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추석명절이 코앞이다
음력 8월이 되면 자연스레 조상의 산소에 벌초를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벌초를 가야 한다며 tv에서 선전해 대는 예초기를 거금을 주고 사서 시댁의 벌초에 참여했다
음력 8월 초로 정해진 날이어서 당당하게 새로 산 예초기를 짊어지고 갔는데 그날따라 억수같이 비가 내렸다
객지에 살고 있는 형제들이 모인지라 장대비를 맞고 산을 옮겨가며 벌초를 했었다
장대비 속에도 벌초를 마치면 우산을 씌우고 음식을 차려 차례를 지내는 모습에 가문을 생각하는 우리의 풍습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다음 해에 짝꿍의 몸에 찾아온 불청객의 난입으로 10년을 넘게 고생을 했다
때문에 벌초날 참여를 못하고 몇 년 전에 다신 벌초를 못 다닐 것 같다며 딱 한번 사용한 예초기와 부품 일체를 그 마을에 살며 집안일에 열정적인 사촌동생에게 주었다
올봄
짝꿍은 tv에서 선전하는 예초기에 눈길이 가더니 한대를 찜해서 사야겠다는 것
언제 다시 할지 모르는데 몸이 좀 괜찮을 때 아버님이랑 장인어른 묘소도 벌초하고 싶다고ㅡ
결국 또 거금을 주고 예초기를 샀다
벌초를 하고 싶다는 그 마음 너무 기뻐서 ㅡ
음력 8월 시댁의 벌초날은 전날부터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빗길에 그 먼 길을 가기도 위험하고 또 빗속에서 벌초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안타깝지만 어쩌겠나 조카들이 많으니 이제는 그들이 할 것이라며 포기를 해야 했다
엊그제 우리 부모님 산소에 벌초를 하러 갔다 동생도 우리가 간다니 월차를 내고 왔다고ㅡ
봄에도 왔었는데 여름비에 풀이 우거져 길이 사라져 버려 풀을 헤치고 가다 코스를 바꾸어 산길을 택해 찾아 들어갔다
아이쿠ㅡ
억새가 넓은 좌판을 가득 채우고 밑단에는 소나무와 풀들이 엉켜 있었다
아버지! 좋아하시는 셋째 딸 왔어요ㅡ라고 하자 짝꿍도 곁에서 한마디 거든다
아버지! 좋아하시는 셋째 사위도 왔어요 깨끗하게 이발시켜 드리러 왔어요ㅡ라고
인사를 드리고 벌초를 시작했다
짝꿍은 넓은 좌판과 묘지에 열심히 예초기를 돌리고 난 작은 갈퀴로 그 풀들을 모으고, 온몸에 콩죽 같은 땀이 흐른다
지쳐갈 즈음 동생내외도 와서 낫과 톱을 들고 밑단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힘을 모아 하니 두어 시간 지나자 말끔해지고
답답하게 막혔던 앞 전경도 트이고 이제는 가져온 꽃을 꽂고 동생과 올케는 차례음식을 단에 올리고 각자 묵념과 또 절을 올리며 아버지를 만났다
벌초 후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 준비해 간 도시락을 펼치고 제단에 올렸던 아버지가 주신 커다란 과일도 곁들여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햇살도 순하고 비도 그쳐준 날
짝꿍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했는지ㅡ그러는 내게 짝꿍은
아버지 묘 벌초인데 왜 그리 고맙다고 하냐며 등을 토닥인다
이러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지
벌초를 마치고 왜인지 편안하고 감사한 마음 가득 차서 귀로에 올랐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ㅡ여보! 깨끗하게 벌초하고 나니 아버지가 시원하게 이발 잘했어 고맙구나라고 하실 것 같아 마음이 평안하고 감사하네요 ㅡ라는 내게 짝꿍 한마디
풀도 깨끗이 베고 별 탈이 없나 돌아보며 묘를 살피는 것이 성묘인데 별 탈 없이 잘 계시는 것을 확인했고 벌초도 깨끗하게 해 드렸으니 마음이 평안해지고 우리가 이렇게 다녀 갈 수 있으니 감사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거지 ㅡ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