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기심

by 한명화

30년 가까이 바로 앞 학교 운동장 너머 녹도의 나무숲이 정원처럼 펼쳐져 툭 터진 창밖의 전망을 자랑했었다

작년 봄 학교 운동장 농구장에 가림 막이 쳐지고 기계가 들어와 땅을 파고 엄청난 양의 건축 자재들이 들어오더니 긴 장마에도 공사는 계속되고 태풍이 불었을 때는 세워둔 철재가 휘기도 하면서 여름이 가고 가을도 지나 겨울에도 공사는 계속되고 창밖 숲의 모습은 점점 가려지며 건물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식당과 강당을 짓는다는 것

기껏해야 3~4층 높이겠지

아니 오산이었다

1층은 주차장. 2층은 식당. 3~4층이 강당?

아니 3~5층도 더 높이의 강당에 지붕 위는 높이를 더 해 태양열 전지판을 가득 채웠다

그래도 미루나무는 좀 보이겠지

이제 우리의 희망 미루나무의 모습도 시야에서 사라졌다

30여 년을 살아온 너무도 사랑했던 나의 정원 전망이 거의 다 사라져 버렸다

몇 번인가

찾아가 높이를 조정해 달라고 건의를 해보려 했지만 아이들을 위해 짓는 건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그렇고 짝꿍은 투덜거리는 내게 말한다

'하늘은 훤히 뚫려있고 햇빛을 가리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운동장 끝쪽이니 그리 답답한 것도 아니고 단지 우리 집 앞의 풍경이 막혔다고 그러면 안되지'.

참 틀린 말은 아닌데

30여 년을 살며 사계절을 선물하여 발코니의 차탁을 참으로 좋아했는데 이젠 여유를 즐기던 풍경들이 가려져 버려 아쉬움이 너무도 크다

오늘은 공사가 다 끝났는지 가림막을 거두고 불이 켜진 건물의 모습이 보인다

그동안 높이가 올라갈 때마다 나의 이기심 발동으로 참으로 답답했었는데

30여 년 동안 즐길 수 있었던 좋은 환경에 감사해야 하는데 그동안 즐기던 나의 것을 빼앗긴 것 같은 억울함은 왜일까

삶의 길에서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다가왔다 사라져 가는 것이 진리 일 진데

짝꿍의 말이 맞다

'그동안 멋진 정원 안고 살아온 것에 감사하고 햇빛도 가리지 않고 하늘도 뻥 뚫렸고 또 건물도 나름 예쁘게 지었으니 감사하며 살라고 그리고 태양열 전지판이 우리에게 영향이 없도록 설치된 것에도 감사하자'라고

그동안 속 태웠던 날들을 돌아보며 나름 괜찮은 인간인 줄 알았는데 가득 차 있던 나의 이기심이 얼마나 큰지를 일깨워주는 날이다

참 그래

나도 어쩔 수 없이 내 것을 빼앗기기 싫은

이기심 많은 인간이구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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