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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Oct 13. 2024

형제의 우애 깊은 옥연, 겸암정사

류성용의 옥연정사
류운용의 겸암정사

안동 풍천면 솔밭길에 옥연정사가 있다

서애 류성룡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후학들을 가르치기 위해  세운 정사로 이곳에서 임진왜란에 대해 기록한

ㅡ징비록ㅡ을 집필하신 곳이기도 하다

한옥의 기픔을 간직한 단아한 옥연정사는

흐르는 맑은 물빛이 옥과 같아 붙여진 이름이란다

류성용은 숲 속의 작은 오솔길을 걸어 꽤 먼 거리인 겸암정사까지 맏형 류운용을 만나기 위해 매일 찾아다녔다니 형제의 깊은 우의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번에는 겸암정사로 향했다

차로 한참을 달려 찾아간 곳에는 넓은 논에 하늘길을 달리는 농수로가  인상적이었다

농수로를 저리 높게 만들어 좀 높은 지대에도 농사를 짓게 만든 것으로 그 농수로를 따라 들어가니 시비가 있었는데 바위의 글은 풍수에 씻겨 보기 힘들었다

시비 옆 공터에 차를 세우고 겸암정사로 향했는데 들어가는 길 옆으로 밑을 내려다보는데 저 밑이 멀다

낭떠러지 위에 지었나 보다

그래서 인가 건축양식이 지형에 맞추어 높이를 조절하며 지어졌다

인적이 없어 남의 집에 들어가 둘러보는 입장이다 보니 밖에 보이는 외형만 볼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쥔장 없는 집에 들어왔네요 ㅡ라며 살펴보는데 지형을 따라 담을 세우고 문을 내어 밖으로 향했나 보다

한옥의 담장과 그 위를 덮는 기와의 멋진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은데 지형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하며 쌓은 이곳 담장은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겸암정사는 류성용의  맏형 류운용이 학문연구와 제자양성을 위해 1567년에 지었으며 그의 스승인 퇴계 이황이 겸암정사라는 현판을 써 주었는데 이는

ㅡ겸손한 군자는 스스로 몸을 낮춘다 ㅡ는 뜻이 담겨 그 뜻을 받들어 자신의 호를 겸암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곳의 운치를 보면 집주인의 자연과 벗하며 학문에 묻혀 지내고자 하는 완고한 선비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하다

입구에 그의 시비를 풀어놓은 글이 있어 올린다

         겸암의 시

가파른 암벽 붉은 벼랑은 아득하고 깊은데

구름안개 사라지니 천길이나 푸르구나

중천에 달은 밝고 산은 고요하고 적적한데

나는 듯이 뛰어올라  소리높이 읊었네 ㅡ.


현재는 지형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 시절은 깊은 산속이고 이웃도 없는

 가파른 절벽 위에 지은 집에서 보는

달 밝은 밤의 외로움이 절절하셨구나 ㅡ라며

왠지 모를 안쓰러움이 나를 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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