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와 들이쳤던 태풍의 위력에 분당천을 예쁘게 장식했던 코스모스 꽃들
무너지고 넘어지고 엎드러져 통곡하며 처박힌 머리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정리해 주며 살펴보니 어머나 세상에 엎드러져 닿은 땅에 뿌리내려 보겠다고 줄기에 하얀 잔뿌리 애태우며 흙을 찾고 줄기 끝에 망울망울 꽃송이가 달려 있었다
생명력의 위대함이라니 감탄하며
그대로 지켜보기로 하고 마른가지만 골라 정리를 해 주었다
비가 오기를 반복해서 며칠을 보지 못했는데 며칠만에 나가보니 누구의 지시였는지 쓰러져 지저분해 보인다는 명분으로 삶의 의지 불태웠던 쓰러진 코스모스를 몽땅 뽑아 길 옆에 늘어놓았다
그곳을 살펴보니 뽑힌 채로 누워서 그래도 예쁜 꽃 군데군데 피우고 있는 걸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고 너무도 미안했다
말 못 하는 식물 이지만 얼마나 무서웠을까
삶의 의지 불태우고 있는데 무서운 손길이 다가왔으니
그래서 오늘 다시 모였다
마스크 단디 쓰고 손에 손에 호미 들고 남겨 두었던 코스모스 씨앗을 넉넉히 뿌려주고 그동안 떨어졌던 씨앗의 발아로 작은 새싹 상처 날까 조심하면서 살살 호미로 덮어 주었다
풀이 많은 곳에는 풀도 뽑아주고 넘어진 곳은 새워주고 웃자란 작은아이는 옮겨 심어주며 2020년 마지막 꽃씨 뿌림을 마치고 길가에 앉아 장갑을 벗고 호미를 정리하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꽃은 볼 수 없을 거야'
'너무 늦은 감이 있어'
'그래도 남은 씨앗을 뿌려주어 후련하네'
'지날 때마다 속상했어'
'우리가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데'
'비에 태풍에 코로나에 힘들었어'
그리고는 모두 웃었다
누군가
'우린 아무래도 전생에 특별한 인연이었나 봐
이 힘든 일을 함께하며 행복해하는 걸 보니 정말 어떤 인연 이었을까?' 라는 익살에
그랬다
어느 사이 서로를 아끼고 염려하며
꽃길을 가꾸는 힘든 일인데도
함께하며 행복했고
함께해서 감사하고 있었다
이런 멋진 인연을 만들게 해 준 코스모스
그들의 멋진 가을을 위해
오늘 우리는 올해 마지막 꽃씨를 뿌렸다
빈 꽃길보다는 푸르른 꽃길을 위해
해님 은혜로 행여 꽃을 볼 수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꽃씨를 뿌렸다
9월 중순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