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파란 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명화 Oct 19. 2024

초심을 잃었었구나

서원의 아이러니

지난 9월 안동 여행의 날에 찾아갔던

경상북도 문화제 제163호로 경북 안동시 풍천면의 화천서원 

서원은 1786년 정조 10년에 지방의 유림

유운룡, 유원지, 김윤안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지역의 유림들이 힘을 모아 건립했으나 대원군 서원철폐령으로 훼철

그 후 서원의 훼철을 아쉬워하던 후손들이 기금을 모아 강당과 주사만 남은 서원을 1996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하였다고ㅡ

서원철폐의 원인을 한번더 짚어보기 위해

손 안의 사전을 찾아보며 서원으로 향했다


서원은 유림들의 인재양성과 선현의 배향, 충, 효, 예, 의 교육이 목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본연의 자세는 멀어지고 온갖 비리가 난무하였다

서원에서는 성현을 모신다는 이유로 농민들 상대로 고리대금업이나 제사비용 징수 등 과도한 수탈을 하였으며 이를 반대하면 서원으로 끌고 가 사사로이 처벌하였다

심지어 이를 만류하던 지방관을 서원으로 끌고 가 곤장을 치는 등 무소불위했으

탈세와 병역 피는 당연시 하였다

이에 나라에서는 숙종부터 영조에 이르기까지 서원철폐를 위해 노력했으나 이를 강력하게 다스리지 않아 서원은 더 많아지고 폐악은 더 심해져 민중의 고혈을 짜내는 악덕집단으로 낙인 되었다

고종의 섭정을 맡은 흥선대원군은 서원 폐단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명분을 쌓아갔고

전국의 모든 서원의 철폐를 시작했다

서원의 건물을 훼손하였으며 서원의 재산은 국고로 환수하였다

대원군이 내려가자 유림들은 다시 고종이게

서원복원을 요청하였으나 고종을 그들에게

-너희는 서원이 없으면 성현을 존중할 줄 모르느냐ㅡ라고 하자 결국 상소는 시들해졌고 유림세력도 그 영향력을 잃었다

아! 그래서 현대에 와서 1900년대에 와서야 이곳저곳 서원을 복원하였구나ㅡ

서원 철폐 원인에 대해 공부를 하고 화천서원의 문 안으로 들어갔


단아하고 기품 있는 한옥의 건물

특이한 점은 군불을 때는 아궁이의 생김과 아궁이 위쪽으로 계단의 공간에 발판을 놓아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하였다

복원 건물이지만 우리의 옛 멋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이곳에서도 서원의 목적에서 멀어져 왕들에게 외면받는 낙인으로 서원철폐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었겠구나

초심을 잃지 말라ㅡ요즘에도 누구에게나 회자되고 있는 문장을 어찌 잊고 유림들은 서원을 앞세워 만행을 저질렀을까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움과 역사의 아이러니를 생각하며 서원을 돌아 나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형제의 우애 깊은 옥연, 겸암정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