 곳을 선택한 말벌의 지혜에 깜짝 놀랐다

우리는 가끔 착각하며 살아간다

인간만이 지혜를 써 가며 살아가고 있다고

아니ㅡ

모든 생명체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자연을 지키며 또 복구하며 살아가는데

자연 파괴자는 오로지 인간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공격하지 않으면 먼저 해를 입히지 않겠다고

저처럼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곳에

후손을 위한 터를 잡아 둥지를 짓고 있는

말벌의 지혜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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